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경제 생활
대학생의 경제 생활
  • 유성호<인문대ㆍ국어국문학과> 교수
  • 승인 2011.03.05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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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성호 <인문대ㆍ국어국문학과> 교수
한 대학신문에서 대학생들에게 만약 천만 원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우선적으로 할 것인가를 물었다. 약 51%의 학생들이 일단 저축을 하겠다고 답했다. 여행을 가겠다(15%), 평소 가지고 싶던 것을 사겠다(5.5%), 유흥비로 쓰겠다(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려는 학생도 8% 나왔으며 학자금으로 쓰겠다는 의견도 5% 정도 나왔다. 부모님께 드리겠다, 작업실을 마련하겠다(각 2%)는 의견 외에도 빚을 갚겠다, 로또를 사겠다(각 1%), 사업을 벌인다, 기부한다, 하느님께 드린다(각 0.5%)는 응답이 부분적으로 보였다. 이 설문 결과를 토대로 보건대, 아직도 우리 대학생들은 매우 건실한 소비 관념과 생활 태도를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가상적 상황을 주고서 어떻게 하겠느냐고 물은 경우에 해당될 뿐, 정작 우리 대학생들의 실제적인 소비 생활은 이 설문 결과와는 매우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 시내 8개 대학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실제 소비 생활에 대한 조사를 한 결과, 대학생들은 용돈의 40%를 유흥비로 사용하고 있으며, 16%를 외모 관리 및 유지비로 지출하고 있다는 응답이 나왔다. 그와 반대로 책을 사거나 학업을 위해 사용되는 비용은 10%를 밑돌아 매우 심각한 대조를 보였다. 더구나 유흥과 레저를 위해서 일부 대학생들은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사용하여 일종의 신용 불량자로 전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맹목의 경제 성장과 풍요 만능의 시대가 낳은 역설적인 자화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소비 생활에 드는 비용을 대학생들은 어디서 조달하는 것일까. 물론 아직도 부모님께 의존하는 경우가 가장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와 달리 자신의 노력으로 돈을 벌려는 생각을 가진 대학생들도 매우 많이 있다. 이들은 고강도의 노동이 요구되는 아르바이트보다는 손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혹에 쉽게 빠져, 돈을 벌기는커녕 있는 돈마저 뺏겨 심신이 피폐해지는 경험을 하는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 가령 대학생들이 다단계 판매 회사에 발을 들여놓았다가 낭패를 본 사례는 이를 입증한다. 피해를 입은 대학생들은 초기에 많은 돈을 투자하도록 강요받고, 판매원끼리 집단 합숙을 하는 것 등을 요구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얼마나 우리 대학생들이 사회적 ‘악’이라고 할 수 있는 자본의 자기 증식 욕망에 포섭되기 쉬운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이다.

말할 것도 없이, 경제 생활은 생산과 유통 그리고 소비 생활로 이루어진다. 대학생들은 아직 생산이나 유통의 주체는 아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자연스럽게 소비 생활이 경제 생활과 마찬가지의 뜻이 된다. 그러나 소비 관념이 실제 생활의 수준이나 처지를 훨씬 벗어나 있다면, 그 소비 양식을 견고하게 유지하기 위해 또 헐가의 아르바이트를 많은 시간을 들여 해야 하고, 약간의 돈이 생겼으니 또 소비가 늘어나는 일종의 악순환이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과부하에 걸리지 않는 소비 생활의 계획과 실천을 통해, 한 사회의 경제 주체로서의 역할은 물론, 지성인으로서의 균형 감각을 잘 지켜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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