소통하는 대학을 원한다
소통하는 대학을 원한다
  • 한대신문
  • 승인 2011.05.01
  • 호수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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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교수신문과 본지를 비롯한 5개 대학 학보사 합동설문조사 결과 학생 중 52.9%가 교수와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교수 중 43.8%도 학생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소통 부재에 대한 불감증은 서로에 대한 존중 부족으로 이어져 크고 작은 사회적 문제들을 만들어냈다. 몇 달 전에는 한 음대교수가 학생을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등록금 문제로 학생들이 극단적 결정을 내리는 와중에도 일부 교수들은 재직 학교의 등록금액수 조차 정확히 모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우리학교 성악과에선 강압적 얼차려로 한 학생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학생회장이 교수에게 상견례 계획을 보고하는 자리에서도 교수는 형식적인 반응을 보였을 뿐 실제 문제가 발생한 상견례 예행연습에 관여하지 않았다. 몇 년 동안 지적돼온 일임에도 학장은 그 사건에 대해 할 말이 없다며 전화를 끊었다. 학생들과 머리를 맞댄 궁극적 문제해결에 대한 노력은 없었다. 진정한 소통이 존재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교수가 학생들의 문화에 애정어린 관심을 보이고 이들을 걱정했거나 학생이 교수의 조언을 진심으로 받아들였다면 구시대적인 상견례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 있었다. 

물론 학생들도 떳떳지 못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한국대학생들의 학습과정 분석연구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하지 않는다. 수업은 교수와 학생의 소통에 가장 기본이 되는 자리다.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수업에 임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교수들만을 비난할 수 없다. 소통 부족을 의식적 문제로 치부하기엔 우리 대학사회의 소통에 대한 불감증 경력이 너무나 화려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학교가 새로 개설한 소통한대ㆍ발전한대 게시판과 총장 학생대표자 간담회는 의식적 문제를 행동으로 개선하려한 좋은 시도다.

하지만 아쉽다. 간담회가 열린 시간의 대부분은 총장의 발언이 일방적으로 이어졌고 학생대표자들은 발언기회를 잡지 못했다. 소통은 쌍방향이어야 한다. 소통을 중시한다는 총장이 학생들과 마주하는 간담회에서조차 우리는 진정한 소통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말은 무게를 가진다. 총장은 간담회에서 언제든 학생들과 소통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오늘의 간담회는 실망스러웠더라도 간담회는 계속 열려야한다. 구성원간의 소통이 존재하지 않는 대학은 존재의 가치를 잃는다. 세상에는 혼자 살아선 절대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소통을 통해 배운다. 대학의 수업을 집 안방에서 들을 정도로 학문의 접근성이 높아진 세상에서 우리가 대학에 오는 이유는, 그곳엔 소통이 있고 우리는 그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아직은 소통의 희망이 남아있다. 우리가 뻔할지도 모르는 간담회를 또 정처없이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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