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안보의 아이러니
평화와 안보의 아이러니
  • 심소연 기자
  • 승인 2010.12.04
  • 호수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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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과 서울의 중간지점, 임진각을 가다

▲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엔 바람의 언덕, 통일부르기 등 다양한 조형물이 전시돼있다.
임진각에서 평화를 보다

경의선 문산역에서 국철을 타고 10분. 임진강역에 도착한다. 임진각 국민관광지는 임진각 본관, 평화누리공원, 망배단 등을 통칭하는 안보관광지다. 군사분계선에서 7km 남쪽에 있는 임진강역에는 여느 기차역과는 조금 다른 표지판이 있다. ‘(왼쪽으로)평양 207km, (오른쪽으로)서울 52km' 평양과 서울의 사이. 그곳이 임진강역이다.
▲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는 10분에 한 번씩 칙칙폭폭 소리를 낸다.

임진강역에서 내려 길을 따라 걸어가다 보면 큰 노란색 글자판이 보인다. ‘I'm IMJINGAK’ 이곳이 임진각이다. 임진각은 1972년 북한 실향민들을 위해 지어진 지하 1층, 지상 3층의 건물이다.

임진각에서 계단을 내려오면 임진각 광장이 보인다. 광장에서는 해마다 열리는 파주장단콩축제가 한창이었다. 추운 날씨에도 무대행사, 다양한 먹거리 장터 등을 즐기려는 관광객들과 주민들로 광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무대의 마이크 소리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느끼며 임진각 광장을 벗어나면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이 보인다.
▲ ‘자유의 다리’란 이름은 휴전 후 처음으로 국군포로들이 자유의 몸을 되찾았다고 해서 붙여졌다.

샛노란 들판이 노란 바다처럼 탁 트여 펼쳐져있었다. 임진각 평화누리공원은 2005년 세계평화축전을 계기로 광활한 잔디언덕에 조성된 복합문화공간이다. 공원에는 관광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들판에 서서 연을 날리는 사람들, 거대한 사람모양의 조형물 앞에서 사진을 찍는 가족들, 바람개비가 즐비한 바람의 언덕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들.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저마다 평화누리공원을 즐기고 있었다. 마치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 하지만 그들의 평화, 임진각의 평화에 조금씩 균열이 가고 있다.

또 다른 모습, 안보를 보다

평화누리공원에서 벗어나 임진각쪽으로 가다보면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곳곳에 보이는 철조망과 그 너머로 보이는 군부대. 평화관광에서 안보관광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군부대의 요청으로 도라산 안보관광이 중지됩니다』

▲ 꼬마아이가 임진각 전망대에서 망원경으로 철교를 바라보고 있다.

임진각 DMZ관광이라 불리는 안보관광에는 도라전망대, 통일촌, 제3땅굴 등이 포함돼있다. 그리고 지금은 지난 달 24일을 기점으로 출입불가지역으로 변했다.

지난 달 23일 서해 연평도 지역에 북한 해안포가 발포됐다. 갑작스러운 공격. 약 1시간 동안 한반도의 모든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한 사건이었다. 임진각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분간 파주장단콩축제 관련 문화공연행사는 취소됐다. 도라산 안보관광도 마찬가지였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6·25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사건”, 로이터통신 “한국전쟁 이후 남한에 대한 가장 강도 높은 공격』

어두운 헤드라인이 뉴스를 뒤덮었다. 언제 다시 일어날지 모를 사태에 대한 두려움.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은 상처와 같이 임진각에는 6ㆍ25전쟁의 피해와 아픔을 간직하는 곳이 있다.

자유의 다리는 1953년 휴전직후 남북의 전쟁포로를 교환하기 위해 가설된 작은 나무다리다. ‘여기까지 오기를 50년’ 다리 입구에 적힌 문구를 음미하며 다리 끝에 닿으면 철조망에 걸린 리본들이 있다. 방문객들이 걸고 간 평화를 염원하는 색색의 리본들과 태극기. 리본에 적힌 문구들을 읽는 사람들의 표정은 다소 어두웠다.  자유의 다리 뒤쪽으로는 임진강 철교가 있다. 이 철교를 넘어가면 도라산역이 나온다. 지금은 연평도 사건으로 출입이 금지돼 그저 먼발치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자유의 다리를 건너오다 보면 기차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 끝엔 거의 무너지고 형태만 남은 기차가 전시돼있다. 경의선 장단역 증기기관차다. 6ㆍ25전쟁시 폭격을 맞아 멈춰 버린 이 기관차는 과거 DMZ구역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4년 문화재청이 등록문화재로 결정하면서 작년 6월 증기기관차를 자유의 다리 주변으로 이전했다. 이따금 들리는 기차소리. 그리고 그 주변에 울려 퍼지는 민족가요. 두 소리를 들으며 임진강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평화와 안보가 공존하는 장소 임진각. 이 아이러니한 고리가 언제쯤 풀릴지 궁금하다.

『북한 친구들아 안녕. 내이름은 한지영(가명)이야. 너무너무 보고싶고 보고싶고 사랑해』-자유의 다리 철조망에 걸린 리본들 중 한 글귀    

글·사진 심소연 기자
사진 류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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