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A 호프만의 이야기: 원작자 그리고 모델
E.T.A 호프만의 이야기: 원작자 그리고 모델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1.02.27
  • 호수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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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프만의 이야기에서 주인공 호프만은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인 동시에 현실에서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다. 또 허구를 창조한 원작 작가임과 동시에 소설의 모델이다. 아리송한 이 명제의 답이 그의 작품 속에 있다. 1막의 올림피아는 그의 저서 「모래인간」과, 2막의 줄리에타는 「섣달 그믐날 밤의 모험」과, 3막의 안토니아는 「크레스펠 고문관」과 연관이 있다. 이 세 소설은 모두 E.T.A 호프만의 작품이다. 카레와 바르비에는 세 이야기를 하나의 희곡으로 묶으면서 주인공을 한 명의 동일인물로 설정할 필요성을 느끼고 E.T.A 호프만을 낙점한다.

왜 하필 호프만은 그 세 이야기의 통일된 주인공으로 선정됐을까? 단순히 그가 해당 작품들의 저자여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오페라의 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세 여인들이 모두 E.T.A 호프만이 사랑한 한 명의 여인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30대 초반의 호프만은 바이에른 지방의 극장에서 일했는데 상류층을 상대로 성악을 가르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그는 자신보다 20살 가량이나 어린 13살의 율리아를 열렬히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가난했던 율리아는 결국 돈은 많지만 천박하기 짝이 없는 상인의 아들과 결혼하고 만다.

사랑의 시련 속에서 호프만은 자신이 사랑했던 여인과 예술적 세계관을 함께 소설에 반영한다. 「모래인간」의 주인공 ‘나타나엘’은 인형을 실제 사람인 것으로 착각하는 정신착란을 겪는 인물(1막의 올림피아와 유사)이다. 호프만은 여기서 등장하는 자아 없는 인형을 통해 자기 세계가 부족한 당시의 여성을 풍자하고자 했다. 인형은 상대방을 비추는 유리 눈알을 가졌는데 나타니엘은 인형을 사랑하는 동시에 인형의 눈에 비친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이를 통해 호프만은 예술가로서의 나르시즘을 경고한다. 또 기계화된 사회를 각성시키는 데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한편 「크레스펠 고문관」과 「섣달 그믐날 밤의 모험」에 등장하는 여인들은 팜므파탈(2막의 줄리에타)과 예술가(3막의 안토니아)인데 이상형에 대한 남성들의 동경을 투영했다고 판단된다. 특히 「크레스펠 고문관」에서 병약한 예술가 안토니아는 자신이 원한 예술 행위(노래)로 인해 목숨을 잃게 되는데, 이는 예술에 대한 예술가의 ‘희생’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치열한 현실 인식을 담은 호프만의 소설은 그에게 ‘환상문학의 대부’, 특히 ‘판타스틱 리얼리스트’란 호칭을 선사했다. 

도움: 최민숙<이화여대ㆍ독어독문학전공>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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