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유쾌하지 않았던 방문
누구도 유쾌하지 않았던 방문
  • 김가연 기자
  • 승인 2010.11.13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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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ICA캠퍼스 생활관 불시점검 논란

▲ 기숙사 내규변경 진행상황










지난 3일 ERICA캠퍼스 생활관 운영팀과 생활관자치위원회 측은 난방 및 전열기구 소지여부에 대해 생활관 입사생들을 상대로 불시점검을 진행했다. 그러나 순찰과정에서 마찰이 생겨 학생들의 불만이 발생했다. 특히 강제개방에서 기숙사 내규에 대한 지적으로 문제가 커지자 생활관 운영팀은 규정 일부를 완화했으며 지난 11일에는 기숙사 거주 학생들과 간담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부족한 배려심이 야기한 불만

운영팀은 매 학기 1회씩 화재 및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불시점검을 해왔다. 운영팀이 지난학기에 실시하지 않았던 이번 불시점검을 단행한 이유는 2학기에만 3번 발생한 화재가 가장 큰 원인이 됐다. 또 생활관 내부에서 취사행위를 한다는 민원이 많이 접수된 것도 원인 중 하나다. 채수석<창의인재교육원ㆍ운영팀> 팀장은 이번 불시점검에 대해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화재 및 안전사고에 대한 경각심을 높일 필요가 있어 그동안 외부순찰만 해오다가 내부순찰을 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순찰을 하는 과정에서 △문을 강제로 개방 △순찰팀원들의 불친절한 언행 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11일 열린 간담회 자리에서도 강제 개방에 대한 지적이 많았다. 채 팀장은 “이번 순찰 중에 학생들이 없는 빈 방이 60%정도 나왔는데 학생이 있는 방에 한해 점검을 할 경우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물론 선의의 피해자가 있고 사생활 침해 소지가 있지만 학생 모두를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여한 다수 학생들은 이에 대해 여러 번 순찰을 하되 사람이 없을 경우 메모나 전화로 알리고 문을 개방하는 대안을 내놓았다. 운영팀이 이를 수용해 일회성에 그쳤던 순찰을 3회로 늘리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순찰방식도 1,2회 방문 시 사람이 없을 경우 추후 방문예정임을 메모로 남기고 3회 방문시에도 사람이 없을 경우는 개방 및 점검 후 이를 메모로 알리는 방법으로 변경됐다. 한편 순찰팀원들의 태도에 대해서 채 팀장은 “앞으로 직원과 조교들에게 교육을 강화할 것”이라며 “불친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말했다.

허술한 내규가 불러온 논란

이번 불시점검을 계기로 내규 정립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학생들은 불시점검에 대해 “통보받은 적도 없고 갑작스러운 방문에 당황했다”는 입장이었다. 게시판에 공고문이 항상 붙어있었지만 생활관 홈페이지에는 전열 기구 사용으로 벌점을 부과 할 수 있다는 내용만 있을 뿐 불시점검에 대한 내규는 없었다. 따라서 불시점검이 실제 규칙으로 생활관 내규에 명시돼있는지에 대해 논란이 발생했다. 채 팀장은 이에 대해 “홈페이지에는 없지만 원생수칙 14조에 ‘원내 호실을 점검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다”고 밝혔다.

또 반입 금지 물품의 정확한 범위에 대한 의문도 있었다. 화재 위험이 있는 전기장판이나 다리미 이외에도 냉장고, 가습기 등의 전기제품까지 반입을 금지해왔기 때문이다. 특히 냉장고의 경우 이번 순찰에서 총 41명이 적발돼 전기장판을 소지한 학생 다음으로 많았다. 학생들은 상하기 쉬운 음료수와 과일을 보관할 장소가 마땅치 않아 불편을 호소해왔다.

운영팀은 잇단 불만에 50L이하 냉장고만 허용하기로 결정했다. 50L이상은 취사목적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전기장판은 계속 금지하기로 했다. 대신 난방시간을 확대해 현재 창의관은 24시간 난방이 가동 중이다. 또 모호한 내규로 인해 사용허가 논란이 됐던 치료용 전기제품은 의사소견서를 제출해 승인을 획득한 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채 팀장은 “이번 간담회가 끝나고 규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겠다”며 “이번에 생활관 홈페이지를 수정하면서 생활관 입사를 인터넷으로 신청할 때 규정을 볼 수 있도록 할 것”고 말했다.

소통에 대한 책임은 모두의 것

매학기 진행해온 불시점검이 이번에 특히 논란이 된 근본적인 원인은 운영팀, 생활관자치위원회, 생활관 거주학생 간 소통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이번 간담회에는 학생 10여명이 참여해 지난 학기 열린 간담회에서 한 명이 참여한 것에 비해 참여율이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2천7백여명의 입사생에 비해선 턱없이 적은 숫자였다. 그동안 간담회가 여러 차례 열렸지만 그때마다 참여하는 학생 수는 저조했다.

이번 간담회로 그동안 운영팀과 학생 간에 쌓였던 오해가 조금이나마 해소됐다. 채 팀장은 “매년 두 번 이상씩 불시점검을 실시했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방법은 똑같았지만 이번에는 소통이 좀 부족했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간담회에 참여한 이혁준<컴퓨터공학과 석사4기> 군은 “생각했던 것보다 운영팀에서 소통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며 “사과를 명확히 하고 있진 않지만 나름의 노력을 하는 듯 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소통을 유도하기 위해 ‘불시순찰’이라는 말의 위화감을 줄이자는 방안도 나왔다. 인재 3관의 방역을 실시했을때도 불시점검과 동일하게 강제 개방이 이뤄졌지만 학생들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번 불시점검에 반발이 많았던 이유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일방적인 점검을 받는다는 느낌이 강했기 때문이다.

한편 생활관자치위원회 회장 김경환<공학대ㆍ건설환경공학과 05> 군은 향후 지속적인 소통에 대해 “카페가 있지만 활성화가 되지 않아 향후 활성화할 계획”이라며 “발로 뛰는 형식으로 학생과 소통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가연 기자
일러스트 김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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