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대학의 합작품, 비정규강사
정부와 대학의 합작품, 비정규강사
  • 우지은 기자
  • 승인 2010.11.13
  • 호수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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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 강사의 양산은 대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
▲ 3년이 넘도록 천막 농성 중인 김동애(왼쪽)·김영곤(오른쪽) 강사
사통위는 지난 달 25일 대학시간강사 처우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167일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시위를 진행 중인 대학시간강사 부부 김동애ㆍ김영곤 강사를 만나 이유를 물어봤다.
                                                          
비정규직 교수는 왜 생겨났고 이는 대학에 어떤 영향을 줬나 
-헌법의 교원 지위 법정주의에 따라 강사는 교원이었다. 하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학의 비판을 제거하려 강사의 교원 지위를 박탈했다. 전두환 시절 졸업정원제를 실시함으로써 강사 세 사람이면 법정 전임교수 한 사람으로 쳐 줬다. 그렇게 대학은 강사를 ‘세’사람 고용함으로써 대학의 기업화의 근거를 마련했다. 김영삼 정권 때 신자유주의가 들어오면서 강사 고용은 일반화됐다. 법적 신분을 보장받지 못하니 대학엔 비판적 젊은 강사가 사라졌고 이는 학문의 자유와 비판이 없는 대학을 초래했다.

시간강사제도 폐지 발표 이후에도 농성을 계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통위가 새로이 발표한 법안인 기간제 강의전담교수 역시 결국 시간 당 8만원으로 1년 계약하는 여전히 ‘비정규’교수일 뿐이다. 더욱이 2013년까지로 제한적이다. 특히 대학전임교수 충원율의 20%를 비정규교수로 채운다는 것에 결정적 함정이 있다. 현재 대학의 법정 교수 의무 충원율은 61%로, 이 안이 입법될 경우 41%로 하락하게 된다. 대학은 정규 교수를 뽑지 않아도 될 구실이 만들어진다. 해결을 위해선 강사의 교원지위를 회복하되 법정 교원 충원율 외로 해야 한다.

강사의 교원 지위 회복에 반대하는 대학과 의원들의 논리는 무엇인가
-정규직 교수는 비정규직 강사에게 있어 사용자이자 관리자일 뿐이다. 강사는 이들이 논문대필을 해달라고 요구하면 현실적으로 이 관행을 들어주고 묵인할 수밖에 없다.
현재 전임교수와 강사가 강의를 절반씩 담당함에도 전임교수는 연봉 1억원, 강사는 9학점에 0.1억원을 준다. 대학 입장에선 강의원가의 45%가 남으니 대학은 강사 임용을 확대한다. 요즘의 대학은 한낮 기업일 뿐이다.

대학생의 학습권과 시간강사제도 폐지는 어떤 연관을 갖고 있는 건지
-대학생에게 학습권은 교육의 최종과정인 대학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깨닫고 일자리 대책을 배울 권리다. 고대 조치원 캠퍼스의 경우 전체 인원 6천500명 중 경영을 전공하는 학생이 부전공을 합쳐 2천700여명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경영학과 나온다고 해서 모두 CEO가 될 수 없다. 결국 그들의 대다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 대학교육은 학생이 삶의 주인이 돼 앞으로의 삶을 고민하는 과정이 돼야하는데 대기업이 되고 있다.

학내에는 실무중심의 교육을 원하는 대학생이 많아지고 있다. 학생 스스로가 기업이 원하는 능력을 대학에서 배우고 싶다고 하면 이 또한 학습권으로서 존중돼야하는 것 아닌가
-기능인을 양성하는 교육을 통해 대기업에 취직했다 치자. 하지만 대학에서 실무교육만 받았으니, 90세까지 일하는데 필요한 상상력 부족으로 ‘사오정’으로 전략한다. 50세가 되면 대기업에 의해 쓸쓸히 버려지는 것이다. 취업을 넘는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려면 강의실에서 질문과 대답, 비판과 토론이 살아나는 교육이 돼야 한다. 그러자면 대학 강의의 절반을 담당하는 강사가 자신의 연구와 자유로운 강의를 하기 위해 교원의 지위를 보장받아야 한다. 어떤 학문이 장기적으로 전망과 가치가 있는지 학생 개개인이 판단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즉 비정규강사는 더 이상 우리 강사들의 안위를 위한 문제가 아니다. 대학생들은 자신의 학습권을 보장받기 위해 학습권의 전제인 대학 강사의 교원 지위를 회복하는 고등 교육법 개정안 의결을 국회에 요구해야 한다.

김동애 강사는 현재 지난 5월 자살한 고 서정민 박사 사건에 대한 진상위원회 구성 촉구를 바라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명예를 훼손했다는 이유로 정재호<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ㆍ조선대분회장>씨에 의해 고소당한 상태다. 끝으로 부부강사는 덧붙였다. 이 고질적 관행을 세상에 알리려한 9명의 희생을 알아줄 것, 시간강사를 무작정 안타까운 사람으로 보지 말라고 당부했다.      

사진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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