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8회 한대신문 문예상 가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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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부
  • 승인 2005.12.06
  • 호수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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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시간의 길을 가다가

                                                         박숙영<국문대 국문 03>


단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바삐 추를 움직이는 시계를 보는
테이크아웃점의 바리스타(Barista)
6시에 그는 퇴근준비를 한다
창밖을 보니
비가 올지도 모를 흐릿한 하늘

바리스타의 차는 샹젤리제의 거리를 달리다
빨간 불에 차를 세우며 문득 백미러를 본다
귀밑에 프림이라도 묻은걸까…

아슬하게 차선을 밟고 온쉼표처럼 멈춰 있는 차 한 대
그 차 안에서 마흔일곱의 사내는
시간이 하얗게 쇠어버린 것을 알았다

바리스타는 정지 없이 이어지는 길 위에서
백미러에 얼굴을 들이대고
벌서듯 두 손을 귓가에 대고
삐져나가는 시간을 향해 헛손질을 해본다
아무리해도 프림이 묻은 머리칼은 쉬이 뿌리를 보이지 않는다


멈추지 않는 시간의 길에서 바리스타는
문득 바리케이드가 치고 싶어졌다
[유턴할 수 없는 길에서 갑자기 역행하고 싶어졌다]

유턴이 되지 않는 길에서
비상등을 켠 온쉼표 하나가 샛노란 두 줄을 넘는다
온쉼표는 마치 2분쉼표처럼
바뀌길 바란다


가로수에서 떨어져 나온 누런 낙엽하나가
서늘한 바람을 타고 유턴하는 차를 따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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