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보다 중요한 민심
표심보다 중요한 민심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07.24
  • 호수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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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대학생 토론 대회 뒤풀이 자리에서 나온 강용석 의원의 발언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상 여대생은 물론이고 수많은 아나운서 지망생들과 현직 아나운서들 그리고 대통령 내외에게 모욕감을 준 발언이었습니다. 이 발언 외에도 그동안 있었던 강 의원의 문제성 발언들이 계속해서 불거져 나와 논란은 그칠 줄 모르고 있습니다.

국민들은 믿기 힘들 정도로 질 낮은 발언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의 입에서 나왔다는 소식에 놀랐고 그에 대처하는 한나라당의 재빠른 조치에 한 번 더 놀란 눈치입니다. 중앙일보의 보도가 나오자마자 한나라당은 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제명조치를 내렸습니다. 제명이란 출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나라당 역사상 처음 있는 일입니다. 물론 8월 경 열릴 의원총회에서 2/3의 찬성을 얻어야만 제명이 확정되기 때문에 아직 지켜봐야 할 테지만 이례적인 조치라는 건 분명합니다.

이에 대해 곧 있을 재ㆍ보선을 염려한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논란이 커지면 선거에 큰 타격이 있을게 분명하기에 이를 막기 위한 움직임이란 뜻입니다. 국민들에게 자세를 낮추는 모습을 보이고 앞으로 있을 정치공세를 미리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야당에서는 이미 이 사건을 정치쟁점화 시킬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민주당은 '성풍'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내며 한나라당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실제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 사건을 성 스캔들이라고 지칭할 정도입니다. 민주당은 정치공세가 아니라곤 하지만 이런 움직임들도 역시 선거를 위한 포석에 불과합니다.

과연 민주당의 움직임이 올바른 것인지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거 때마다 각종 바람을 부르더니 이젠 성풍이라는 해괴망측한 용어까지 만들어가며 논란을 키우고 있을 뿐입니다. 정말 강 의원의 처벌 등 합당한 조치를 원한다면 강 의원의 처벌에 관한 논의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정비 등의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만 그런 모습은 없습니다. 오히려 전국아나운서협회가 의원직 사퇴를 요구하며 고소장을 접수시켰습니다. 지금 민주당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단편적인 예입니다. 그들이 바라는 건 강용석 의원 처벌과 사태의 종결이 아닌 민주당의 선거 승리입니다.

물론 한나라당의 처사도 비난에서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이번 강 의원의 발언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에서 보여줬던 추태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지난 날 술자리에서 잘못된 언행을 일삼아 자주 입방아에 오르내렸던 주성영 의원이 현재 한나라당 윤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보여줍니다.

당 소속 의원들의 윤리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윤리위원회의 부위원장이 윤리적으로 부족한 인물이라는 점은 한나라당의 윤리의식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증명합니다. 또 ‘아무리 그래도 동료의원인데 8월에 있을 의원총회에서 제명을 내릴 수 있겠느냐’는 한나라당 모 의원의 인터뷰를 보면 한나라당 역시 사태 해결의지가 약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선거가 끝나고 오랜 시간이 흐른 8월이라면 자연스럽게 사태가 무마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정녕 우리나라 정당들에게 가장 중요한건 선거뿐인 겁니까. 물론 정당의 목적은 정권창출입니다. 하지만 이를 위한 올바른 정책 개발이 밑바탕이며 이를 토대로 한 선거승리는 결과일 뿐입니다. 지금은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듯합니다.

현재 필요한건 이번 사건의 선거 파급력 예측이 아닌 강 의원에 대한 조치를 비롯한 사태해결방안 논의입니다. 강 의원의 발언으로 실추된 많은 사람들의 명예 회복과 문제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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