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르의 '얼음주먹', 크로캅의 '하이킥'
효도르의 '얼음주먹', 크로캅의 '하이킥'
  • 이지훈 수습기자
  • 승인 2005.08.30
  • 호수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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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의 링에서 혈전 펼치는 프라이드 선수들.
60억분의 1을 가린다. 요즘 이종격투기 무대의 세계 최강으로 꼽히는 효도르와 크로캅의 대결을 놓고 장외논쟁이 한창이다. 이종격투기는 ‘누가 가장 강할까?’ 라는 평범한 의문에서 출발했다. 격투 종목을 가리지 않고 룰의 규제를 최소화해서 최강자를 가려보자는 것이다. 1993년  일본에서 열린 K-1을 시작으로 UFC, 프라이드 등이 연이어 출범했고, 이후 팬층을 점차 확대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그중 프라이드의 영향력과 인기가 가장 높다. 이는 K-1의 공격방식이 서서 공방을 벌이는 입식타격만으로 제한되는데 비해 프라이드는 입식타격과 그라운드 기술을 모두 허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진정한 최고의 파이터는 프라이드 챔피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이종격투기는 2002년 ‘KBS SKY’에서 방영을 시작한 이후 야구, 축구, 농구 등의 여타 프로 스포츠의 시청률을 압도하는 호응 속에 케이블TV에서도 손꼽히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안방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선혈이 낭자하는 실전장면을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러한 방송의 붐을 타고 이종격투기는 일상생활까지 침투해, 상업코드와 결합한다. 서울 강남에서 음식을 먹으며 이종격투기를 관람 할 수 있는 ‘김미파이브’라는 음식점이 문을 연 것이다.

링 위의 파이터들이 혈전을 벌이는 동안 관객들은 느긋하게 음식을 입에 넣고 환호하는 모습은, 마치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노예검투사들을 연상시킨다.
이종격투기의 인기에 대해, 김영준 교수<경기대학교 스포츠과학대학원>는 “쿨하게 3라운드 단막극으로 끝나는 모습이나, 이벤트적 성격 등이 지금의 젊은 사람들 코드에 맞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한편 정준영 교수<동덕여대 교양학과>는 “스포츠에 대해서 논할 때에 사회가 여유로워지고 예의가 존중될수록 폭력적인 스포츠가 인기를 끈다는 연구가 있는데 사회가 여유로워지면서 그만큼 이종 격투기를 받아들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볼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정 교수는 청소년들에게 이종격투기가 인기 있는 것을 두고, “사회의 억압적인 분위기에 답답해하던 청소년들에게 이종격투기는 그런 불만을 해소시켜주는 매개로 작용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하지만 여과되지 않은 합법적 폭력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크다. 유홍식 교수<서울여대 언론영상학과>는 4년제 남여 대학생을 상대로 한 실험을 근거로, “일부 격투기 팬의 주장처럼, 이종격투기 시청자들은 내재된 폭력성을 해소 하기는 커녕 폭력에 대해 둔감해지는 경향이 컸다”고 말했다. 또 “TV를 통한 자극적 폭력의 반복 노출은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아마추어 복싱 선수였던 조희숭(21)은 “유도, 레슬링, 복싱, 씨름 등의 국내 스포츠가 이종격투기의 선수 공급원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 된다”며, 기존 국내 스포츠의 기반이 흔들리는 것에 대해 걱정한다.

이종격투기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이종격투기의 폭력성에 대한 의문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고, 거대한 일본자본이 선수들을 상품화해서 시장에 침투하는 고도의 상업성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중의 열광적인 환호와 비판을 함께 받고 있는 이종격투기의 미래가 과연 어떻게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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