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되지 않은 성공, 한류
설계되지 않은 성공, 한류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11.06
  • 호수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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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되지 않은 성공, 한류
최근 ‘신 한류’라는 단어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일본에서는 소녀시대, 카라 등 걸그룹들의 인기가 예사롭지 않으며 한국 드라마에 매료된 ‘한류 처’들 때문에 많은 일본 남성들이 난감해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1990년대 후반부터 중국과 동남아에서 시작된 한류 바람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리라는 우려에도 ‘욘사마’ 열풍으로 번져 다양한 분야에 걸쳐 넓게 확산됐다.

사람들이 한류를 보면서 흐뭇해하는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우리는 그동안 우리  문화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 전통은 고루하고 대중문화는 저급하다고 생각했다. 우리 젊은이들이 미국이나 일본의 대중문화에 열광하는 모습에는 익숙했지만, 외국인들이 우리 문화에 환호를 보내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한류는 문화적 열등감을 날려 보내고 자긍심을 일깨워준 일등공신이다.

둘째, 문화산업은 한국 경제를 살릴 핵심 산업이다. 일본의 한 경제연구소 추산에 의하면 드라마 '겨울연가' 한 편의 경제적 효과가 2조3천269억 원이라 한다. '걸어 다니는 기업'이라는 보아는 잠재적 경제가치가 약 1조원에 이른다. 한류는 브랜드 파워를 높임으로써 다른 상품의 수출에도 기여한다.

한류 현상엔 두 가지 중요한 특징이 있다. ‘설계되지 않은 성공’이라는 게 그 하나다. 물론 실질적으로 한류를 가능케 한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러한 성과를 염두하고 전략을 세워 추진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것이다.

또 한류의 주역은 치열한 국내경쟁을 통해 단련된 대중문화였다. 대중가요는 정책적 배려가 전무한 상황에서 무차별적으로 수입된 팝송과의 경쟁 끝에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국외로 진출했다. TV 드라마의 경우, 무리한 시청률 경쟁으로 인해 비난받은 적도 많았지만 결국 이웃 국민까지 감동시킬 만큼 뛰어난 작품들이 탄생하게 됐다. 경쟁은 쓰나 그 열매는 단 것이다

그렇다면 한류 열풍은 계속될 것인가. 문화·예술의 세계는 '불확실성의 세계'다. 문화란 인간의 마음에 호소해 감동을 일으키는 것인데, 사람의 마음은 변덕으로 요동치기 때문이다. 즉 문화·예술에 대한 투자는 언제 어떤 식으로 열매가 맺힐지 예측이 어렵다.

여행스케치가 불렀던 ‘산다는 건 그런 게 아니겠니’라는 노래의 후렴부에 이런 구절이 있다. “알 수 없는 내일이 있다는 건 설레는 일이야 두렵기는 해도.” 한류 뉴스를 접할 때마다 인생은 경이롭기에 살 맛 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미래는 불확실하기에 불안하기도 하지만 한류처럼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기쁨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인생을 살며 눈앞의 사건에만 조급해하기 보단 느긋하게 기다릴 필요가 있다. '기대하지 못한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이야말로 한류의 가장 큰 교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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