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술년 한양공동체에게 바란다
병술년 한양공동체에게 바란다
  • 취재부
  • 승인 2006.01.05
  • 호수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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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양 배움터를 관통하는 주요 관심사는 취업이었다. 청년 실업 50만이라는 말은 고유명사가 됐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우리 대학생들은 취업을 위한 토익 광풍에 너도나도 편승했고 우선 내가 먹고 살아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이것을 가리켜 우리는 이기라고 표현한다.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좀머씨 이야기>에서 좀머씨는 “나를 좀 제발 그냥 놔두시오”라고 외친다. 그와 소통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그에게는 폭력일 뿐이다. 타인에 대한 관심을 요구하는 것은 어느새 폭력 아닌 폭력이 돼버렸다. 우리는 서로 경쟁하지 않을 수 없는 힘겨운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역설적으로 인간은 관계를 맺어가면서 살아가고 있다. 네가 있고 그가 있으며 그녀가 있다.

밝아오는 병술년 하늘 아래 펼쳐진 우리학교의 신년을 생각해 본다. 미래를 걱정하며 힘겹게 살아가는 가운데서도 내가 아닌 너와 우리를 생각할 수 있는 우리학교를 소망한다. 지난 을유년의 캠퍼스를 추억하면 높고 높은 가을하늘 아래 펼쳐진 ‘한양이 하나되어’ 단결된 모습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없었다.

한양공동체. 우리는 축제와 같은 이벤트를 통해, 그리고 한양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난 곳에서의 만남으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확인한다. 그러나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선거 때만 되면 대립하는 모습에서, 수업 종료와 동시에 공동화 현상이 일어나는 캠퍼스의 모습에서 우리라는 단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학생회가 끊임없이 학우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것을 보면 학우들은 그만큼 우리라는 단어로 하나 되는 데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 아니 타인에 대한 관심과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약화되고 있지는 않은지 조심스럽게 우려해본다.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제 불가능한 일이라면 사회문제를 자신의 문제처럼 생각해 고민하고 행동하는 사람,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토익학원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 공부보다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 마시기를 더 좋아하는 사람, 주변의 동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소외된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에 대해 작은 관심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그들이 대화를 필요로 하고 소통을 필요로 할 때 그들에게 무신경한 시선을 주지 말았으면 한다. 이제 우리 캠퍼스 내에는 나와 다른 너에 대한 무관심과 편견보다는 관심과 사랑을 통한 소통만이 가득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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