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작가, 두 명의 바람둥이: 티르소 데 몰리나와 몰리에르
두 명의 작가, 두 명의 바람둥이: 티르소 데 몰리나와 몰리에르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04.03
  • 호수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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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차르트와 다 폰테의 오페라 「돈 조반니」는 스페인의 유명 극작가 티르소 데 몰리나의 작품 「세빌리아의 난봉꾼과 석상의 초대」를 원작으로 한다. 이 이야기의 모티브는 당시 스페인은 물론 전 유럽에 널리 알려져 있던 설화 중 하나인 ‘돈 후안’이란 인물의 이야기이다. 바람둥이 돈 후안이 각국 도처에서 여자들을 유혹하고 버리다가 지옥불로 떨어지게 된다는 이야기는 몰리나의 창작욕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석상이 한 방탕아를 초대한다는 또 다른 설화를 더해 현재의 이야기가 탄생한다.

몰리나의 이야기가 널리 유명해지며 이에 깊은 감명을 받은 프랑스의 극작가 몰리에르 또한 돈 후안의 설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희곡을 썼다. 기본적으로 같은 인물형으로 바탕으로 하기에 두 이야기는 비슷하게 전개된다. 그러나 결론적인 중심 메시지는 다소 상이하다.

실제로 천주교 사제이면서 극작가를 겸했던 몰리나는 다소 종교적 측면에서 돈 후안(스페인식 명칭)을 처벌했다. 방탕한 돈 후안 개인을 탓하며 그를 지옥에 몰아넣는다. 그러나 몰리에르의 극은 몰리나의 이야기에 사회비판적 성격을 더 한다. 극의 마지막에서 지옥으로 떨어지는 동 쥬앙(프랑스식 명칭)은 “동 쥬앙, 지금 뉘우치지 않으면 긍휼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말하는 주변의 영혼들을 향해 외친다. “가짜 신앙심으로 뭉친 위선자들, 당신들도 똑같은 벌을 받게 될 거야!” 최근 공연된 연극 ‘동 쥬앙’에서는 몰리에르의 작품을 바탕으로 이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김 교수는 몰리에르의 표현에 대해 “동 쥬앙이란 타락한 인간을 개인적으로 비판하면서도 위선적인 사회상을 고발함에 있어서 소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닮은 듯 다른 듯 묘한 경계선을 오가는 두 국적의 바람둥이. 이들은 실제 다른 나라에서 동시대를 살아갔던 두 유명 작가 몰리나와 몰리에르의 서로 다른 세계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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