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심위 던져놓고 생색내는 정부
등심위 던져놓고 생색내는 정부
  • 한양대학보
  • 승인 2011.02.27
  • 호수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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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등록금 인상 논란이 연초마다 치러지는 행사처럼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대학과 총학생회가 매년 첨예한 갈등을 거듭하는 가운데 정부에서도 대책을 내놓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이번 해부터 각 학교에서 시행하기 시작한 등록금심의위원회(이하 등심위)다.

작년 12월 새로 개정된 교육과학기술부령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법안에서는 등심위 구성을 의무화했다. 고등교육법 제2조 각 호에 해당하는 학교의 장은 등록금을 정할 때 등심위의 심의를 거쳐야한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등심위를 구성했다. 그러나 등심위의 활동은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의문과 불만을 해소하기엔 너무나 부족했다.

우리학교의 경우 지난 달 7일부터 학생 위원, 교직원 위원, 관련전문가 위원 등이 참여한 등심위 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마지막 4차 회의까지도 완전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등록금 2.9% 인상이 확정됐다. 현재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에서 등심위 활동에 관해 명확히 보장하고 있는 것은 심의권뿐이기 때문이다. 학생 위원과 교직원 위원의 합의 하에 등심위에 의결권을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학칙으로서 등심위에 의결권한을 부여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의결권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교직원 위원들에게 법적인 책임을 물을 순 없다. 의결권을 확보하지 못한 학생 위원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문제 삼아야 할 것은 등심위가 심의권에만 국한된 소극적인 활동을 펼칠 수밖에 없게 만든 법률 자체다.

얼마 전 한 방송 뉴스에서는 ‘인터넷 게임과 청소년 폭력성의 관계’를 다뤘다. 여러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 중인 피시방의 전원을 끈 후 사람들의 과격한 반응을 살피는 것이 그 내용이다. 기자 개인이 생각한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해 준비한 어처구니없는 실험이었다. 등심위 관련 법률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매년 무거워지는 등록금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빗발쳤고 정부는 그것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야만했다. ‘민심을 배려하는 정부’란 결론을 위해 정부가 준비한 것이 등심위였다. 그러나 등록금 책정에 대한 강제력이 없는 등심위는 정부가 정한 하나의 목적을 정당화하는 수단에 그쳤다. “그래도 정부에선 이만큼 학생들을 생각했다”는 것을 과시하는 의례적 겉치레가 되고만 것이다.

정부의 생색내기 법률은 등심위 회의에 불분명한 여지만을 남겼다. 심의권을 가진 회의기구가 구성됐으나 제 구실을 못하는 와중에 학생들의 어깨에 놓은 짐은 작년에도 올해에도 더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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