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느’캠퍼스 출신입니까
당신은 ‘어느’캠퍼스 출신입니까
  • 우지은 기자, 하동완 기자
  • 승인 2010.12.04
  • 호수 13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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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분교, 지나친 구분 짓기 관행 타파해야

▲ <양 캠퍼스의 교류가 활발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 9월, 11개 사립대 분교가 이르면 올해 본교로 변경될 예정이라 밝혔다. 일부 기업의 경우 입사지원서에 모 대학 캠퍼스를 본교로 작성하라고 명시하기도 했다. 이원화된 캠퍼스의 의미가 강한 대학의 경우, 학생들의 변경 요청도 꾸준히 있어왔다고 한다. 사회는 이렇게 변하고 있지만 대학 구성원 간의 배타성은 오히려 짙어지고 있다. 2009년 우리학교 학생 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양 캠퍼스를 같은 학교라고 인식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63.6%가 ‘아니오’라고 답했다.

본ㆍ분교, 뿌리 깊은 배타성

대학의 본교, 분교 명칭의 시작은 1972년부터 제시된 ‘대학의 지방 이전 및 분교 설립 정책’부터다. 이로 인해 1978년부터 1999년까지 서울 소재 중 14개 대학이 지방으로 이전하거나 지방에 분교를 설치했다.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효과와 인구의 분산, 사회 문화적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표시열<고려대ㆍ공공행정학부> 교수는 “인구 분산이라는 조급한 정책적 목적에서 시작된 분교 정책은 ‘대학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중요한 바탕을 상실했다”며 “이는 오히려 각 대학들이 정원을 늘리는 수단으로 작용하게 돼 중복학과를 만들어 낼 뿐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분교만의 차별화를 만들어 내지 못해 소속 학생과 교수의 정체성을 상실케 했다”고 전했다.

실제 대학 관련 커뮤니티들에는 본교와 분교 사이의 입시결과를 놓고 상대를 비방하는 글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대학 입시철, 입시 정보를 얻으려는 수험생들이 질문을 올리면 ‘분교 관련 질문은 수준이 떨어지니 여기서 하지 말라’는 식의 댓글이 올라오기도 한다. 나운아<연세대ㆍ경영학과 10> 양은 “왜 서로 헐뜯지 못해 안달인지 모르겠다”며 “지리적 요건을 제외한 수업 방식이나 대학생활은 똑같은데 분교라고 우습게 여기는 사고방식이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러한 배타성의 근본적 원인에 대해 김태정<범국민교육연대> 사무처장은 “수능 성적만으로 갈 수 있는 대학과 학과가 정해지는 대학 서열 체제에서 비롯된 문제”라며 “이러한 서열화는 노동 시장에서의 우위와 같이 차등적 보상체계로 작동할 것이라는 착각을 불러일으켰고 결국 대학 내 본교, 분교의 위계를 구분 짓는 것까지 나아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본교생들에게 자신들이 더 낫다는 허위의식을 불러일으켜 단순한 성적 차이가 가능성의 차이로 왜곡됐다”며 구조적 문제를 배타성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실제 9개 사립대학 본교와 분교의 졸업생 취업률을 조사해본 결과 4개 대학은 분교 졸업생 취업률이 더 높았으며, 본교에 비해 낮은 수치를 기록한 대부분 분교의 경우에도 그 차이는 미미한 정도였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A군은 “학과의 전망을 보고 들어왔지 본교냐 분교냐의 문제는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오히려 취업과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더 경쟁력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캠퍼스 별 특성화에 대해 김재삼<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성균관대, 명지대의 경우에서 볼 수 있는 학문별 이원화 시스템에는 동의하지만 각광받는 학과는 서울에, 비인기학과는 지방 캠퍼스로 이전하는 구조조정을 캠퍼스 특성화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는 분교문제를 더 심화시키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이름, 다른 학교

