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을 펼치기엔 너무 좁은 그곳, 동방
이상을 펼치기엔 너무 좁은 그곳, 동방
  • 장보람 기자
  • 승인 2011.04.04
  • 호수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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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시설 속 학생들의 고군분투

▲ 서울캠퍼스 중앙동아리 '사르만트'의 동아리방에서 학생들이 기타연습을 하고 있다.
한양플라자(이하 한플) 5층, 동아리방이 줄지어 있는 복도를 지나는데 갑자기 꽹과리 소리가 온 복도에 울려 퍼진다. 꽹과리 소리뿐만 아니라 방 이곳저곳에서 노랫소리와 악기소리가 새어나온다. 동아리 연습시간인 것이다. 방음이 되지 않아 악기소리가 새어나오는 복도를 지날 때 옆 친구와 대화를 이어나가기조차 벅차다.

올해에는 서울캠퍼스 78개 동아리가 중앙동아리로 등록됐다. 79개 였던 작년에 비해 1개의 동아리가 줄었다.

동아리는 학생자치조직인 특징상 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동아리를 운영해나갈 수 있도록 시설과 공간, 지원금을 지원한다.

중앙동아리를 대상으로 하는 학교차원에서의 지원금은 한 학기당 26만원이다. 형평성의 문제를 고려해 모두 같은 금액으로 일괄 지급된다.

하지만 정기적인 모임을 가지고 동아리 활동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자재를 구입하기 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

풍물동아리 신명 회장 김호균<공대ㆍ생체공학과 10> 군은 “학교 지원금으로는 악기 구입이 어렵고 회원들이 회비를 걷어 구입하거나 회원들의 기증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동아리가 활동비를 동아리 회비로 충당한다. 이에 동아리 활동을 하는 학생들은 계속해서 지원을 요구한다.

이원걸<학생처ㆍ학생지원팀> 과장은 “지난 2008년에는 20만원, 2009년에는 22만원이 지원되다가 작년부터는 26만원이 지원됐다”며 “지원금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타 대학도 비교해보고 지원금 인상이 타당하다고 생각될 경우 적정 수준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동아리들의 주된 요구는 지원금보다 시설에 대한 요구가 주를 이룬다. 현재 중앙동아리 78개 모두 동아리방이 지급돼있다. 동아리방은 한플, 까치골, 인문대, 노천극장에 자리하고 있다. 78개 중 절반 가량이 교내에서 가장 노후한 건물인 한플에 위치해있다. 그렇다보니 시설에 대한 건의가 끊이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A는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추운데 냉ㆍ난방이 전혀 돼있지 않다”며 “겨울에는 춥다보니 집에서 가져온 난로를 쬐거나 이불을 둘러 덮고 있곤 한다”고 말했다.

이 과장은 “캠퍼스 내에 공간 부족문제로 동아리방을 다른 건물로 옮길 수 없다”며 “동아리 학생들에게서 시설에 대한 건의사항을 가장 많이 받는데 한플이 굉장히 열악한 환경이라 리모델링을 통해야 학생들의 불편함을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냉ㆍ난방이 되지 않다보니 화재 위험이 있는 기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앞으로는 안전교육을 강화해 동아리방 내에서 취사나 숙식이 이뤄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학생들이 의식을 가지고 이 위험요소들을 개선해나가려 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중앙동아리 전체에 동아리방이 제공됐지만 동아리 활동을 하기에 장소가 협소하거나 부적절한 경우가 많으며 동아리 특성에 따른 별도의 연습실이 각각 갖춰져 있지 않다.

중앙동아리가 사용할 수 있는 동아리 공동공간은 4군데다. 이 공간은 예약시스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78개의 중앙동아리가 나누어 쓰기엔 역부족이다.

동아리연합회 회장 박수환 <공대ㆍ기계공학부 09> 군은 “많은 체육동아리들이 대운동장을 사용하는데 평일 대운동장은 선착순으로 이용이 이뤄져 대운동장에서 정기연습을 못하게되는 동아리가 생긴다”며 “학교의 인가를 받아 활동하는 중앙동아리가 학교시설을 사용하지 못하고 외부로 장소를 찾아 나선다는 것은 큰 문제로 보인다”고 해결책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한플은 전력 용량이 부족해 4, 5층 같은 경우 전력이 자주 끊기곤 한다”며 “컴퓨터를 활용하는 활동을 하는 동아리가 한플 5층에 위치해있었는데 한플의 전력 문제로 활동을 하는데 있어서 굉장한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중앙동아리 학생 8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동아리 활성화를 위해 △체계적 프로그램 마련 △동아리방 크기 확대 △연습실 개선 △금전적 지원 확대 △한양플라자의 고질적 전기 문제 해결 △전등, 방충망 등 동아리방 내부 시설 지원 △게시판과 같은 홍보 공간 확대 등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한 학생은 “동아리 활동이 학교생활의 연장인데 열악한 환경이 아쉬울 뿐”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삶의 의미를 구체적으로 탐색해보려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며 “동아리조차 스펙을 위한 활동이 돼가는 슬픈 현실 속에서 노력하는 동아리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사진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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