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바이트를 통해 삶을 배워요”
“아르바이트를 통해 삶을 배워요”
  • 김명지 기자
  • 승인 2010.09.18
  • 호수 13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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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는 시대를 따르는 대학생과 아르바이트

사회가 변했다. 취업문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이란 말을 일상용어로 쓰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통계에 따르면 전체 직장인 가운데  2004년 정규직 비율은 81.2%에서 58.1%로 줄어든 반면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비정규직 비율은 16%에서 40.1%로 늘어났다.

아르바이트 활동을 반복하며 생활을 영위하는 프리터족은 이런 현상의 단면이다. 누군가는 “한국 사회의 프리터족은 진정한 꿈을 찾아 가는 것이 아니라 취업난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하게 되는 생활”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의미야 어찌됐든 청년층의 아르바이트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대학생 아르바이트의 오늘
오늘날 많은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포털 ‘알바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대학생들은 응답자의 60.4%를 차지했다. 대학생 두 명 중 1명 이상이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한국직업사전’에 오른 직업 명칭 수는 1969년 3260개에서 2003년 1만2306개로 34년 만에 4배 가까이 증가했다. 2011년 다시 펴낼 ‘한국직업사전’에서는 더 많은 새 직업이 추가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윤<알바천국ㆍ마케팅팀> 팀장은 “현재의 직업군 중 아르바이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5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처럼 확대된 아르바이트 시장 속에서 선택권이 넓어진 대학생들은 보다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됐다. 김현호<법대ㆍ법학과 04> 군은 “아르바이트를 하기 전에는 직업 세계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었는데 아르바이트를 통해 녹록치 않은 현실의 벽을 뼈저리게 실감했다”고 말했다. 김미현<고려대ㆍ교육학과 09> 양은 “영어 캠프 도우미나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인연을 이어나갔던 경험이 있다”며 “그들을 가르치고 함께 활동하면서 아는 것과 가르치는 것의 차이를 깨달았다”고 전했다.

아르바이트의 종류가 많아진 만큼 대학생들의 호불호도 뚜렷이 갈린다. 안수정<알바몬ㆍ홍보팀> 대리는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아르바이트는 전통적으로 매장 관리 및 서비스, 이벤트 분야 등”이라며 “관공서 및 공공기관, 대기업 사무보조 등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이유로 △비교적 쉬운 업무 접근성 △취업 시 영향을 발휘하는 경력으로서의 이점 등을 꼽았다. 안 대리는 “매장 관리 및 서비스 등은 특별한 자격 조건 없이 비교적 빠르게 구할 수 있다는 높은 접근성으로 인해 대학생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며 “또 관공서 및 공공기관 아르바이트는 많은 학생들이 취업준비의 일환으로 여겨 전략적 스펙 쌓기로 이용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반면 기능직, 생산직과 고객 상담 업종은 학생들의 기피대상 1순위인 아르바이트다. 학생들이 업무에 숙련되지 못한 처지인데다 업무에 대한 두려움까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안 대리는 “기능직은 용역 회사와 연계해 일한다는 사실 때문에, 고객 상담직은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제가 정착돼있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부담을 느낀다”고 전했다.

“무엇이 달라졌나” 아르바이트가 걸어온 길
아르바이트 구인ㆍ구직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의 조사에 따르면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이렇다 할 화이트칼라 직종조차 없었을 정도로 직업 시장이 협소했다. 아르바이트를 비롯한 직업 시장이 활성화하기 시작한 것은 경제 규모가 커진 1970년대부터다.

초창기 가장 대중적인 아르바이트는 과외 학습지도였다. 사범대학이나 기타 인기 학과 학생들은 아예 가정교사가 되기도 했다. 1980년 과외 전면금지 이전까지 과외 활동은 우수한 대학생들에게 있어 괜찮은 일거리였다. 1998년 과외 활동이 정상화되면서 과외 학습지도는 다시 대학생들의 각광받는 아르바이트가 됐다.

1980년대까지 음식 서빙이나 공사장 노동 등에 편중돼있던 아르바이트는 1990년대 이후 일명 ‘심부름 아르바이트’라 불리는 대행 아르바이트 시장을 형성하며 더욱 확대된다. 독신 가정의 형성과 생활의 편리함을 강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맞물렸기 때문이다. 심지어 아르바이트생 대신 아르바이트를 해주는 아르바이트까지 생겨났다.

대학생들의 아르바이트 활동 범위가 넓어진 것 또한 아르바이트의 변화 중 하나다. 안 대리는 “매장관리, 서빙, 사무보조 등에 머무르던 대학생 아르바이터들의 역할이 피팅 모델, 레저 가이드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며 “목적과 적성에 따라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 오늘날 대학생 아르바이트 문화의 특징”이라고 전했다.

국가 정책 기조의 변화가 아르바이트 시장에 반영된 점도 눈여겨 볼만하다. ‘푸시맨’과 ‘커트맨’ 아르바이트가 대표적 사례다. 1974년 서울 지하철이 운행되기 시작한 이래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들이 급증했다. 1990년대 초 ‘푸시맨’은 이들을 지하철 안으로 밀어 넣는 역할의 아르바이트로 시작됐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뒤 ‘푸시맨’의 반대 역할인 ‘커트맨’ 아르바이트가 생겼다. 효율을 위해 넘치는 승객들을 무리하게 싣는 방식에서 안전하게 승객 수를 제한하는 방식으로 변한 것이다. 이 팀장은 “성장보다는 안정이라는 정책 변화가 아르바이트 문화에 반영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낯선 아르바이트와의 만남
『혜교가 선배를 통해 모닝콜 아르바이트를 맡게 됐다. 간단한 일이라 생각하며 즐거워하던 그녀는 점차 모닝콜 대상자들에게 자신이 모르는 어려운 정보를 제공한다거나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일로 부담을 갖게 된다. 그녀는 결국 다른 이에게 일을 떠맡겨 돈을 벌지 못한다. 그러나 혜교의 주변사람들은 그 사실을 모른 채 그녀에게 생갈비 고기를 뜯어먹는다』.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의 한 장면이다. 이야기 속 혜교가 무심코 시작한 모닝콜 아르바이트는 요청받은 시각에 맞춰 고객을 깨우는 일이다. 긴 시간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확한 시간관념이 중요하기에 부지런한 사람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이와 같은 이색 아르바이트는 낯설긴 하지만 잘 찾아보면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웨딩 이벤트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도입한 결혼식장 하객 도우미 아르바이트는 결혼식 하객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 많은 신랑ㆍ신부들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아이폰 레슨, 애완견 중매 등도 이색 아르바이트의 대표적 사례다. 아이폰 열풍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아이폰의 기본적 사용법을 배우길 원하게 된 것이다. 애완견 중매 아르바이트생들은 커뮤니티를 통해 애완견들의 짝을 지어주는 일을 한다. 이 과장은 “사람이 개를 중매한다는 것이 다소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높은 수익이 보장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이색 아르바이트에 대해 우려하는 학생들도 있다. 이효진<건국대ㆍ국어국문학과 10> 양은 이색 아르바이트에 대해 “의도가 참신한 것 같고 재미있을 것 같지만 충분한 수요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사진 심소연 기자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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