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뜻을 펼치다
서로 다른 장소에서 같은 뜻을 펼치다
  • 심소연 기자
  • 승인 2011.03.13
  • 호수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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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군 부곡리와 안산시 상록구 최용신 기념관

 

▲ 최용신 기념관으로 가는 길목엔 최용신의 기념동상이 세워져 있다.
시 「그날이 오면」의 지은이 심훈은 부곡리로 내려가 필경사를 지었다. 필경사는 ‘붓으로 밭을 일구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도 한적한 분위기속에 서있는 필경사에서 그는 소설 「상록수」 집필을 통해 우리나라의 민족주의와 저항의식을 문학으로 승화했다.

그곳에서 그가 집필한 농촌소설의 대표작 「상록수」는 주인공 채영신과 박동혁을 중심으로 일제강점기 아래 농촌 계몽운동을 펼치는 두 인물의 사랑을 담고 있다.

소설 속에서 계몽운동을 이끌어가는 역할의 채영신과 박동혁은 실존인물 최용신과 심재영을 모티브로 삼고 있다.

채영신의 모습은 일제강점기 농촌 계몽운동을 펼친 여성 농촌운동가 최용신의 삶과 꼭 닮아있다. 소설 속 작은 예배당에 옹기종기 앉아 있는 아이들. 그 앞에서 ‘누구던지 학교로 오너라, 배우고야 무슨 일이던지 한다’를 외는 채영신. 그런 그의 모습은 경기도 화성군 샘골에서 농촌 어린이들의 교육을 도맡던 최용신의 모습을 바탕으로 그려낸 것이다. 소설 속 채영신이 계몽운동 도중 병으로 숨진 것과 같이 그도 마지막까지 농촌계몽을 외치다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의 행적은 우리학교 ERICA캠퍼스에서도 가까운 상록수역 주변 ‘최용신 기념관’에 기록돼있다.

▲ 심재영이 이끌었던 공동경작회의 텃밭은 지금 휴경기를 보내고 있다.
소설 속 채영신의 배경인물이 명확한 것과 달리 박동혁의 실존인물은 불분명하다. 부곡리로 내려간 심훈이 농촌 계몽운동을 하던 조카 심재영을 보고 영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심재영은 부곡리에서 청년들과 뜻을 모아 공동경작회를 조직하고 농촌 계몽운동을 펼쳐나갔다. 지금은 조용한 농촌마을이지만 그 당시에는 심재영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을 것만 같다. 지금도 부곡리에는 그가 작사한 상록초등학교 교가가 적힌 표석과 공동경작회가 사용했던 경작지 등 그의 흔적이 남아있다.

당진군 한진 포구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연인이 됐던 소설 속 채영신과 박동혁. 둘의 실존인물이었던 최용신과 심재영은 실제로는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서 혹독한 시대상황에 맞선 마음의 동지였을 것이다.

사진 류민하ㆍ심소연 기자

▲ 소설 속 최영신과 박동혁이 사랑을 나눈 한진포구.
▲ 필경사 내부 모습. 심훈 선생은 이 방에서 「상록수」를 52일만에 탈고했다.

 

▲ 필경사 주위에 있는 심훈 금속상이 그의 집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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