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한대신문 문예상 시부문 우수작 「냉장고의 열매」
2010 한대신문 문예상 시부문 우수작 「냉장고의 열매」
  • 김찬주<경금대ㆍ경제금융학부 03>
  • 승인 2010.12.06
  • 호수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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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개월 차

P군의 출근길은 차다

언제나 시작은 겨울이었지

거쳐 간 입장권들을 떠올리며   비틀비틀 시작한 하루

겨울은 그래서 차다

웅크릴수록 더 차다

 

아래서부터 차지는 강물은

정작 제 몸 굳히기는 위에서부터 한다지

출근길 구멍가게 앞 냉장고도

계절이 빙점을 지날 때

낯빛을 바꿀게다

숙취 낯선 나그네

마실 콜라 얼지 말라고

제 몸 덥혀 보온하고 있을게다

 

P군은 냉장고를 연다

각색의 열매들이

빼곡히 익어가는 작은 숲

언 손가락으로 빨갛게 익은 콜라하나 따낸다

입천장에서부터 몸의 저 먼 곳까지

달큼히 터지는 따뜻함

사뭇 진지했던 아침의 투정도

깡그리 터진다

서서히 녹아든다

 

겨울이기 때문이리라

그들도 실은

따뜻한 사람이리라

 

신입사원 P군은

출근하는 중이다

이제는 춥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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