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차 거래 전략, 선물거래
시간차 거래 전략, 선물거래
  • 주상호 기자
  • 승인 2011.03.05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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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가격 파악해 오늘 계약하는 것이 관건

▲ 곰은 주가가 하락하는 약세장을 나타내며 베어 마켓이라고 한다.
시골 가게에는 후한 인심으로 물건을 사면 종종 외상을 할 수 있다. 외상은 현재의 결제금액을 후에 징수하는 것이다. 증권거래소에도 외상 바람이 불고 있다. 증권거래소의 외상은 다름 아닌 선물거래, 이는 거래 이후 금액을 징수하는 점에서 외상과 동일하나 당시의 물건 가격이 아니라 선물가격이란 금액으로 거래한다는 점에서 외상과 차이를 보인다. 선물거래를 알아보자.

선물거래란 무엇인가
이번에 신입생이 된 새내기(가명)는 기초필수 과목 책을 구입하기 위해 서점을 방문한다. 내기는 처음 들어와 본 대학서점에 잠시 멈춰 섰지만 이내 널려있는 책들 중 기초필수 책을 집고 계산대로 향한다. 이 같이 일상생활에서의 거래를 현물거래라 한다. 이는 주문, 체결, 결제의 과정이 동시에 이뤄진다. 금융상품인 주식도 이에 포함된다.

선물거래는 주문, 체결, 결제의 매매 과정에서 결제만을 뒤로 늦추는 거래다. 결제를 전제로 지금 매매 체결 계약을 한다. 계약 시점과 결제 시점 간의 시간 간격이 길다는 것이 현물거래와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선물거래를 할 때 현물가격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그러나 손익은 현물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선물가격이 미래의 현물 가격보다 낮으면 매수자는 그 차액만큼 이익을 본다. 시장 가격보다 싸게 사기 때문이다. 반면에 매도자는 시장 가격보다 싸게 팔아야 하기 때문에 손해를 본다.

예를 들어보자. 종효는 현지에게 현재 가격이 2만원인 교재를 6개월 뒤 2만 5천원에 사기로 계약했다고 하자. 이 때 2만 5천원이 선물가격이다. 6개월 뒤 종효는 2만 5천원에 교재를 사야한다. 6개월 뒤 실제 교재의 가격이 얼마인지는 상관이 없다. 그러나 종효의 손익은 6개월 뒤 교재의 가격에 좌우된다.

만약 6개월 뒤 교재가 수업 교재로 채택됐지만 절판이 된 상황이라면 책값이 오를 것이다. 이 때 책값이 2만 5천원이 넘어가도 현지는 종효에게 교재를 2만 5천원에 팔아야 한다. 이로 인해 종효는 이득을 보고 현지는 손해를 본다. 그러나 6개월 뒤 교재가 따로 필요치 않다면 6개월 전 2만원이었던 교재의 값은 그대로이거나 더 떨어질 것이다. 그래도 종효는 교재를 2만 5천원에 사야 된다. 이 때 종효는 손해를 보게 된다.

결국 손익은 현물거래의 가격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선물거래 시 중요하게 봐야할 것이 미래의 현물가격이 얼마가 나가게 될지 파악하는 것이다.

선물거래의 시작
선물거래가 역사에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 초기의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다. 이곳은 당시 가장 많은 곡물이 생산됐고 이 곡물들은 시카고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었다.

시카고는 당시 곡물의 집산지 역할을 했는데, 지리적 위치가 크게 작용했다. 시카고는 5대호로 통하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었고 중서부 평원의 곡창지대에 인접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800년대 초기에는 농부나 농산물 가공업자 모두 만성적인 수요ㆍ공급의 불균형을 겪어야만 했다. 농부들은 1년에 한번 수확기에 맞춰 농산물을 도심으로 가져오는데 물량이 넘치다 보니 농산물 가격은 형편없이 낮은 가격으로 거래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시 사람들은 흉년기에 이어 풍년기조차 힘든 생활을 이어나갔다.

이와 같이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지던 원인은 수송ㆍ보관상의 어려움 때문이었다. 각지에서 시카고로 통하는 길은 매끄럽지 못했고 또 농부들이 시카고로 곡물을 가져오더라도 구매자들이 이를 사서 보관할 장소가 없었다.

농부ㆍ상인들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실물 인도를 나중에 하는 거래를 도입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선도거래다. 맨 처음 선도거래의 대상이 된 것은 옥수수다. 옥수수 선도거래는 농부에게 옥수수를 사들인 상인들이 많이 사용했다. 이들은 손쉬운 수송을 위해 강을 이용해 도심과 시골을 연결하는 장사꾼들이었다. 늦가을에서 초겨울에 옥수수를 사들인 상인들은 바로 도심으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옥수수가 마를 때까지 얼마간 저장했다. 그 사이 상인들은 시카고에 먼저 가서 옥수수 가공업자와 그 이듬해 봄에 옥수수를 인도하는 조건으로 옥수수 거래계약을 미리 체결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인들은 수송ㆍ보관상의 어려움을 해결했다.

