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차와 신뢰 무너뜨린 학과 통폐합
절차와 신뢰 무너뜨린 학과 통폐합
  • 한대신문
  • 승인 2010.10.30
  • 호수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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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뿔났다. 영화학과 학생들은 학교의 예의 없는 처사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이들은 2011학년 시행되는 연극ㆍ영화학과 통폐합에서 △학생 의견 배제 △일부 교수 의견만 수용 등 절차상 문제를 지적하며 통폐합 무효를 외쳤다. 이미 통폐합된 형태로 2011학년 수시모집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이들의 주장은 무모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제기한 문제에 대해 통폐합을 주도했던 연극ㆍ영화학과 교수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관련 교수들은 겉으로만 민주적 절차를 지키려했을 뿐 교육 당사자인 연극ㆍ영화학과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시도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교수들은 교수 내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고 학생의 의견이 전혀 담기지 않은 학과 통폐합 건의안을 교무처에 제출했다. 이는 학생과 의견을 달리하는 교수들의 신뢰를 저버린 동시에 절차를 무시한 처사다. 무리한 밀어붙이기로 인해 통폐합된 형태로 수시 모집이 이뤄지고 있는 시점임에도 계속해서 잡음이 발생하고 있다.

학생의 의견이 수용된 것처럼 통폐합을 진행해 이를 수용하지 못한 학생들에게 끊임 없이 반발을 사고 있다. 또 통폐합에 대해 반대하는 교수가 이견서를 제출했다가 명확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은 채 다시 철회하는 등 해당 학과 학생들에게 교수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교수들뿐만 아니라 사제 간의 신뢰관계 또한 해치고 있다. 학생들 사이에서 교수 간의 알력다툼으로 영화학과와 연극학과가 통폐합되고 있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에 구성원 간의 합의가 전제되지 않은 채 진행된 연극ㆍ영화학과의 통폐합이 그대로 유지된다 해도 사제 간의 신뢰관계가 무너진 상황에서 원활하고 밀도 있는 수업과 가르침이 이어지기 힘들다.

이는 연극학과와 영화학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 상황 때문에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 학교 전체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다. 삐걱대는 학과 운영으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통폐합된 연극ㆍ영화학과에선 기대하는 인재가 양성되기 힘들다.

뜻을 달리하는 교수와 학생들 간의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일방적인 통폐합을 멈추고 협상 테이블을 마련해야 한다. 학과 통폐합이 학교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면 학생과 교수 구성원 모두에게 학과 통폐합이 필요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갈등 과정에서 금갔던 신뢰관계를 회복하는 동시에 처음으로 돌아가 그들이 간과했던 기본을 다시 세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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