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학생회는 안녕하십니까
당신의 학생회는 안녕하십니까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08.29
  • 호수 1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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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간단한 퀴즈 입니다. 권중도란 이름을 들어보셨습니까. 중운위나 전학대회가 어떤 곳인지 알고 계십니까. 최정인이란 이름은 아시겠지요. 처음 두 문제는 못 맞추셨더라도 마지막 정답은 아실 꺼라 믿습니다. 만약 하나도 모르셨다면 당신은 공대학생회를 비난할 자격이 없습니다.

이번 사태의 직접 책임은 공대학생회의 잘못입니다. 중운위의 결정을 무시하고 전학대회의 절차를 뛰어넘었던 그들의 일방적인 독주는 학생회의 본분을 벗어난 자세였습니다. 자신들이 지금껏 반대해왔던 학교의 비민주적이고 독단적인 결정들을 그들 스스로가 보여준 꼴입니다.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서명운동으로 학생 여론을 조작한 모습은 여느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추악한 행태입니다. 선거를 통해 당선된 그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점은 자기부정과 다름없습니다.

우리는 이들이 이런 난동을 부릴 수 있었던 배경을 살펴야 합니다.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공대학생회장 탄핵이나 처벌조치보다 더 중요한 일입니다. 그들이 이번 일을 저지를 것을 막을 수 있었던 첫 번째 기회는 중운위였습니다. 각 단과대 회장과 총학생회 임원들이 모여 충분히 대표성이 확보된 자리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추진 중인 일에 대한 논의를 충분히 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하지만 전학대회로 사태의 향방을 논의하기로 결정하고 끝맺습니다. 두 번째 기회는 전학대회였습니다. 비상시에 열린 전학대회였지만 학생대표자들이 모여 학생총회 다음으로 큰 자리이기에 역시 대표성은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리는 성사조차 되지 않고 무산됩니다.

두 번의 기회만 있었을까요. 아닙니다. 우리가 모르는 수 없이 많은 기회가 있었습니다. 지난 2008년 당시 총학생회가 학생회비 횡령혐의를 받고 ‘중도’사퇴한 이후 외부단체가 교내에서 행사를 참여할 경우에 대한 학칙을 개정할 기회가 지난 2년간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학대회가 무산되고 선거가 파행을 겪는 등 여러 이유로 인해 결국 학칙 개정은 실패했고 똑같은 일이 되풀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찌 보면 정확한 학칙이 없으니 공대학생회가 이를 악용할 여지는 충분했습니다.

이 기회들을 활용하지 못한 학생대표자들을 비난하실 겁니까. 당신은 그럴 자격 없습니다. 앞서 설명한 여러 기회들은 학생대표의결기구를 통한 일들입니다. 그 기구들의 발판은 당신의 관심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했습니까.

51.02%. 이는 지난 3월에 있었던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선거 투표율입니다. 그 뿐인가요. 우리학교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종종 게시되는 학생회비 납부 관련 글들을 보면 당신이 과연 학생회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의심됩니다. 물론 교비도 있지만 학생회비는 총학생회를 비롯한 학생대표의결기구의 재정기반입니다. 대표기구라면 어떤 일을 하든지 비용이 소요됩니다. 큰 사업이 아니라 정기적인 회의가 열렸을 때 참가자들에게 지급할 물 한잔까지도 말입니다. 게다가 학생회비 횡령사건 이후 총학생회가 빚을 졌던 게 불과 얼마 전까지였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당신이 계속 학생회비 납부를 고민하시면서 학생회를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씀대로 민주주의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행사 유치 유무가 아닌 학내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며 공격입니다. 위협받고 있는 학내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선 당신의 조그만 관심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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