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지금 ‘무엇’으로 소통하고 있나요
대학생, 지금 ‘무엇’으로 소통하고 있나요
  • 유지수 기자
  • 승인 2010.12.31
  • 호수 133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으로 쓴 편지부터 스마트폰을 이용한 실시간 대화까지

미 시사주간지 타임은 ‘2010년 올해의 인물’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를 선정했다. 타임지는 페이스북이 지구촌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시대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선정 배경을 밝혔다. 페이스북은 현재 전 세계 5억 7천만여 명이 사용하고 있으며 국내 사용자는 210만 명을 돌파했다. 국내 트위터 사용자도 200만 명을 돌파했다.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전 세계인들의 의사소통 방법이 변한 만큼 미디어의 변화에 민감한 대학생들의 의사소통 방법도 달라지고 있다.

손글씨의 낭만, 학보편지
1980년대 대학생들은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연락을 했다. 그들은 당시 곳곳에 있던 공중전화로 가정집에 전화를 걸었다. 캠퍼스 내에선 우연히 마주치지 않는 한 빠른 연락이 불가능했다. 대신 과방이나 동아리방은 만남의 광장으로 활성화 됐다.

1980년대 대학가에 빼놓을 수 없는 문화가 있다. 바로 ‘학보편지’다. 주마다 발간되는 학보를 두 번 접은 뒤 흰 종이 띠를 두르면 완성된다. 흰 종이 띠 앞면엔 받는 사람의 주소를 쓰고 뒷면엔 짧은 편지를 적어 보낸다. 학보의 면과 면 사이에 편지를 끼워 보내기도 했다.

각 학과 사무실마다 학보우편함이 비치돼 있어 받는 사람의 학과와 이름만 알면 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학보편지는 당시 일반우편요금인 80~100원보다 절반 이하로 저렴한 가격이었기 때문에 대학생들에게 각광 받았다. 다음은 1999년 9월 9일 경향신문에 실린 학보편지에 관한 인터뷰다.

『연세대 우체국 관계자는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월요일이나 화요일에는 1천여 통에 가까운 학보를 밖으로 내보내느라 정신이 없었고 수요일이나 목요일에는 다른 학교의 학보를 돌리느라 항상 바빴다”고 회고했다』.

학보편지는 무엇보다도 ‘대학생만의 상징’이라는 점이 매력이었다. 편지와 함께 오는 학보는 대학생을 위한 다양한 내용의 읽을거리를 제공했다. 학보를 주고받으며 대학 문화를 둘러보는 여유와 낭만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세련된 대학생이라면 ‘삐삐’를
1990년대에 삐삐라고 불리는 무선호출기가 등장했다. 무선호출기는 수신기에 가입자 번호를 부여해 해당 번호로 연락을 하면 휴대자에게 호출을 알린다. 연락을 받은 사람은 가까운 공중전화를 이용해 무선호출기에 뜨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 연락을 주고받았다. 초기 무선호출기는 비싼 가격 때문에 많은 대학생들이 사용할 수 없었지만 중반이 돼선 대학생의 필수품으로 인기를 끌게 됐다. 1995년도 서울대 경영대 학생회에서는 단과대 주소록에 학생들의 무선호출기 번호를 추가할 정도였다.

무선호출기는 그 자체만으로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했지만 호출을 받은 뒤 가까운 전화만 찾으면 비교적 실시간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의 비결이었다. 1997년 4월 30일 경향신문의 통계기사에 따르면 서울시내 대학생 5명 중 4명이 삐삐를 사용한다고 답했다. 당시 카페나 공공시설에서는 전화서비스를 제공했는데 상대방에게 카페 전화번호를 호출하면 점원이 걸려온 전화를 테이블마다 비치된 전화기로 연결해주기도 했다.

컴퓨터 통해 개성 있게, 실시간으로
무선호출기가 열풍이던 시기에도 휴대폰이나 PC통신은 존재했으나 통신비가 너무 비쌌기 때문에 대학생 사용자는 극히 드물었다. 그러나 통신과 기술의 발달로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자 이를 통한 의사소통이 활발해졌다.

