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복병, 공간 문제
캠퍼스 복병, 공간 문제
  • 우지은 기자
  • 승인 2011.03.12
  • 호수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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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 구성원을 위한 공간 부족해

▲ (왼쪽 사진)경금대 1층의 학생들을 위한 공간, 강의실이 있는 복도를 공부하는 곳으로 개조했다.(오른쪽 사진)제 1공학관 6층의 옥상으로 향하는 문, 굳게 잠겨있다.
새내기들이 과방을 점령한 새 학기, 공강시간에 갈 곳 없는 학생들이 눈에 띈다. 학내에 리모델링이 진행되더라도 새로운 건물을 건설하는 것은 어려운 만큼 공간 부족은 학교가 평생 안고 가야할 문제다. 학내 구성원들이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학내 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본다.

쉴 곳 없는 캠퍼스
우리학교의 경우 접근이 용이한 사회대 4층 라운지, 사이버대 라운지 등이 있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에게 아직까지 휴식 공간은 많이 부족한 상황이다. 우리학교 학생 3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남학생 60.7%, 여학생 58.2%가 캠퍼스 내 쉴 만한 공간이 없었던 경험을 했다고 밝혔다. 한 학생은 “제1공학관에 있는 휴게실 2개 모두 공강 시간이면 좌석이 부족한 상태여서 테이블이 꽉 차면 강의실이나 먼 곳으로 방황해야 한다”며 “휴게실 공간에 테이블이 좀 더 설치돼야 한다고 건의했는데 1년이 돼도 소식이 없다”고 전했다. 

‘여학생들만의’ 휴게실이 존재하는 여학생들은 휴게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실제 휴게실을 이용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여학생들의 67.1%는 이용하지 않는 편이거나 자주 이용하지 않는 편으로 드러났다. 주원인으로는 △강의실과 휴게실의 물리적 거리가 멀다는 점 △휴게실이 어디인지 모름 △ 휴게실의 불편함 등이 뒤를 이었다.

새로운 공간을 필요로 하는 학생들의 의견은 소속 학과에 상관없이 다양하게 나타났다.  캠퍼스 내 효율적으로 이용되지 못하는 공간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남학생 50.3%, 여학생 52.8%가 그렇다고 답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제1공학관 6층의 옥상이다. 이곳은 외부로 나가 바람을 쐴 수 있는 공간이지만 안전상의 문제로 잠겨있다. 잠겨있는 유리문을 통해 살펴본 결과, 옥상을 둘러싸고 있는 담이 낮아 위험해 보였다. 하지만 기존의 담에 강화 유리를 세우는 작업만 이뤄진다면 휴식 공간으로서 충분히 쓰일 수 있었다. 설문 조사 결과 많은 학생들이 요구했던 흡연실의 문제도 해결될 수 있었다. 자신을 비흡연자라고 밝힌 한 법대생은 “법학학술정보관 입구에서 담배를 피울 바에 건물 내 흡연실을 따로 만드는 것이 더 좋을 듯 하다”는 의견을 내보였다.

이 외에 현재 쓰이지 않는 구본관을 학생들을 위한 공간으로 개방하자는 의견도 꽤 많았다.
학생들을 위한 공간 관련 공약을 내세웠던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장 정현호<경영대ㆍ경영학과 07> 군은 “학교 측에서 구본관이 상징성 있는 건물임에 따라 박물관의 일부를 구본관으로 옮기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며 “많은 학생들의 요청에 따라 박물관의 빈 공간들을 스터디룸으로 개조해달라는 의견을 공간조정위원회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공대의 공간 부족은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제1공학관의 경우 단대와는 관련 없는 한양가족센터, 차세대 비휘발성 메모리 사업단이 위치해 있어 이에 대해 공대학생회가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지만 학부생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지 못한 경우다. 

