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0원과 900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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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지은 기자
  • 승인 2010.11.27
  • 호수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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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으로 분류되는 307만 대학생

이들의 표를 얻기 위한 국회의원들의 공약이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도 이 거대한 소비 집단을 겨냥한 다양한 이벤트와 후원활동을 늘리는 추세다.
이 집단, 대학생이다. 이렇게 사회가 대학생을 어떻게 정의하든 간에 이젠 대학생이 대학생을 정의해야할 시대다. 서울시는 지난 2004년 대학생에게 적용되던 지하철 요금 20%할인을 폐지했다. 이에 교통비도 교육비의 일환이라 보는 대학생들이 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학생은 공부하는 ‘학생’인가 ‘경제 활동 주체’인가. 대학생은 대학생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대학생 정의하기
1990년 우리나라 대학생은 146만 6천여 명. 2009년 전국 대학생 수는 307만 4천여 명으로 두 배가 늘었다. 하지만 갑작스런 증가로 인해 하나의 계층이 돼버린 대학생들을 어디에 ‘분류’해야 할지에 대해선 대학생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김가은<성균관대ㆍ사회학과 10> 양은 “민법상 만 19세가 지나면 성년이지만  돈을 벌어도 과세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학생을 경제 활동 주체의 범주에 넣는 것은 옳지 않다”며 “20대 초반의 대부분이 대학에 진학하는 사회적 현실을 고려했을 때 대학생은 공부하는 ‘학생’으로 분류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반면 한 청년 여론단체는 “대학생이란 보호되고 인정받아야 하는 존재가 아니라 자신을 자각하고 스스로 생활을 유지할 수 있어야한다”며 “대학생이라는 신분이 특권이 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청년 노동단체의 김민수<청년유니온ㆍ노동상담팀> 직원은 “고등학생의 81.9%라는 절대 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다보니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대학생으로 수렴됐다”며 “자연스레 다수의 대학생만 혜택을 갖게 돼 대학생이 아닌 20대에 대한 배려는 전무해졌다”고 전했다.

대학생들의 소비지수와 그 파급력이 일반 성인과 거의 대등하다는 점에서 이들을 생산력 있는 경제 활동 주체로 봐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실제 지난 2002년 국민은행 연구소의 ‘20대 소비금융 형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생의 32%가 신용카드를 소지, 미국(58.3%)이나 일본(51.5%)에 비해 보유율은 낮았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의 대학생은 각각 월평균 소득의 24.4%, 21.9%를 신용카드로 결제한 반면, 우리나라 대학생은 36.9%를 신용카드로 결제해 실제 사용액수는 오히려 이들을 능가했다.

 

대학생, 교통비 할인?
서울지역대학생연합은 8만 명 서명을 목표로 대학생 대중교통 할인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07년에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 학생위원회가 ‘대학생 대중교통 할인 청원 운동’을 벌였고 관련 법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재근<민주노동당ㆍ서울시당학생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서울에서 통학하는 대학생 399명의 1년간 교통비는 평균 76만5천원이었다”며 “대학생 비율이 50%도 안되던 시대에도 ‘할인 토큰’이 존재했는데 대다수가 대학에 진학하는 오늘날 교통비는 당연히 교육비로 봐야한다”고 전했다. YMCA 대학생유권자위원회도 지난 5월 ‘대중교통 대학생 할인 적용제도 부활’을 포함한 유권자 정책의제를 발표하고 이를 수용하는 서울시장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 해외의 경우엔 대학생에 대한 교통요금 할인이 일반화돼있는 사례가 많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는 대학생에게 약 40%의 할인혜택을 주고 있으며 독일은 각 지방마다 차이가 있긴 하나 대학생은 전기로 운행되는 버스인 트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필리핀 또한 지난 9월 대학생이 교통수단을 20%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

국내에서는 광주광역시가 2004년부터 대학생 할인을 시행 중이다. 이는 서울시가 2004년, 부산광역시가 2005년 형평성을 이유로 대학생 할인을 폐지한 것과 다른 행보다.

더욱이 통계청의 3월 조사에 따르면 인구 만 명당 대학생이 878.6명인 광주광역시는 823.4명의 부산, 평균 수치인 647.3명의 서울을 제치고 전국 대학생 비율 4위에 해당돼 상대적으로 많은 대학생들이 혜택을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선영근<광주도시 철도공사ㆍ영업사업팀> 과장은 “대학생들은 직업이 따로 없고 주로 용돈을 받기 때문에 이 제도를 시행하게 된 것”이라며 “사이버대와 야간대학, 대학원생은 제외 대상이지만 일반 대학생의 경우 학생증을 제시하면 청소년 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를 발급해준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학생이라는 자격요건을 명확히 하기 위해 최대 4년이라는 유효기간을 뒀고 1년 단위로 카드를 갱신하기 때문에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광주지하철의 일반 요금은 950원, 청소년과 대학생 요금은 800원으로 연간 500회 이용 시 약 7만5천 원의 금액이 절약된다.

이에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대학생에 대한 교통 할인은 형평성에 맞지 않기 때문에 제도를 폐지한 것”이라며 “서울시의 경우 관련 법령도 없을 뿐 아니라 이는 중앙정부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말을 아꼈다.

대학생 할인은 그 대상범위를 구분 짓는 것부터 논란의 여지가 있다. △사이버대학은 평생 교육법에 근거한 원격 대학으로 할인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점 △직장과 대학을 병행하는 만학도나 야간대생을 할인 대상에 포함하게 될 경우 복지 남용일 수 있다는 점 △대학생 신분이 아닌 소수의 20대들에게 역차별이 될 수 있다는 점 등이다.

이에 김 직원은 “기성세대는 청년들이 무엇이든 못하겠는가 반문 하지만 이는 장기적 실업이 계속되는 현실에 맞지 않는 논리”라며 “대학생이든 아니든 우리 사회에서 20대 초ㆍ중반은 사회적 약자이기에 이들 모두에게 큰 틀에서의 보편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학생, 입장료 할인은?
대학생 할인은 교통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경우 국제학생증을 제시하면 미술관과 박물관을 비롯해 입장료가 할인되는 기관이 많이 존재한다. UNESCO는 국제학생증 공식 인증서에 ‘젊은이들의 이동에 대한 바람과 다양한 교육적 문화적 경험을 위해’, ‘가능한 많은 젊은이들이 여러 국가에서, 모든 사회 계층으로부터 관련 교육, 사회, 문화적인 교류 및 서비스를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 명시함으로써 대학생들의 문화 향유를 교육으로 보고 있다.

국제학생증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한 담당자는 “국제학생증을 통한 할인뿐만 아니라 학생 여부에 상관없이 만 26세 이하이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다”며 “대학생이 아니라 청년이라는 큰 틀을 수혜 대상으로 본다는 점에서 신선하게 여겨진다”고 전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입장료가 무료인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문화재와 박물관, 미술관을 방문 시 대학생은 ‘일반’요금을 지불해야 한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5대 궁궐의 경우 입장료는 1천원에서 3천원 사이”라며 “문화재 가치로 따져봤을 때 외국에 비해 매우 적게 책정됐기에 대학생이 부담될 만한 금액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올해 만 19세가 된 허미연<자연대ㆍ자연과학부 10> 양은 “달라진 점은 단지 공부하는 환경일 뿐 아직 ‘학생’이라는 신분은 여전하다”며 “하지만 만 18세가 지났다는 이유로 일반 입장료를 내야해 혼란스럽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비경제활동인구인 대학생들에게 경제활동인구와 똑같은 요금을 적용하는 것이 오히려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 역설했다.
일러스트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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