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분에 3천만원, 연예인 모시기 대학축제
10분에 3천만원, 연예인 모시기 대학축제
  • 우지은 기자
  • 승인 2010.10.09
  • 호수 13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생 참여 의식 개선과 학교의 주도적 움직임 필요

▲ ERICA캠퍼스 축제 중 인기 연예인의 공연에 많은 학생들이 환호하고 있다.
“○○ 대학 이번 축제에 △△온데!”, “아, 우리 총학 뭐 하냐. 옆 □□ 학교는 게스트 빵빵 하던데!” 대학축제기간, 학생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는 자리에서 대화가 오간다. 연예인이 온다는 말에 학교일에 관심 없던 학생들이 한데 모여들고, 인기 연예인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시대. 요즘 대학가에선 대동제의 진정한 의미인 ‘모두 하나 되자’가 퇴색되고 있다.

축제 예산으로 연예인 먹여 살리기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이하 총학)는 애한제를 위해 학교에서 지원받은 교비 2천만 원 중 1천6백만 원을 인기 그룹 슈프림팀과 미스에이를 섭외하기 위해 지불했으며, 연세대 응원단 아카라카는 봄 축제의 일부분인 응원제에 학생들로부터 1만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입장료는 꾸준히 오르고 있음에도 ‘모교’의 축제를 즐기기 위해 재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입장료를 지불해야 한다.

익명을 요구한 연세대 학생 A는 “내가 다니는 대학의 축제를 관람하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이치”라며 “학교나 응원단 입장에서도 연예인을 많이 섭외함에 따라 매년 이슈가 된다는 점에서 언론 홍보효과를 즐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네티즌은 “티켓 수입만 1억 3천여만 원인데 이는 30명 이상이 한 학기 등록금을 면제 받을 수 있는 금액과 같다”며 비판했다.

제주도의 A 대학은 축제 기간의 연예인 행사비용으로 전체 행사비의 70%를 사용하기도 했다. 일부 연예인들의 경우 원하는 조명 등 요구사항이 까다로워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연예인 섭외 비용은 축제 예산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경희대에서 발표한 「대학 문화 기획의 방향성 연구」논문에 따르면 대학축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행사를 묻는 설문 조사에 연예인 공연이라고 응답한 학생 비율이 전체의 33.43%로 1위를 차지했다. 이원걸<학생처ㆍ학생지원팀> 과장은 “예전과 달리 연예인 공연이 대학 축제의 대표적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값비싼 섭외비는 또 다른 결과를 낳고
학생들이 원하지 않는 행사비용이었음에도 이를 등록금 인상의 이유중 하나로 제시하는 대학도 있다. 서강대는 올해 초 개교 50주년 행사비용 때문에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B는 “물론 개교 행사가 많은 예산이 소요되는 행사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출연료가 비싼 티아라ㆍ2AM 등 유명 연예인 섭외는 전적으로 학교 마음대로 결정한 것”이라며 “사전에 학생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지출 후 이를 등록금 인상의 한 원인으로 몰고 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강대 총학생회 권홍택<서강대ㆍ컴퓨터공학과 08> 부총학생회장은 “당시 학교 측에서 외부 언론에 공표할 때는 행사비용도 등록금 인상의 원인 중 하나라고 말했음에도 후에 학내 이슈화 돼 총학이 항의했을 때는 1억 원 가까이 되는 비용을 동문들의 모금을 통해 충당했다고 말을 바꿨다”며 “원래 총학생회 주최의 봄 축제와 가을 서강 문화제의 경우 연예인을 일부러 섭외하지 않는데 오히려 학교가 더 지나친 듯하다”라며 비판했다.

올해 초 숭실대는 신입생 환영회를 위해 장충체육관을 빌려 유명가수들을 섭외했다. 예산 낭비에 항의하려는 총학 측과 학교 관계자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으며 서경대는 올해 신입생 환영회를 특급호텔에서 개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비싼 대가를 지불하고 섭외해온 연예인이다 보니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는 학생들의 관심을 최대의 효과로 끌어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마지막 순서에 연예인 공연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학생 C 는 “사실 이 행사들의 비용이 실제 등록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더라도 대학의 축제나 행사 프로그램이 새로운 형식으로 진행되기 보단 연예인 공연에 맞춰 늘 똑같은 형식으로 편성되는 것은 문제”라며 “축제ㆍ행사에서 연예인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이 특권처럼 생각하는 분위기는 명백히 바꿔야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축제 어떻게 바꿔야 하나
우리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유승호<경영대ㆍ경영학과 04> 사무국장은 “총학 입장에서도 연예인으로 인한 일시적 관심이 아닌 축제 기획부터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 프로그램이 진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며 “하지만 실상 학생들의 참여도는 매우 저조하다”고 말했다.

이 과장도 “대학축제에 연예인이 주가 되는 것은 분명히 옳지 않다”며 “하지만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요즘의 학생들을 모으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연예인 섭외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대학 스스로 대학축제의 문제점을 인식하고는 있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부족함에 따라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지난 4월 대구대에서는 토론회가 열렸다.

주관을 맡은 김현수<대구대ㆍDU문화원> 실장은 “요즘 총학은 인기가수로 관심을 모으는 데에만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진정한 대학 축제를 만드는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며 “일시적 소비가 아니라 교육적 목표를 지향하는 대학 축제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실제 대구대는 이 토론회를 시작으로 매 축제마다 진행되던 학과단위의 주막촌이 사라지고 전공과의 연관성을 가진 놀이와 취업관련 프로그램으로 색깔이 변하고 있다. 김 실장은 “학생회의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더 나은 축제가 꾸준히 유지ㆍ발전 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토론회를 계속적으로 개최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학교 측에서 먼저 대학축제의 올바른 방향 정립을 위해 다가서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006년 경희대학교에서 실시한 「대학 문화 기획의 방향성 연구」논문의 설문 조사에 따르면 바람직한 대학축제 기획의 주체를 묻는 질문에 전체 49%가 교수ㆍ학생ㆍ직원 대표단의 3주체를 답했다. 이는 대학문화가 학생들만의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로 대학축제의 위기에 교수와 직원도 일부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공연예술저널』에 실린 ‘대학축제 이대로 좋은가’의 저자 김미도<서울 산업대ㆍ문예창작과> 교수는 “대개 대학축제는 개교기념일을 전후해 개막되는 경우가 많고 학교 당국의 행사와도 연결되는 지점들이 많아 대학 본부가 축제에 개입하면 학교와 학생 모두 일거양득”이라며 “예를 들어 △각 대학 신문사 주최로 열리고 있는 학내 백일장 △장학생ㆍ공로학생 등에 대한 표창 등을 학교가 축제 기간을 활용해 지원하면 학부모와 학생 참여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 심소연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