이와 같이 곡물거래가 점차 늘어나면서 마침내 82명의 상인들은 상시 거래를 하는 장소를 만들었는데 이것이 오늘날의 시카고상품거래소다. 시카고상품거래소는 현재 최대의 선물거래소로 전 세계 곡물 선물거래량 80~85%, 금융선물거래 75%를 점하고 있다.

선도거래는 당시 획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도움을 줬고 이후 1865년 시카고상품거래소는 ‘선물계약’이라는 표준화된 선도거래를 도입함으로써 상품의 질, 수량, 인도 시간 등에 관해 표준을 마련했다. 이것이 오늘날의 선물거래의 시작이었다.

선물거래의 꽃, 주가지수선물거래
김성우<경기대ㆍ경영학과> 교수는 “선물거래 중에서도 주식을 모아 평균 가치를 낸 주가지수선물이 크게 각광받고 있다”며 “주가지수선물은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투자환경에 잘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가지수선물은 한 가지 종류의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종류의 주식을 모아 놓은 것을 대상으로 한다. 여러 주식의 평균 가치가 대상상품의 가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때의 평균적 가치를 지수라고 한다.

김 교수는 “제한된 소수의 특정 주식에 자산을 모두 투자하는 것보다는 여러 개의 주식에 분산투자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기 때문에 위험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투자가들에게 주가지수선물이 적합하다”고 말했다. 즉,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아 위험을 초래하기 보단 여러 개의 바구니에 나눠 담아 안전성을 보장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러면 무형의 자산인 주가지수선물거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 것일까. 선물거래는 누군가가 손해를 봐야만 다른 사람에게 이윤이 돌아가는 제로섬 게임이다.

주가지수선물은 주가지수라는 무형의 지수를 사고파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재 주가지수가 10만원이다. 동완이는 주가지수가 3개월 뒤 15만원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해서 11만원에 매수를 한다. 이 시점, 지은이는 이후에 10만원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 생각해 11만원에 매도를 한다. 3개월 뒤 주가지수가 15만원이 되면 동완이는 11만원에 주가지수를 산 것으로 치고 4만원의 이득을 보고 지은이는 15만원짜리를 11만원에 판 것으로 쳐서 4만원 손해를 보게 된다.

반대로 3개월 뒤 주가지수가 8만원으로 떨어지면 동완이는 8만원짜리를 11만원에 산 셈으로 쳐서 3만원의 손해를 보고 지은이는 8만 원짜리 주가지수를 11만원에 판 셈으로 쳐서 3만원의 이득을 본다. 주가지수선물거래의 핵심은 주가지수를 거래하는 것이 아니고 주가지수를 거래한 것으로 치고 돈만 움직이는 것이다.

위험이 도사리는 선물거래
선물거래는 기본적으로 초기 자금이 필요하다. 어느 정도의 돈이 증권사에 입금 돼 있어야 선물거래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이 선물거래를 하다 손해를 보면 증권사는 초기 자금에서 손해자금을 매우기 위해서다. 물품에 따라 입금해야 되는 돈이 다른데 최소 5백만원이고 보통 1천 5백만원이다. 김 교수는 “높은 금액이 왔다 갔다 하므로 선물거래를 시작할 때는 충분히 조심해야 한다”며 “주식거래에서 경력을 쌓은 사람들이 와도 실수하기 쉬운 곳이 선물거래”라고 말했다. 그만큼 선물거래를 하는데 있어 조심할 필요가 있다.

또 신용을 이용해 적은 금액으로 많은 액수의 거래가 가능하다는 것 또한 선물거래에서의 위험성을 보여준다. 이 때 금액을 증거금이라 하는데 주식 시장에서는 40만원의 증거금으로 1백만원어치 주식을 살 수 있다. 선물거래의 경우 15만원으로 1백만원까지 거래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윤이 그만큼 높아지지만 한 번 손실을 입으면 복구하기 힘든 상태가 된다.

위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선물거래 시장은 가격제한폭이 설정 돼 있다. 기준 가격 대비 상하 10%다. 주식 시장과 마찬가지로 가격 급변에 따른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다.

또 선물가격이 현물가격과 과도하게 차이가 날 때 매매 중단 조치가 취해진다. 매매 중단 조치는 5분간 매매거래가 중단되는 것으로 김 교수는 “매매 중단 조치는 투자자에게 판단의 기회를 부여하기 위한 조치다”고 말했다. 선물시장의 매매 중단 조치는 선물가격이 급등할 때와 급락할 때 각각 발동된다. 선물가격이 기준가격보다 5% 이상 높거나 낮은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때 매매 중단 조치가 취해진다. 장이 다시 열릴 때는 10분 동안 호가를 접수해 단일 가격으로 체결한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이처럼 위험성이 높은 선물거래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물거래가 유동성이 크기 때문”이라며 “선물을 주식 등 다른 금융상품과 조화롭게 이용하면 좋은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러스트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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