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의 쉼터인 동아리 활동공간 보장돼야
학생의 쉼터인 동아리 활동공간 보장돼야
  • 취재부
  • 승인 2006.01.05
  • 호수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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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특히 방학이면 유별스러운 취업학원이 되버린다. 토익 포스터는 학교 곳곳에 채워져 있다. 학생수보다 많은 포스터가 잠깐 학교를 찾은 나를 유혹한다. 취업 준비하는 게 뭐가 나쁘냐만은 학교가 취업을 목표로 하는 학원이 되어버린 이 겨울이 못내 아쉽기는 하다.
내 동아리 날적이에 한 선배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낑낑대고 백삼십팔개의 계단을 오르고, 거기서 다시 옥상까지 숨 가쁘게 오르고 나면, 그간의 힘들었던 모든 것이 탁하고 풀리면서, 숨 가쁘게 뛰어온 일상을, 나를 이곳에서 뉘인다. 그래서 친정집이 좋은가 보다.’

선배의 말처럼 내게 동아리는 쉼터였다. 마음을 뉘이고 기운을 담아갈 수 있는 그런 곳. 선후배, 동기 가릴 것 없이 때 되면 모여들어 밥을 삼키고 술잔을 부딪치는 그런 곳이다. 못다 잔 잠을 채워주는 것도 이곳의 소파고, 발가벗고 글을 써낼 수 있는 곳도, 내 눈을 촉촉이 적실 수 있는 것들이 한웅큼 있는 곳도 이 곳이었다. 내게 대학 3년 동안 이 곳은 지금껏 사귀어 온 친구들과 다름없는 쉼터였다.

불현 듯 신경림 시인이 자신의 시를 사투리에 비유하셨던 강의가 떠오른다. 동아리도 일종의 사투리다. 같은 사투리를 쓰는 사람끼리는 미묘하고 섬세한 감정도 통하는 것처럼 이 곳에서 만난 우리도 그러하다. 무엇 하나를 수단으로 해서 사람끼리의 정을 쌓는 과정에서 우리의 정서는 그렇게 위로받고 있다.

그러나 학교는 이 쉼터가 어지간히 귀찮은 모양이다. 학교의 도움은 전혀 없이 동아리를 꾸려나가고 있다. 회비를 모으고 사비를 털어 청춘을 즐기고 사람을 가슴에 담고 일상의 위안을 얻고 미소를 나눈다. 학교는 오히려 동아리 폐쇄 혹은 이전이라는 엉뚱한 이야기나 하고 있다.

최근 인문대에서는 각종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그 사업 내용의 근간은 개개인의 능력 신장을 위주로 하고 있다. 두말할 나위도 없이 취업을 겨냥한 것들이 대다수다. 왜 그 중 단 하나의 사업도 동아리를 위한 것은 없는 것일까.

역시 학교는 학교이길 포기하고 취업학원의 길을 선택한 것인가.
혹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취업학원에도 휴게실이 있음을 상기했으면 한다. 내게 동아리가 3년 동안 힘을 줬다면 다른 누군가에게도 그렇게 힘을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박상미 <인문대·국문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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