신설된 학과도 문제다. 강종민<공대ㆍ미래자동차학과 11> 군은 “학과가 신설학과인 관계로 아직까지 과방과 사물함이 없어 불편하다”고 전했다. 강 군의 경우 가입한 동아리가 있어 공강 시간에는 그 곳에서 지내면 되지만 과 활동이나 동아리 활동을 하지 않는 학생들에게 공강 시간은 골칫거리가 되기 십상이다.

쉼터가 부족한 미화원들도 있다. 한 학생은 “백남학술정보관의 청소아주머니들께서 식사하시거나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화장실이나 계단에 쪼그려 음료수나 식사를 드시는 모습이 안쓰러웠다”고 전했다.
미화원 아주머니와 아저씨들이 한 공간에서 지내야하는 점도 불편하다.  한 공대 미화원은 “관재과가 제1공학관 세미나실을 용역대기실로 만들어줘서 고맙다”며 “그 곳에 있는 집기들을 치우고 방을 반으로 가르는 커튼을 쳐서 남자 미화원, 여자 미화원 칸을 나눠 쓸 수 있다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경영대는 동아리 방이 마련돼 있지 않아 불편을 겪고 있다. 설문에 참여한 많은 경영대 학생들이 함께 지낼 수 있는 공간을 요구했다. 경금대엔 학생회와 경금대신문사를 포함해 8개의 모임이 있으나 학생활동실은 5개뿐이다. 하지만 주어진 공간을 학생들을 위해 효율적으로 이용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경금대 정학생회장 정진수<경금대ㆍ경제금융학부 07> 군은 “학생활동실이 없는 동아리들의 경우 대신 스터디룸을 우선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다”고 말했다. 경금대는 이외에도 강의실 밖 복도에 의자들을 배치해 휴식공간을 만들어 공간 사용의 다방면을 보여줬다.

동아리들이 밀집해 있는 까치골도 문제가 제기된다. 정 군은 “까치골은 낙후할 뿐 아니라 동아리 인원에 맞게 공간이 배분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우리에게 필요한 공간
여자 휴게실은 존재하나 남자 휴게실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 남학생 60.3%와 여학생 32.8%는  남자 휴게실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여학생들의 휴게실 이용 설문조사를 고려한다면 남학생 휴게실은 접근성이 편리한 곳이 우선조건이 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단대 특성상 남학생의 비율이 높은 공대 쪽에 휴게실을 만드는 것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제1공학관의 공대신문사를 마주한 채 악기로 가려있는 방이 그 예다.

이 외에 학생들은  기존 휴게실들에 대한 관리, 남녀가 구분된 샤워실과 노트북 전용 열람실 , 예술학부 전용건물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작은 공원과 테니스코트 확장, 사물함실과 영상감상실 증설 등도 요구했다. 또 오토바이 주차장 확충과 옥상개방 등 저마다 다양한 의견들을 내놓았다.    

공간관리, 왜 중요한가
논문 「대학 공간관련규정에 따른 공간관리 단위업무 분석에 관한 연구」의 저자 김치환<대구카톨릭대ㆍ건축학과> 교수는 “대학 구성원의 휴식, 오락 공간들도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대학시설에 포함된다”며 “양질의 교육 및 연구 환경을 추구함에 따라 새로운 시설 수요는 계속적으로 발생 된다”고 전했다. 자율성이 강조되는 대학사회에서 공간에 대한 사유화가 팽배하기 때문에 새로운 시설 수요가 발생해도 융통성 있게 공간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경향은 강의실, 실험 실습실, 연구실 등 사용 주체가 개별화되는 교육기본시설영역으로 많은 문제점이 발생한다고 한다.  김 교수는 “대학운영효율에 있어 공간관리 비용은 인건비 다음으로 많이 소요된다”며 “단편적 규정의 공간관리가 아니라 정확한 개개의 공간 수요를 인지해 대학재정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캠퍼스 전병곤 관리처장도 “조사된 미사용 공간에 대한 검토를 마무리한 후에 의논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고 전했다. 

사진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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