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감정 사이를 헤매는 당신에게
공정과 감정 사이를 헤매는 당신에게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11.07
  • 호수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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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요즘 상처 받으신 분들 계신가요. 칼에 베인 상처 아닌 사람이 남긴 마음의 생채기 말입니다. 사랑이나 사람 혹은 돈에 상처받으신 분 있으신가요. 상처가 치명적인 이유는 상처로 인해 받을 고통보다 그 사람과 관계가 단절됐다는 고통이 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자신의 마음에 차지하는 크기가 컸을 때 그 고통은 더 극대화되지요.

인간의 최대 강점이 뛰어난 두뇌라면 풍부한 감정은 약점이 아닐까요. 너무나 풍부해 상처받기 쉬운 감정 말입니다. 때론 생채기가 너무 커서 자신을 스스로 죽이는 자살이 발생하는 걸 보면 맞는 것 같습니다.

다들 경험하셨겠지만 사람은 감정이 격해지면 사리분별이 어려워집니다. 이치에 맞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잘못된 말이나 행동을 하게 되지요. 후회할 것을 알지만 당장 격해진 감정을 해소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사람이기에 당연히 감정이 이성을 잡아먹는 실수는 종종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로 인해 어긋나버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노력은 필수이고요. 개인이라면 그 수습이 쉽고 간단할지 모르나 어떤 단체나 사회의 일을 처리하는데 그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이는 걷잡을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순간적인 감정에 의한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어떤 파급력을 갖고 있는지 알고 있다면 그런 일을 하지 말아야겠지요.

특히 대표라면 그런 일은 하지 말아야 합니다. 개인을 숨기고 감정을 깊은 곳에 묻어 둔 뒤 말과 행동을 해야 합니다. 특히나 공적인 자리에선 더욱 그렇지요. 개인적으로 봤을 때는 감정이 상하고 자존심이 상처받는 일일지라도 말입니다. 그게 올바른 일이며 곧 공정입니다.

공정. 요즘 어느 높은 분께서 너무나 강조하는 바람에 비웃음 사는 말입니다. 본래 그 분께서 강조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이미 우리 사회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사회가 민주화 되면서 사회 곳곳에 공정이라는 가치가 퍼진지 이미 오래입니다. 오히려 강조하시는 분의 행적과 말이 불일치를 이룸으로써 혼란을 부르고 있는 실정입니다.

얼마 전 시민들이 G20정상회의 포스터에 쥐 그림을 그려서 구속된 일이 있습니다. 구속사유는 국가와 G20정상회의에 위해를 끼칠 것 같아 예방하기 위해서랍니다. 어처구니 없는 이유입니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결과 때문에 구속이라니요.

과연 경찰관 개인의 과도한 충성 때문일까요. 혹시 누군가의 불쾌한 감정이 여과 없이 일선 경찰관들에게까지 전달된 게 아닐까요. 그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무언의 지시로 해석돼 전달된 일은 아닐까요. 물론 아무 의미 없는 무의식적인 행동이나 말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사람들의 책임일 수 있습니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관련자들에 대한 징계나 처벌로 이 같은 일들이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러나 슬프게도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몇 년 사이에 일상이 될 만큼 되풀이되고 있음이 슬픈 예감을 증명합니다.

혹시 그런 ‘오해’받는 게 억울하시다면 행동으로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행동이 아닌 정책으로 보여줬으면 더 좋겠습니다. 당신의 입을 통해 듣는 공정보다 우리가 당신을 공정이라 부르기 위해선 정책이 효과적입니다.

당신이 공정과 감정 사이에서 헤매지 않고 어서 본연의 자세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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