최근 학문단위 개편으로 캠퍼스 간 학과통폐합이 이뤄진 중앙대의 경우 한 학과에 학생회는 두 개로 선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중대신문 보도에 따르면 캠퍼스 간 통합이 확정된 인문대 유럽문화학부, 아시아문화학부는 서울ㆍ안성 학생회 간 합의가 되지 않아 같은 학과에 두 개의 학생회가 들어서게 됐다. 그 이전 통폐합된 학과는 더 심각하다.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 독어학과, 행정학과 학생들은 자치기구가 없어 학생공동체 자체가 와해됐다. 당시 독어학과 학생회장이었던 안병렬 씨는 중대신문 인터뷰에서 “과실이나 학생회실은 서울캠퍼스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었으며, 갑작스런 통합에 양 캠퍼스 학생끼리도 서로에게 반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자치공간이 없는 상황에 활발했던 학생회 모임과 학생자치권은 많이 약화됐다”고 덧붙였다.

다른 학교들도 마찬가지다. 은한결<고려대ㆍ경제학부> 군은 “같은 ‘고려대’이지만 대우를 같게 한다면 손해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려대 학생 A씨는 “엄연히 다른학교에, 다른 입시제도로, 더 심한 경쟁을 뚫고 안암캠퍼스에 왔는데 똑같은 대우를 받게 된다면 불합리하다”고 전했다. 총학생회도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이번 고려대학교 안암 캠퍼스 총학생회 선거에 출마한 두 개의 선본 모두 이에 대한 공약을 내세우지 않았다. ‘후마니타스’선본 정회장 후보 조우리<고려대ㆍ건설사회환경공학과> 군은 “현재 고연전을 제외하면 안암ㆍ세종 캠퍼스 학생 간 교류는 사실상 없다”며 “아직 이런 부분까지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공약으로 내세우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연세대도 사정은 같다. 익명을 요구한 A는 “우리 학과의 경우 신촌캠퍼스에는 없어 큰 문제는 없지만 신촌캠퍼스와 분야가 겹치는 일부 학과의 경우 그런 갈등이 있다”며 “신촌캠퍼스 학생들이 원주캠퍼스 학생들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연세대학교 신촌캠퍼스 총학생회의 한 임원은 “원주 캠퍼스와 활동을 같이하는 응원단이나 일부 동아리를 제외하곤 서로 이렇다 할 교류가 없다”고 전했다.

표면으로 잘 드러나진 않지만 캠퍼스 간 학생들의 배타성은 갈등의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학교의 경우 2007년 독문과가 통합되며 문제가 드러났다. 당시 인터넷 자유게시판을 통해 서울ㆍERICA캠퍼스 학생 간 비방성 글을 주고받으며 갈등이 일어났다. 또 서울ㆍERICA 학생 간 보이지 않는 ‘껄끄러움’도 있었다. 당시 ERICA캠퍼스 독일문화언어학과 학생이었던 박용진<인문대ㆍ독어독문학과 07> 군은 “학과 통합 당시 서울캠퍼스 학생과 ERICA캠퍼스 학생 간 눈에 보이지 않은 껄끄러움이 있었다”며 “서울캠퍼스 학생들이 차별적으로 대우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부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 ERICA캠퍼스 학생들은 독문과 과방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우리학교가 대학평가에서 부진한 이유가 ERICA캠퍼스와 합쳐져 평가했기 때문이라는 서울캠퍼스 학생의 주장으로 서울ㆍERICA 학생 간 인터넷 공방이 이어지기도 했다.

본ㆍ분교, 상생을 위한 대안

특성화된 교육 과정이 가장 설득력 있는 해답으로 제시된다. 김 연구원은 “특성화는 본교 학과와 중복되는 분교 학과의 명칭을 바꾼다고 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요즘 대학들이 저마다 갖고 있는 장기적 계획 속에 분교에 대한 교수ㆍ기자재 증원, 시대에 맞는 교육과정 연구 등의 실질적 특성화를 포함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이는 대학의 장기적 발전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학내 구성원들과의 민주적 논의로 이뤄져야한다”고 전했다.

