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지 한자리만 빼앗긴 것이 아니다
단지 한자리만 빼앗긴 것이 아니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9.13
  • 호수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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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전제군주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로 넘어오면서 사회를 이끌어가는 제일 근본적인 이념 중에 하나는 자유였다. 자유는 신체와 자신의 인격의 자유는 물론이고 이에 기본이 되는 기회의 자유를 모두 포함한다. 오래 전부터 지배층은 피지배층의 지배계층으로의 진입을 원천적으로 막으며 자신들의 권익을 유지하고자 하였다. 피지배층은 억압으로부터 벗어나고 그들의 삶을 유지해 나갈 수 있는 기회의 자유를 많은 투쟁을 통해 쟁취해왔다. 이처럼 사람에게 있어서 자유란 삶을 살아가는데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또한 삶의 의지의 표현 방법인 것이다. 우리에게 자유의지가 주어져 있지만 사람에게는 선천적으로 부정할 수 없는 다른 조건들이 있다. 사소하게는 신체적 특징뿐만 아니라 이번에 문제가 된 사회적인 조건의 차이까지 사람에게 태어나며 주어진 상황은 많이 다르게 마련이다. 누구는 이런 것을 운명이라 부르기도 한다. 여기서 사람에게 주어진 운명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철학적 논제는 뒤로 미루더라도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이 다르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인 것이다.

만약 우리가 유명환 장관 자녀의 특채 사건을 ‘주어진 조건이 다르니까 어쩔 수 없다’라고 인정하면 불공평한 선발로 특별채용을 했다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유명환 장관의 딸에게 주어진 기회로 인해 채용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에게서 기회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그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의 문제만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사건을 보며 분개하는 것은 시험을 준비하는 고시생들의 기회의 자유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이루고 있는 가장 기본이념인 자유의 박탈이라는 문제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된다라는 말은 우리가 과거의 일을 통해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사회가 혼란해지면 지배층은 그 기회를 이용해 자신들의 이권을 유지하려 노력하며 결국 그러한 폐쇄성은 사회를 붕괴로 이끌게 된다. 이것은 역사 속에서 수없이 반복되어온 사실이다. 어쩌면 이번 사건이 그동안 자행돼왔던 특권층의 계층유지를 위한 행위라는 점이 사람들을 더욱 분노하게 만드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를 후대에 역사를 통해 보게 된다면 이런 작은 사건이 결국은 우리 사회의 붕괴를 이끄는 혼란의 시작일 수 있다.

사회가 지향하는 방향이 있고 우리가 근본이라 생각하는 이념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단순한 집단 사회를 이루며 살고 있는 동물들과 다른 점이 없다. 마지막으로 이번 특채논란을 많은 사람들이 고시생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사회의 근본이념에 대한 문제로 생각하였으면 한다.                                                                                  
                                                                                                        김창수<경영대ㆍ경영학부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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