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벌여 놓고 허락받겠다는 공학대 학생회
일 벌여 놓고 허락받겠다는 공학대 학생회
  • 한양대학보
  • 승인 2011.04.10
  • 호수 13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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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 공학대 학생회가 한국대학생연합(이하 한대련) 가입으로 논란을 빚었다. 공학대 운영위원회는 지난 2월 먼저 한대련에 가입한 후 나중에 학생 총투표로 동의를 구하기로 의결했다. 방학 중 실시한 전화설문조사 결과 찬성 측 입장이 많았다는 이유에서다.

한대련은 대학생이 당면한 문제를 풀기위해 설립된 대학생 연합 단체다. 활발한 사회운동 참여로 정치성향을 표출하기도 한다. 이에 학생들의 가치관에 따라 지지여부가 갈린다. 과격했던 학생운동의 역사 때문에 한대련을 곱지 않게 보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그만큼 학생회의 한대련 가입여부는 민감한 사안이다. 가입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학생들의 동의를 얻어야 했다. 그럼에도 공학대 학생회는 학생총투표 없이 가입을 결정했다. 먼저 가입한 후에 총투표를 실시해 동의를 얻겠다는 공학대 학생회의 태도가 황당하다. 일단 일을 벌여놓고 뒤에 수습하겠다는 태도 아닌가.

한대련 가입이 학생 총투표를 제쳐두고 실행할 만큼 시급한 일이었는지도 의문이다. 굳이 방학 중에 처리할 필요는 없었다. 시간을 두고 학생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신중히 결정했어야 했다.

총투표 진행 과정도 문제다. 공학대 학생회는 3일에 걸쳐 △한대련 가입 △등록금 동결 투쟁 △학원 자유화 요구안 △학생회칙 재정에 대한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투표용지에 ‘등록금 문제 해결을 위해선 다른 대학과의 연대가 절실하다’는 문구가 삽입됐다. 찬성표를 유도하는 문구다. 진실한 학생들의 의견을 묻고 싶다면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했어야 했다. 한대련에 대해 알지 못하는 학생이 투표용지에 삽입된 문구를 보고 투표한다면 찬성표를 던질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먼저 가입하고 다음에 동의를 구하겠다는 태도와 총투표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은 공학대 학생회의 진정성에 의문을 가지게 한다. 학생들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한 행동인지, 한대련 가입이라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행동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총투표 결과 과반수의 학생들이 한대련 가입에 반대표를 던졌다. 공학대가 지난 2월 실시한 전화설문조사는 학생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 했다.

앞으로 공학대 학생회는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학생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학생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학생회의 본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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