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에 삶을 담다
한 장의 사진에 삶을 담다
  • 주상호 기자
  • 승인 2011.03.21
  • 호수 13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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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될 수 없어 더 소중한 폴라로이드 사진
언젠가 길을 걷던 중 고전영화 속에나 등장할 법한 가게를 마주쳤다. 그 앞에서 시가를 입에 물고 계시던 아저씨 한분,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풍경에 아저씨를 함께 담고 싶어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섰다. 조금만 더……. ‘찰칵’ 아저씨가 옆을 돌아봤다.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상대에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도록 해준다. 렌즈가 고정돼 있기 때문에 따로 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찍는 자신은 상대방에게 다가서게 되고 상대도 사진을 찍는 순간 ‘찰칵’의 소리로 인식하게 돼 서로에게 교감을 만들어준다. 잠시 후 사진을 보며 웃을 수 있는 것이 폴라로이드 카메라만이 가지는 특색이다.

장현웅 사진작가는 “폴라로이드 사진은 사각 프레임 속에서 무언가를 이야기한다”고 말한다. 렌즈나 카메라의 종류에 따라 사진은 다른 사각형으로 보여주고 필름의 종류에 따라 여백이 많을 수도, 적을 수도 있어 다양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필름에 따라 푸른색이 짙게 표현돼 애잔함을 더해주는 필름도 있다”고 전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폴라로이드 카메라의 시작은 다소 무겁게 시작했다. 미국의 에드윈 렌드 박사는 1928년 합성 박막 폴라라이저를 개발했다. 이 결과로 사진 필터를 만들 수 있었다. 그러나 반사 감소 비행기용 유리 또한 만들 수 있어 1930~40년대에 군용으로 납품됐다. 1947년 렌드 박사는 폴라라이저의 기술을 이용해 폴라로이드 카메라와 전용 필름을 만들었다. 이 카메라는 카메라 내에서 현상이 이뤄지고 촬영 즉시 인화가 되는 특징을 가져 이전의 암실조작이 필요 없게 됐다.

모든 카메라가 그렇지만 폴라로이드는 물기에 더욱 민감하다. 조금 전 찍은 폴라로이드 사진 표면 위에 빗방울이 튀어버리면 색이 변질되거나 제대로 현상과 인화가 이뤄지지 않게 된다. 비 오는 날은 비를 막을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게 좋다.

또 폴라로이드 필름은 온도에 민감하다. 그래서 유통기한이 충분히 남아 있는 필름이더라도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이후 필름을 사용할 때는 실온에서 몇 분간 녹인 후 사용해야 사진의 질이 좋아진다. 필름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20도 전후에서 인화가 가장 잘 이뤄진다. 사진이 나오고 난 후 주의해야할 점이 있는데 사진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인화액이 사진 표면에 골고루 정착되는 것이 방해받게 된다.

장 작가는 “폴라로이드 카메라는 즉흥적으로 찍는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며 “아마도 즉석 사진기라는 폴라로이드의 애칭에서 오는 문제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물에 대한 고민과 구도에 대한 생각 그리고 여러 번의 시행착오가 순간의 단 한 장의 마음에 드는 폴라로이드 사진을 만들어낸다. 장 작가는 “즉석에서 사진이 나오는 폴라로이드 사진은 결코 즉흥적인 사진이 아닌 것”이라고 전했다.       

주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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