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히는 대출조건 사람잡는 이자
숨막히는 대출조건 사람잡는 이자
  • 하동완 기자
  • 승인 2010.08.29
  • 호수 132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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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두 번 울리는 학자금 대출제도

새내기 대학생 A는 고시원에서 산다. 방학동안 공장에서 꼬박 일해 200만원을 벌어 고시원 방세를 충당한다. 그러던 A에게 고민이 생겼다. 지난 학기에 이어 이번 학기에도 학자금 대출을 받으면서 다달이 내야하는 이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A의 집안형편은 그리 넉넉지 못하다. 당장 내야하는 이자가 걱정돼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을 신청했지만 대출자격을 맞추지 못해 받지 못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일반상환대출을 받았다. 그 때문에 지금 매월 이자 4, 5만원씩을 내고 있다. 생활이 빠듯한 A에게는 한 달 몇 만원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A는 매달 내야하는 이자에다 점점 다가오는 상환날짜 걱정에 학기 중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있다.

당신에겐 머나먼 취업 후 상환대출
올해부터 시행된 취업 후 상환 학자금 대출제도(이하 든든 학자금)는 일정수입이 생길 때까지 대출금 상환을 유보해 주는 제도다. 하지만 정작 이 제도를 이용하는 대학생은 드물다. 지난 4월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학기 정부보증 학자금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39만5천387명이다. 이 중 취업 후 상환 대출을 받은 대학생은 10만9천426명이다. 시행 전 정부가 예상했던 84만 명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이 같이 이용률이 저조한 원인은 까다로운 대출조건 때문이다. △직전학기 12학점 이상 이수 △학점 평점 3.0(4.5점 만점일 경우) △만 35세 이하 등의 제한이 일반학생들의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특히 △장학금도 아닌 대출조건에 성적제한을 둔 점 △나이제한을 둠으로써 일부 대학원생들은 신청할 수 없게 된 점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연덕원<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점평점 B(3.0)이상을 요구하는 대출조건이 학생들의 이용을 가로막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취업 후 상환대출을 원하는 학생들의 경우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경우가 많아 학업에 정진하기 어렵다”며 “사정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한 취업 후 상환제라면 대출기준에 성적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복리의 마술, 불어나는 상환금
높은 이자도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학기에 비해 0.5% 줄어 5.2% 복리로 책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수치다.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특히 취업 후 상환제로 대출할 경우 원금의 3~4배를 갚아야 한다. 대학 4년동안 학비 4천만원을 대출한 학생이 28살에 초봉 1천900만원으로 취직해 원리금 상환을 시작할 경우 52세까지 총 9천700여 만원을 갚아야 한다. 원금에 이자가 붙고 그 이자에 다시 이자가 붙는 복리대출이기 때문이다. 최근 경제침체와 청년실업난이 맞물려 이 같은 이자를 제때 내지 못하는 대출자들이 늘고 있다.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지난 6월 교과부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의 연체율은 7.3%로 총 연체액은 2천억원을 넘는다. 그로 인한 신용불량자는 2만5천명을 돌파했다. 높은 학자금 대출 이자가 졸업 후에도 대학생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시작과 함께 사라진 취약계층 지원
새로운 학자금 대출제도가 도입되면서 기존에 있던 대학생 학자금 지원들이 폐지돼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지난 12월 참여연대 민생희망 본부가 작성한 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학자금 대출제도에서 있었던 △저소득층 무상장학금 450만원 지급 △등록금이 무상장학금보다 높을 경우 해주는 추가등록금 무이자 대출 △저소득층 생활비 무이자 대출 △차상위계층 장학금 105만원 지급 △소득분위별 이자지원이 폐지되고 지급하기로 예정됐던 저소득층 장학 예산 1천억 여원도 사라졌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봉정욱<교육과학기술부ㆍ민원관리팀> 팀장은 “학자금 대출사업의 취지는 모든 학생을 대학에 보내자는 것이 아니라 노력하지만 어려운 학생들을 돕자는 것”이라며 “한정된 예산으로 사업을 진행하다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높은 이자에 대해서는 “선진국들과 우리나라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해서는 안된다”며 “예산 상 어쩔 수 없는 문제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안진걸<참여연대ㆍ민생희망본부> 팀장은 “정부 예산 중 고등교육이 차지하는 부분은 극히 적다”며 “토목사업에 쓰는 예산 중 일부만 고등교육부문에 편성한다면 해결될 문제다”라고 꼬집었다. 또 “경제규모 세계 12위, 1년 세액 300조원을 자랑하는 우리나라가 OECD 기준과 맞지 않다고 하는 건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학자금 대출 대학별 차등화 논란
학자금 대출제도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교과부가 학자금 대출 대학별 차등화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과부가 대학별로 등급을 매겨 등급별로 학자금  대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대학별 등급 평가는 정원 충원률(35%), 취업률(20%), 1인당 교육비(10%), 상환율(10%), 등록금 인상수준(10%) 등 8개 지표를 통해 이뤄진다. 평가점수 상위 15% 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등록금 전액, 하위 15%대학에 다니는 학생은 등록금의 70%까지만 대출을 허용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봉 팀장은 “대학에 학생들의 학자금 대출에 대한 책임감을 줘 학교발전과 학생복지에 신경 쓰도록 하기 위함이다”라고 전했다. 이에 대한 학생들과 사회단체의 반응은 격렬하다. 안 팀장은 “낮은 등급을 받은 대학에 다니는 학생들에게 이중삼중의 고통을 주려한다”며 비판했다. 또 “정부는 학교가 책임지게 하겠다면서도 피해는 학생들이 받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 원인은 너무 비싼 대학 등록금이다. 지난 10년 간 물가상승률의 3배나 폭등한 등록금을 낮춰야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연 연구원은 “학자금 대출제도는 사형선고를 늦추는 것일 뿐 근원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며 “진정 대학생들을 위한다면 대출과 같은 임시방편이 아니라 등록금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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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4:00:09
이 글은 대학생 A의 경제적 어려움과 학자금 대출 문제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학자금 대출조건이 까다롭고 높은 이자율, 그리고 기존 지원 사항 폐지 등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한 대학별 등급 평가로 인한 차등 대출 계획 논란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대학 등록금의 폭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학자금 대출과 등록금 문제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