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자
내뱉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자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9.06
  • 호수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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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말과 정제되지 않은 말이 쏟아지고 있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3월 말 경찰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면서 슬퍼하는 천안함 사태 유가족을 '동물처럼 울고 불고 하는' 사람들로 표현해 곤욕을 치렀다. 유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대전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천안함 희생용사들의 묘소를 참배한 끝에야 어렵사리 사태가 수습됐다. 40대 판사는 법정에서 70대 노인에게 "딸이 구치소서 죽는 꼴 보고 싶나요"라고 말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의 조치를 내릴 것을 법원에 권고한 일도 있다.

막말과 관련해 최근 언론에 잇따라 보도된 사례들이다. 시장 뒷골목에서도 듣기 힘든 거친 말을 사회지도층 인사들이 했다고 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쩌다 사회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나. 막말은 품위, 여유와는 거리가 멀다. 막말이 판치게 되면 에두르고 암시하는, 비유와 은유가 넘치는 화법은 자리를 잃는다. 그 자리를 직설적이고, 건조하고, 자극적인 말들이 차지한다. 사회가 거칠어지고 삭막해지는 것이다. 

대학 사회로 눈을 돌려보자. 지위를 앞세워, 나이를 앞세워, 학번을 앞세워 상대방에게 거친 언사를 하는 사례는 없나? 이 질문에 어느 누구도 "없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막말을 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언어 폭력이기 때문이다. '이 정도쯤이야', '피해자가 어찌할 수 없겠지'라고 쉽게 생각하며 무심결에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이다. 약자를 끌어안고 어루만져도 모자랄 판에 정신적 테러를 가하는 것은 비열하다. 문제를 삼는 경우 피해자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드러내는 것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문제가 불거지더라도 '공격자'는 농담이라거나 친근감의 표시로 한 것이라고 둘러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막말을 한 당사자가 사회적 지위가 더 높거나 힘센 사람 앞에서는 공손한 자세로 일관하고, 말실수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거친 말, 함부로 내뱉은 말은 피해자에게 모욕감을 안겨 준다. 그런 말을 듣는 사람은 가슴을 쥐어뜯으며 괴로워한다. 그런데도 정작 공격자는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도리어 강하고 자극적인 표현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이러는 사이 거친 말은 더 거칠어진다. 자극은 더 센 자극을 불러오게 마련이다. 이렇게 가다가는 언어예절은 실종되고 품격 없는 말이 판치게 될 것이 틀림없다.  

사람들은 말하는 내용으로 상대방을 판단한다. 막말은 그 말을 한 사람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그 사람의 인격을 갉아먹는 결과를 가져온다.  말은 무섭다. 한 번 한 말은 주워 담기 어렵다. 더욱이 요즘은 인터넷, 트위터 등을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가기도 한다. '미련한 자의 입은 멸망의 문이 된다' '관 속에 들어가도 막말은 말라' 등의 경구는 말의 무게를 잘 보여준다. 한 번 더 생각한 뒤에 말을 해도 늦지 않다. 진지하게 자신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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