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 새 책 사시나요?
새 학기, 새 책 사시나요?
  • 장보람 기자, 하동완 기자
  • 승인 2011.02.26
  • 호수 136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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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서적매매 나눔과 절약의 실천

▲ 교내 구내서점 직원이 새학기를 맞아 들어온 교재들을 진열하고 있다. 많은 학생들이 구입한 교재를 제대로 써보지도 않고 버리게 된다.
“강 교수님 ‘한대신문바로읽기’ 교재 삽니다”
“심리학과 2학년 교재 팔아요(거의 새 것)”

수강신청이 끝나고부터 개강 후 학기 초까지 우리학교 자유게시판은 중고교재 매매를 원하는 학생들의 글로 가득 찬다. 학생들 간 소통이 활발히 이뤄지는 장소가 없기에 자유게시판으로 몰리는 것이다. 자유게시판에는 카테고리가 없어 매매글과 일반글이 섞여 혼잡한 모습을 보인다. 공식적 매개 없이 개별적으로 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학생들이 중고매매를 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 절약과 자원의 재활용이다.

서지연<사회대ㆍ사회학전공 10> 양은 “수업교재의 경우 한 학기만 쓰고 필요 없는 경우가 많은데 버리기엔 아깝고 그냥 두기엔 비효율적이다”라며 “중고 책이어도 공부하는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중고서적 매매가 돈과 자원 모두를 절약할 수 있는 방법인 것 같아서 선호한다”고 말했다.

중고서적 매매를 통해 필요한 교재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판매자의 경우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교재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또 쓰임이 다한 책이 새로운 가치를 가지게 된다. 이 외에도 비싼 책값에 대한 부담으로 불법복사가 횡행하는 대학가에서 중고서적 매매 활성화는 불법복사의 감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중고서적 매매의 번거로움으로 새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윤제필<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10> 군은 “중고서적 매매가 좋은 시도라고는 생각하나 모르는 사람과 매매하는 것이 불편하고 매매 과정이 번거롭다고 생각한다”며 “교재 상태 확인이 중고서적 매매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지만 과정이 어려운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서울대에서는 교내에서 매 학기 초 일주일 간 교재장터가 열린다. 지난 2005년부터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 학생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다. 생협은 생협 조합원들을 위한 기구지만 서울대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교재장터를 열고 있다. 교재장터가 생협의 기본정신인 ‘대학 내의 경제, 문화, 환경적 문제를 대학생활의 주체들이 함께 풀어나가는 것’과 흐름이 같기 때문이다.

생협 학생위원장 이교영<서울대ㆍ지역시스템공학과 09> 양은 “매학기 새 책 구입은 학생들에게 큰 부담이 되곤 한다”며 “중고교재 매매를 원하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진행하기엔 불편함이 있기에 편리한 직거래 장소를 제공하자는 의미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서울대 교재장터는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성이 좋은 학생회관 서점 앞에서 진행된다.

이 양은 “교재장터가 열린지 오래됐기 때문에 매 학기 진행된다는 것을 알고 꾸준히 찾아주는 분이 많다”며 “교재장터가 열린다는 것을 알고 오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서점에 교재를 사러왔다가 교재장터를 보고 중고교재를 값싸게 구입해가는 학생들도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에게 접근성이 높은 점이 교재장터 활성화의 한 이유로 작용한 것이다.

교재장터는 생협 학생위원회가 장소를 제공하고 매매를 대신해주는 형식으로 운영된다. 개강 전 일주일동안 포스터와 온라인을 통해 교재장터가 열릴 것을 홍보한다.

교재장터가 시작되는 날부터 팔기 원하는 책을 신청 받는다. 팔고 싶은 사람들이 교내 서점 앞 교재장터로 찾아와 책을 맡긴다.

가격은 판매자가 희망하는 가격으로 책정된다. 팔기 원하는 책 목록을 생협 학생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시한다. 목록확인의 번거로움을 덜기위해 작년부터 실시간 확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대신 사고파는 것은 오프라인으로만 진행한다.

생협 학생위원회는 일주일동안 판매자를 대신해 중고교재를 판매한다. 교재가 팔린 경우 마지막날 대금을 환급하고 팔리지 않은 경우 책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조합원인 경우 수수료가 없고 조합원이 아닌 경우에는 판매가격의 10% 수수료를 받는다.

이 양은 “생협은 1차적으로 조합원들을 위한 기구이니만큼 생협을 위한 활동을 해야하는 것이 옳다”며 “더 많은 분들에게 혜택을 드리고 싶은 마음으로 진행하는 행사였지만 기구의 특성상 수수료를 배제할 순 없었다”고 설명했다.

▲ <작년 서울대 교재장터 판매율>

반응은 뜨거운 편이다. 매 학기마다 500여 권의 책이 교재장터에 맡겨진다. 그중 80% 이상은 판매가 이뤄진다.

교재 가격은 원가의 절반 이하로 책정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 양은 “가격이 원가 절반 이상으로 정해질 경우 새 책이거나 필수적으로 필요한 책이 아닌 경우 잘 팔리지 않는다”고 전했다.

교재장터를 자주 이용한다는 송연창<서울대ㆍ법학부 07> 군은 교재장터의 장점을 ‘편리함’으로 꼽았다. 송 군은 “판매업무를 일괄적으로 기구에서 맡아주기 때문에 책을 맡기기만 하면 협상에 대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편리하다”며 “인지도가 높아 많은 학생들이 매매를 원해 책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고 그렇다보니 판매가 쉽게 이뤄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책정에 대한 어려움을 토로했다. “담당 기구에서 가격 책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준다면 공신력이 작용해 모든 학생들이 수긍할 수 있을텐데 판매자가 일방적으로 결정해야해 어렵다”고 말했다. 수수로 부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우리학교의 경우 작년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 「SAY」가 중고서적장터를 운영했다. 2학기 초부터 판매를 원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가격을 접수받아 책 목록을 자유게시판에 게시했다. 구매를 원하는 학생은 자유게시판에 공고된 책의 종류와 가격을 보고 총학실을 찾아가 구매했다.

하지만 학생들의 참여율은 기대에 못 미쳤다. 실제 판매가 이뤄진 서적은 50여 권에 그쳤다. 당시 총학생회장이던 최정인<법대ㆍ법학과 06> 군은 “중고서적장터 홍보를 온라인상으로만 실시해 한계가 있었다”며 홍보 부족을 참여율 저조의 이유로 꼽았다.

교내에서 중고서적장터를 진행할 시 개별적으로 매매를 하거나 헌책방을 통해 구입하는 경우보다 더 큰 이점이 많다.

같은 학교 학생으로서 필요로 하는 책의 관련성이 크다. 또 필요한 서적을 구비한 오프라인 헌책방을 찾아갈 경우 많은 시간 소요하게 되는데 그 문제도 완화된다.

올해 총학 「터미네이터」도 작년에 이어 중고서적장터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서울캠퍼스 총학 사무국장(준) 김표종<경영대ㆍ경영학부 09> 군은 “총학의 지향점은 학우들의 공리 향상”이라며 “교재 구입을 원하는 학우는 싼 가격에, 판매를 원하는 학우는 필요 없는 교재를 처분할 수 있기에 양 쪽 모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개별적으로 매매가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총학에서 체계적 관리를 함으로써 학우들이 매매를 편리하게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덧붙였다. 중고서적장터는 온ㆍ오프라인 상에서 동시에 이뤄질 것이며 3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

사진 류민하 기자
일러스트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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