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가 된 벽화달동네 골목풍경_청주 수암골
동화가 된 벽화달동네 골목풍경_청주 수암골
  • 류민하 기자
  • 승인 2010.10.09
  • 호수 13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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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가깝게 맞닿은 우암산 아래 첫 동네 청주 수암골. 수암골은 본래 한국전쟁 당시 피난민들이 정착해 살던 마을이다. 70년대 주택개량사업을 거치며 지붕이 슬레이트로 교체됐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언덕길에 허름한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 있는 달동네에 지나지 않았다.

달동네 수암골은 청주시의 2007 공공미술 프로젝트 이후 달라지기 시작했다. 예술단체 회원과 대학생 화가들이 골목길에 삶을 그려 넣겠다며 붓과 페인트 통을 들고 나선 것. 초라한 벽이 캔버스가 되고 쩍쩍 갈라져 있던 담벼락에는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걸렸다. 가파른 계단도 도레미파솔라시도 피아노 건반이 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온 마을이 동화로 가득해졌다. 향토 예술가들의 노력이 재개발로 철거될 예정인 서글픈 공간을 아름다운 벽화 마을로 바꿔 놓은 것이다.

이어 수암골은 두 개의 드라마 촬영지로 선정되면서 사람들로 붐비기 시작했다.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주인공 초인과 영지가 알콩달콩 사랑을 키워나갔던 새 삶의 터전이 마을 안에 있다. 얼마 전 37%에 달하는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고 종영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주 무대로 등장했던 팔봉제빵점도 마을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80여 가구의 주민들만 살던 수암골엔 이제 하루에 수백명 이상이 다녀간다.

골목마다 기발하고 따뜻한 벽화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는 가족들과 연인들이 북새통을 이룬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주민들 시선이 좋지만은 않다. 마을 곳곳엔 밤 9시 이후 관람을 자제해달라는 표지판이 붙어있다. 유명세 이후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수암골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호소하기도 한다. 최근 모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했던 이화마을 날개벽화는 관광객이 몰려 소음이 심각해지자 주민들의 부탁으로 결국 작가의 손에 지워졌다. 행복한 동화와 닮은 수암골이 관광객들의 부족한 배려로 좋지 않은 결말을 맞길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글ㆍ사진 류민하 기자  rmh719@hanyang.ac.kr
사진 심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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