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들의 오티는 안녕하십니까?
당신들의 오티는 안녕하십니까?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1.03.05
  • 호수 13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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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만 되면 대학에 입학하지도 않은 새내기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하 오티)자리에서 과음으로 쓰러졌다, 심하게는 술 먹고 헤매다 실족사 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하곤 합니다. 오티에 대한 충격은 올해도 역시 무난하게 지나가진 않았습니다.

지난해 서울의 유명 사립대에서 발생한 신입생 성추행 사건에 이어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오티 술자리 게임 사진이 한 게시판에 올라와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해당 대학의 책임자는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이를 성토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문제에 대해 정부와 학교는 강력 대응 및 대학생 의식 개선을 위한 교육에 나서겠다고 말하지만 이 또한 매년 반복되는 형식적인 해결책입니다. 이는 비단 세종대에만 해당하는 일은 아닙니다. 대부분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 주도로 열리는 오티는 특별한 행사 기획 없이 매년 반복되는 동아리 공연, 밤에는 끝없는 술자리가 이어집니다. 이제 막 대학에 발을 들여놓은 새내기들에게 선배가 권하는 술과 동기들과 어울리기 위한 술자리 게임은 싫어도 튈까봐 거부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어느새 이러한 행태가 대학 오티 문화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각 단과대와 학교의 특성은 부재한 채 유명 가수와 MC 섭외에 급급합니다. 오티에 오는 가수들의 ‘급’에 따라 신입생들은 타 학교에 입학한 친구를 부러워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새내기들과 어울려 한번 흐드러지게 놀아보는 신입생 환영회를 만들어보자는 선배들의 잘못된 판단이 이번 사태를 만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 문화의 부재가 신입생을 환영하는 자리인 오티까지 영향을 미친 듯합니다. 대중문화에 익숙하고 마땅한 놀 거리가 없는 대학가에서 우리에게 예전처럼 모닥불 피어두고 통기타를 치며, 조국의 미래를 논하고 세계평화를 걱정하라 하긴 싫습니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행하는 잘못된 퇴폐문화와 어느새 선배라는 이름 속에 자리 잡은 권위의식을 답습하진 않았으면 합니다. 이전 선배들이 해왔고 내가 당했다는 이유로 잘못된 오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 새내기는 “선배의 요구로 억지로 오티 자리에서 ‘막장게임’을 할 수 밖에 없었다며 대학 사회에 대한 회의가 든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세종대와 같이 극단적인 사례는 전체 대학 오티 중 몇몇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을 뿐 대학 오티 문화에 대한 문제점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습니다.

대학 문화가 부재한 현실을 대학생에게만 탓탈 순 없습니다. 이전부터 계속돼왔고 대학생 전체가 공감할 수 있는 정서를 공유하지 못한 것 또한 대학생의 잘못은 아닙니다. 하지만 현재 새로운 대학 문화를 만들지는 못한 채 기성세대로부터 번진 악습을 반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선 현재 대학에 막 발을 들여놓은 새내기와 지난 오티 때 작년 선배들이 보여줬던 모습을 반복하고 있는 헌내기들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저 또한 대안 없이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현 대학 문화의 부재와 이를 채우려는 노력이 없는 대학생들의 모습을 한번이나마 곰씹어 주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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