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시작
박선영<국문대 국문 03>
소소한 일상과 지독한 고집을
동시에 머금은 듯한 색깔이 마음에 든다.
처음엔 네게 이유를 밝히진 못했지만
나는 시를 쓰기 전에 털실가게에 갔던 것이었다.
마치 원래 뜨개질에 관심이 있던
사람처럼.
우는 어린애에게 엄마젖을 먹이듯
너에게 나는 글로 짠 옷을 입혀주고 싶구나.
자음과 모음 뭉치를 풀어 조합한 부끄러운 나의
얼개가
네 몸에 꼭 맞는다면···
따뜻하다고 말해줄 것 같기도 하구나.
혹, 형태가 비뚤거나
올이 하나라도 빠지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한다.
밤을 밝게 바꿀 수는 없어도
붉은 인이 그득히 묻은 종이 위에 성냥개비를 긋다보면
아침도 오기 마련이다.
내 어둔 날의 詩作도
화로에 땔감을 지펴넣는다기보다는
거느리기에도 아직 익숙찮은 대바늘에다 코를 거는 일.
다 짜낸 옷 속의 온기를 상상하는 것은
흔들의자에 앉은 자의 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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