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단국에서 젊은이로 살아가기
분단국에서 젊은이로 살아가기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11.27
  • 호수 13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잠시 잊고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지속된 평화에 분단국에 살고 있단 사실을 잠시 잊고 살았습니다. 제 또래 세대는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요. 남북긴장에 의한 라면 사재기보다 남북의 정상이 끌어안고 평화를 논하는 모습을 봤던 우리였습니다. 물론 숱한 위기가 있었지만 남북 평화에 대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믿음은 허물어졌고 우리는 분단국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곁에 두 가지 슬픈 광경이 있습니다. 하나는 연평도에서 있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해병대원 2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습니다. 서정우 병장과 문광욱 이병. 각각 22세, 20세 였습니다. 다른 세대도 아니고 우리 또래입니다. 늠름한 해병대원이었지만 사실 우리처럼 나이 어린 분들이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나이, 얼마나 찬란한 시기인가요. 좁았던 학교를 갓 벗어나 넓은 세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나이입니다. 그 뿐인가요. 많은 분들의 말씀처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나이입니다. 하지만 그 분들께서는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한 채 어린 나이에 나라를 위해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저 멀리서 쏟아지는 포탄에 사라져갔습니다.

또 하나 슬픈 광경은 우리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정 정치색을 띤 선본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들은 기성 정치인들의 색깔론을 보는 듯합니다.

네, 맞습니다. 해당 선본은 이미 그 배타성으로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을 자초했습니다. 하지만 그 비난은 이제 정도를 넘었습니다. 심지어 폭행사건이라는 누명까지 뒤집어썼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진실이 일찍 밝혀졌지만 황당하게도 최초 허위사실 유포자는 사과 한마디 없습니다. 당사자는 제대로 된 사과 대신 이런저런 변명을 둘러대며 해당 선본에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그리고 자유게시판의 반응들은 오히려 허위사실을 유포한 학생을 두둔하고 해당 선본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 바빴습니다. 이들은 해당 선본의 정치적 배타성을 비판했지만 가장 배타적인 힐난을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이들이 원하던 것은 해당 선본에 대한 공정한 비판이 아닌 사상검증의 제물뿐이었습니다.

이게 과연 2010년에 대학교 선거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인가요. 지성인이라는 이들의 입과 손가락에서 나오는 말들이 그저 사상검증뿐이라니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자신들의 목소리가 한양대 전체 학생들의 의견인양 어깨 으쓱대며 떠드는 꼴을 보니 눈물이 흐를 뿐입니다. 왕이시여, 본인의 행동이 스스로 용기 있고 자랑스러우신가요. 허위 사실을 유포하시고 아무 말씀 없으신 거장이시여, 본인이 대견스러우십니까. 저 편집국장 본인은 분노에 휩싸여 이성을 잃어버린 두 분이 가련할 뿐입니다.

슬프기 그지없습니다. 이미 분단 60년이 넘었습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던데 분단국은 강산이 6번 변할 동안 멈춰있습니다. 그 변화 없이 멈춰온 분단국은 우리 세대에게도 끝없이 굴레를 씌우고 있습니다. 대체 왜 아까운 목숨들이 저리도 손쉽게 사라져야 하고 사상검증이란 이상한 유물을 물려받아야 하는 걸까요. 언제까지 국민들 지키겠다며 나선 우리 또래들이 목숨 잃는 걸보며 안타까워해야 하는 건지 알 수 없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서로 사상검증을 하며 운동권 비운동권으로 나뉘어 싸우는 꼴을 봐야 하는 걸까요.

우리는 우리입니다. 비록 분단이란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 우리를 가로막아 절망하게 만들지만 과거의 잔재까지 답습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우리의 또래가 다시 목숨을 잃게 하지 않는 가장 빠른 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끝으로, 이번 공격으로 희생당한 모든 분들께 명복을 빕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