2000년대 들어 가장 인기를 끈 인맥ㆍ의사소통 서비스로 싸이월드를 들 수 있다. 싸이월드는 사이버 공간에서 인맥을 넓히기 위해 다양한 커뮤니티의 장을 형성하려는 목적으로 제작됐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자신만의 개성적인 공간을 통해 ‘일촌’맺기, 방명록을 통한 의사소통 서비스를 제공한다. 논문 「사이버공간 속의 관계 맺기」에서 황상민<연세대ㆍ심리학과> 교수는 “미니홈피 사용자들 중 대다수가 현실 인맥 관리를 위해 미니홈피를 활용한다”며 “미니홈피 운영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움과 동시에 현실 친구들에 대해 더 잘 알게 해주는 수단”이라고 말했다.

또 인터넷의 발달로 대학생의 인스턴트 메신저 사용이 증가했다. 인스턴트 메신저는 MSN, 네이트온 같은 통신서비스이다. 논문 「미국 대학생들의 인스턴트 메신저의 활용에 관한 연구」에서 황하성<동국대ㆍ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스턴트 메신저가 대학생에게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 “사용이 쉽고 편리하며 전화보다 통신비가 저렴하다”며 “다른 프로그램이나 업무 중에도 동시에 사용이 가능하고 직접 만나지 않아도 파일 공유 등 온라인 공동 작업을 할 때 편리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스마트해진 의사소통
스마트폰은 컴퓨터를 통해 제공됐던 의사소통 서비스들을 한 단계 진화시켰다. 대표적인 마이크로블로그 서비스 트위터는 스마트폰을 사용해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서비스보다 빠르고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내가 팔로우한 사람들의 글이 모이는 타임라인을 통해 상대의 근황을 자동으로 확인할 수 있어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통계조사에서 20대는 싸이월드를, 30대는 트위터를 선호한다고 나타났다. 박성복<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트위터의 가장 큰 장점은 스마트폰으로 이용 가능하다는 점인데 30대보다 구매력이 떨어지는 20대는 비교적 스마트폰 사용률이 낮아 트위터 사용률 역시 낮은 편”이라며 “또 10대 시절부터 싸이월드를 접해온 지금 대학생들은 그것을 통해 이미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체계를 구축했기 때문에 싸이월드에 더 애착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예은<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09> 양은 트위터에 대해 “두 사람만의 대화 내용이 둘을 팔로우한 제3자에의 타임라인에서도 보이는 것이 깊이 있고 사적인 대화를 꺼리게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은 미국에서 대학 중심의 커뮤니티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서비스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현재 위치 정보를 알리고 친구들의 근황을 자동으로 제공 받는다. 다른 페이스북 친구들과 함께 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즐길 수도 있다. 페이스북은 개인의 자세한 프로필을 기반으로 계정을 만들기 때문에 현실 친구를 중심으로 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트위터와 차이가 있다.

이처럼 스마트폰은 현대사회의 의사소통에서 가장 각광받는 매체다. 스마트폰의 흐름에 맞춰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의사소통 방법을 캠퍼스에 도입한 사례도 있다. 서울여대의 경우 다음커뮤니케이션과 마이크로블로그 '요즘(yozm)'서비스를 활용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공동 개발한다. 재학정보 인증을 통해 학과와 동아리 선후배, 동문, 교수들과 실시간으로 대화하고 정보를 공유 할 수 있다. 서울여대 조현미<기획정보처ㆍ정보통신팀> 팀장은 “학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학생들 간 자유롭고 즉각적인 소통의 장이 형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같은 대학생들 사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사용에 대해 박 교수는 “현재 대학생들은 서구사회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한국사회의 전통적 공동체 문화 속에서 성장한 만큼 주위 사람과 소통하려는 욕구가 크다”며 “이러한 욕구를 디지털 미디어적 수단인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해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박 교수는 “앞으로 계속해서 더욱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