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씨체마저도 보호 받는 세상
글씨체마저도 보호 받는 세상
  • 주상호 기자
  • 승인 2011.04.30
  • 호수 13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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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디자인에 이어 글자체, 화상디자인까지 보호 받는다

지난 달 15일 애플은 삼성을 디자인 및 인터페이스 특허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다. 내용은 삼성이 아이폰 외곽의 둥근 부분ㆍ볼륨버튼의 디자인ㆍ통화 아이콘의 디자인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삼성은 이에 맞서 통신기술 특허 침해로 애플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건이 커져가는 가운데 과연 애플이 제기한 소송은 승소할 수 있을 것인가. 핵심은 디자인권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이다.

▲ 위 글꼴은 안상수체로 초성,중성,받침의 모양과 크기가 모두 같은 것이 특징이다.
▲ 바나나 우유의 디자인권으로 소송이 벌어진 빙그레와 해태유업, 소송 끝에 해태유업은 대자인권 침해로 바나나 우유의 디자인권을 바꿔야 했다.


이제는 디자인 시대
과거 20세기는 실용성이 판매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면 현재는 디자인이 제품 판매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기아의 소울도 혁신적인 디자인이 가미된 차량으로 판매량이 급격히 늘었고 현대 자동차에서도 차량 문이 3개 달린 신개념 디자인 차량을 내놓아 시장을 공략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디자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키기 위해 곳곳에서 디자인권 관련 행사가 열리고 있다. 대표적으로 D2B(Design to Business) 디자인전, 상표ㆍ디자인전 등이 있다.

D2B 디자인전에서는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여러 기업의 필요물품을 선정해 이를 디자인전의 주제로 삼아 다양한 범위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공모한다.

이를 통해 디자이너에게 디자인을 활용해 사업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국내 우수기업에 창의적 디자인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실례로 무선 데이터 통신 회사 씨모텍(C-motech)에서는 작년 D2B 디자인전 대상 수상작 ‘멀티포트유에스비모뎀’을 판매중이다. 멀티포트유에스비모뎀을 제작한 유인식<국민대ㆍ공업디자인학과 > 씨는 “D2B 디자인전을 통해 디자인권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다”며 “장래에 디자인 관련 사업을 펼치는 과정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디자인이 중요해지는 만큼 디자인을 모방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미투(me too)라는 제품은 인기 있는 브랜드를 모방해 그 브랜드의 인기에 편승하고자 하는 제품을 판매 목적으로 만드는 제품이다.

인기 브랜드를 견제함으로써 독점 형성을 막는다는 이점이 있지만 심할 경우 디자인보호법을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 미투제품으로 성공한 상품은 오리온의 콘칩이 대표적이다. 오리온은 크라운제과 콘칩의 포장디자인을 모방해 인기있는 제과류가 됐다.

그러나 미투제품을 넘어 디자인권을 침해하는 범위까지 모방한 상품도 있다. 윤선희<법대ㆍ법학과> 교수는 “우리가 즐겨 마시는 바나나우유의 포장디자인도 후발업체가 미투상품을 내놓아 소송이 벌어진 경우”라고 말했다. 빙그레가 항아리 모양의 용기 특허를 2003년에 취득했지만 해태유업에서 비슷한 모양으로 바나나우유를 내놓아 소송이 벌어졌다.

이 소송에서 서울중앙지법에서는 빙그레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빙그레는 1974년 항아리 모양의 용기를 개발, 이후 독점적으로 사용해 왔다”며 “해태유업이 비슷한 모양의 용기를 사용하는 것은 빙그레의 유명세에 편승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바나나우유의 용기가 여타 제품과 구별되는 독특한 모습을 지녔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다. 이 같은 법원의 결정으로 해태유업은 상품 출시 7개월 만에 포장디자인을 바꿔야 했다.


디자인을 평가하는 방법

제품에 있어 디자인이 중요해지는 가운데 제품의 디자인을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한 법이 디자인보호법이다.

디자인보호법으로 디자인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우선 디자인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물품의 외상 외에 문화적 측면, 경험적 측면 등의 추상적인 것은 정의할 수 없기에 디자인보호법에 의해 보호받는 디자인은 ‘물품의 형상ㆍ모양ㆍ색체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해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으로 정의 돼 있다.

이제 디자인권의 보호 기준을 알아보자. 디자인권을 평가하는 요소 중 하나는 ‘물품성’이다. 추상적인 부분을 제외시키고 물품성을 이용해 공정한 평가를 이뤄내고 디자인권 범위의 지나친 확대를 막는다.

디자인의 평가요소 중 또 다른 하나는 ‘형태성’이다. 디자인보호법상 물품의 형상은 물품이 공간으로 차지하고 있는 윤곽을 말한다. 형상ㆍ모양ㆍ색채 또는 이들의 결합은 디자인의 기본적 요소이며, 디자인의 형태성은 실제적으로 출원 시 첨부되는 도면 또는 사진ㆍ견본에 의해 표현된다.

물품은 반드시 재료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형상이 없는 디자인은 존재할 수 없다. 물품의 모양이란 물품이 외관에 나타나는 선도, 색, 구분, 색 흐림을 말한다.

이외에도 육안으로 포착할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 돼야 하는 ‘시각성’이 있고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특성인 ‘심미성’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물품이 보이는 정도의 크기를 가지고 있으며 미감은 주관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그 유무만 판단한다.

윤 교수는 “과거는 디자인권의 보호대상은 제품디자인 분야에 한정됐다”며 “그러나 인터넷을 주로 사용하는 시대가 옴으로써 인터넷에 주로 사용되는 시각지다인 분야의 일부분이 디자인보호법 안으로 들어왔다.
또 윤 교수는 “이미 활발하게 창작, 보호의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글자체”라며 “지난 1985년 안상수<홍익대ㆍ편집디자인학과> 교수가 만든 안상수 글자체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글자체는 산업에 응용되는 디자인으로서 개발자의 창작적 노력은 물론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것에 상응해 그 법적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돼 글자체를 디자인보호법의 보호대상에 포함시켰다.

화상디자인 또한 디자인보호법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데 화상디자인이란 모니터, 핸드폰 등의 액정에 표시되는 디자인을 말한다. 애플이 삼성에 소송을 건 내용 중 화면 내 통화 표시 특허의 침해도 이에 해당한다.
애플, 삼성 간 디자인권 침해의 관건은 애플이 먼저 특허등록을 한 부분이 위의 조건을 충족하는지 여부에 달렸다.

윤 교수는 “애플이 먼저 특허등록을 해도 특허에 독창성이 가미돼 있어야 한다”며 “아무리 먼저 특허등록을 했더라도 독창성이 없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정도라면 특허가 주어지지 않으며 디자인보호법으로 보호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애플이 제기한 소송의 경우도 디자인권에 한해서만 본다면 통화 아이콘의 디자인 등은 디자인권으로 보호받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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