실제 연세대 원주캠퍼스의 역사문화학과의 경우 2002년 사학과에서 역사문화학과로 명칭을 바꾸고 교육과정을 개정했다. 김성기<연세대ㆍ역사문화학과 06> 군은 “학과 변경 후 원주캠퍼스를 밝히지 않아도 자연스레 소속이 분명해져 원주캠이 신촌캠인척 한다는 논쟁을 종식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표 교수는 본ㆍ분교 간 문제에 대해 “분교 교수의 경우 교수활동에 있어 상대적인 제한성을 갖기 마련”이라며 “특히 분교의 교육은 대학원이 부족함에 따라 그 대상이 학부 학생에 한정돼 학문적 정진에 제약이 있어 본교와 분교 간 차별 없는 참여가 이뤄져야한다”고 밝혔다. 또 “분교 학생과 교수의 심리적 정체성을 위해 캠퍼스 간 이중전공 내지 복수전공제의 활성화, 학점 자유 취득 인정제 등의 제도를 과감히 수용해야한다“고 전했다.

원론적인 관점에서 김 사무처장은 “근본 원인으로 제시하는 대학서열화도 결국은 사립대학체제 때문에 발생했다”며 “전국 4년제 165개 대학 중 150개가 사립인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 대학의 경우 공립대학의 비율이 70%가 넘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처장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불가피한 방안이라 생각하지만 대학이 최초 발달한 유럽도 서열화 돼있지 않음을 볼 때 대학의 위계 서열구조를 타파함으로써 본ㆍ분교 간 배타성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학교, 같은 행동

캠퍼스 간 화합이 가장 잘 이뤄진 대학으로는 성균관대학교가 꼽힌다. 성균관대는 총학생회 선거 시 캠퍼스 선본 간 ‘러닝메이트’가 의무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선거 세칙 상 양 캠퍼스에서 후보 두 명씩 네 명이 ‘러닝메이트’를 결성하지 못하면 선거 출마를 할 수 없다. 때문에 등록금 등 교육 현안에 대한 대응도 다른 대학에 비해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학교본부와의 등록금 협상에도 인문사회캠퍼스와 자연과학캠퍼스 총학생회가 공동으로 임했다. 등록금 인하를 위해 제과를 비롯한 여러 수익 사업을 제안하는 등 성공적으로 대처해 등록금 동결을 이끌어 냈다.

또 캠퍼스 간이 분리돼 타 캠퍼스 게시판에 글을 남길 수 없는 우리학교 자유게시판과 달리 성균관대 커뮤니티 ‘성대사랑’은 자유게시판이 캠퍼스 구분 없이 마련돼 양 캠퍼스 학생 간 온라인 소통이 원활하다. 최근 우리학교 기존 총학생회가 새로운 커뮤니티 ‘휴머니티’를 개설하긴 했지만 아직 활성화되지 못했다. 여전히 캠퍼스 간 단절된 자유게시판이 학생들의 소통을 가로막고 있다.

명지대도 모범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명지대학교 학생회는 캠퍼스 간 공동대처로 등록금 동결을 이끌어냈다. 이를 위해 각 캠퍼스에서 3번씩 총 6번의 인문사회캠퍼스, 자연과학캠퍼스 학생회 공동 회의가 있었다. 학내 예산 중 행정부서별 예산과 공사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학교 측에 전달했고 결국 받아들여졌다.

캠퍼스 간 총학생회 연합은 적지 않은 시너지를 발휘한다. 하지만 우리학교에서는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최근 총학생회선거에서 서울캠퍼스 「Say」선본이 ERICA캠퍼스 「공감 PLUS」선본과 함께 러닝메이트를 결성하고 등록금 현안에 공동 대처하겠다고 선언해 관심이 모아졌다.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Say」선본 정 후보 유승호<경영대ㆍ경영학부 04>군은 “ERICA캠퍼스와는 같은 재단을 공유하고 있기때문에 공동으로 등록금 등 교육문제에 대처한다면 큰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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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7-30 19:28:01
이 글은 대학의 본교와 분교 간의 문제와 배타성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본교와 분교의 구분으로 인해 학생들 간에 갈등이 생기고, 캠퍼스 간 소통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해결책으로 특성화된 교육 과정과 캠퍼스 간 연합 등이 제시되고 있습니다. 서로 협력하고 소통하는 모범적인 대학들도 소개되어 있습니다. 본교와 분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더 좋은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