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의지인 까닭
봄이 의지인 까닭
  • 한양대학보
  • 승인 2011.03.05
  • 호수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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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개강과 함께 오지 않는다. 겨울이 끝난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캠퍼스 곳곳에 따듯한 햇살이 투명하게 부서지고 벚꽃이 쌀 튀밥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도 봄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살아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고 이는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한다는 의미다. 당신 스스로 변화의 기운을 가슴에 담을 때, 기운이 의지가 될 때, 의지가 실천에 이를 때, 실천이 당신을 좀 더 따듯하게 할 수 있을 때, 문득 봄이 찾아온다.

혹한을 뚫고 찾아온 이 계절에 당신은 어떤 변화를 계획하고 있는가. 취업스펙을 쌓기 위해 공모전을 준비하고 어학점수를 올리는 것도 좋은 계획임에 틀림없지만, 남들 다 하는 이런 것들이 최선인가 생각해 봐야 한다. 이런 준비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전혀 남다를 것 없는 고만고만한 스펙은 당신의 취업은 물론 삶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갖추고 있고 생각하는 것이라면 굳이 당신까지 그렇게 갖추고 생각해야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이 계절은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이냐고. 그것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고.

영어회화에 능통하고 토익 고득점을 얻은 사람은 많다. 하지만 내가 아는 어떤 학생처럼 어학연수 간 낯선 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외국인은 안 된다는 현지인 스텝과 부족한 영어로 토론을 벌여 마침내 참여하는 도전적인 사람은 많지 않다. 이 도전이 매력적인 이유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점,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어떤 난관도 뚫어내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는 점, 부족한 점은 의지와 열정으로 극복할 사람이라는 점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도전이 매력적이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손에 쥔 휴대폰을 끈 후 조용히 눈을 감고 기억의 맨 끝에 있는 당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 때 당신은 어떻게 삶을 꾸려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는가. 기억의 맨 끝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새내기로 입학하던 첫날의 마음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정말 ‘하고 싶고’,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었나. 그 일을 하기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고, 하고 있는가.

어쩌면 당신은 조금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물음의 답을 혼자서만 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그 다음에 주변에서 답을 구하자. 당신 주위에는 부모님, 선배, 친구가 있다. 무엇보다 당신과 같은 학생들을 매년 만나는 교수님들이 계시지 않는가. 연구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제 곧 교정 가득 백합과 벚꽃이 흐드러질 것이다. 그 사이사이 새내기들은 풋풋한 패기로 뛰어다니고, 복학생들은 다소 어색한 미소로 강의실에 들어설 것이다. 그래서 봄이다. 봄은 생명이고, 생명은 변화다. 변화는 의지와 실천을 수반해야만 한다. 다만 지금은 이에 앞서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한다. 당신이 꿈꾸고 있는 봄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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