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소통을 기대하며
진정한 소통을 기대하며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4.03
  • 호수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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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두근거리는 만남이 있었다. 평소 입지 않던 정장을 입고 나름 머리 손질도 하고 만나러가는 지하철에서 무슨 얘길 해야 할까, 어떤 말을 먼저 해야 할까 입가에 미소를 띠우며 이런저런 상상을 했다. 기대감과 긴장감이 적당히 섞인 기자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그는 13대 임덕호 신임 총장이다.

교수 재임 당시 임덕호 총장은 열정적인 강의로 학생들에게 많은 호응을 받았다. 좋은 교수였다. 가족 모임만 해도 한양대 동문회가 된다는 그의 말에 ‘한양동문가족’이라는 아이템을 기획해 당시 경상대 학장이었던 교수님을 인터뷰하고 그 가족들까지 인터뷰를 했을 때에는 기자에겐 멋진 교수였다.

한 시간여 진행된 신임총장 인터뷰가 끝나고 나니 기대되는 총장이 됐다. 인터뷰 내내 한양대에 헌신하고 열정을 다하겠다는 말에 앞으로 한양대엔 많은 변화가 찾아오리라 판단된다. 하지만 한양대 구성원 모두가 경쟁하고 이에 따른 발전방향을 모색하겠다는 그의 말엔 우려가 되기도 한다. 모든 단과대와 학과의 자율 경영을 통해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교수 교직원 학생 더불어 동문까지 모두 노력하도록 하겠다는 그의 말엔 확신이 느껴졌다.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지 △학생 취업률 △교수 논문 게재 수 △영어 강좌 수 등으로 일률적 평가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그의 확신이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학문의 특성에 따라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지 않는 학과들이 있다. 이러한 학과들은 현재에도 ‘밥벌이’가 될 수 없다는 이유로 환영받지 못한다. 이미 많은 학생들이 취업이 보장된 학과를 지원하고 밥벌이가 되지 못하는 학과에 입학했더라도 전과를 선택한다. 이미 경쟁할 수 있는 무기, 즉 가시적으로 평가하기 쉬운 지표를 가지고 있지 않는 학과와 선호 학과가 동일 선상에서 경쟁할 순 없다. 같은 평가 기준을 들이댈 수도 없다. 행정부처 또한 명확한 기준에 맞춘 성과를 내기 힘든 부서가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에 대한 고민이 없었으리라고는 의심치 않는다.

대학에선 현재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에서 벗어나면 학문 자체만으로 가치가 있는 것들이 존재한다. 수량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깊이가 있다. 학생들 또한 학점과 스펙 외에 가치 있는 것들을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다. 물론 구체적인 평가방법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 시간여의 인터뷰만을 통해 판단하는 것은 아직 이르다. 다만 학내 구성원이 본격적인 길을 나서기 전에 한 번쯤은 고려해봄직한 일이다.

임덕호 총장은 인터뷰 내내 소통을 원했다. 학생과 소통하고 직원과 소통하고 교수와 소통해 현재 개선해야 할 점을 제시해주길 바랐다. 구성원과의 1대1 소통을 위해 소통의 창까지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소통을 강조하는 총장이라면 앞선 걱정은 기우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여주는 소통에 대한 열의가 조금이라도 시들게 된다면 대학마저도 학문 자체가 목적인 학문이 사라질까 두렵다. 세상과 조금은 다른 기준을 갖고 살아가는 학생이 상처받을까 두렵다.

기자가 좋아하는 그는 학생에 대한 열정과 애정이 있는 분이다. 또 학생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분이다. 임기가 끝난 4년 뒤에도 그를 계속 좋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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