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이야기가 우선하는 인터넷 세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우선하는 인터넷 세상으로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6.06
  • 호수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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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에는 경희대 교내에서 환경미화원으로 근무하는 아주머니에게 자식 또래의 경희대 여학생이 막말과 욕설을 퍼부은 이른바  ‘경희대 패륜녀’ 사건으로 인터넷이 한창 들끓었다. 이번에는 지하철 안에서 실랑이를 벌이던 20대 여성이 임신 8개월이 된 임산부의 배를 발로 걷어찬 사건이 인터넷을 넘어 신문의 지면을 장식했다. 물론 이 이전에도 개똥녀 사건, 서울대 도서관 사건, 홍대 루저녀 사건 등 인륜과 도덕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있어서는 안 되는 일탈행위로 생각되는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곤 했다.

요즘 청소년을 비롯한 우리 젊은이들의 자화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우려의 눈빛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어디 이런 모습이 지금 뿐이랴. 그리스 신전 벽면에도 ‘요즘 아이들 못 쓰겠다’라는 낙서가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었다. 따지고 보면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한 시대의 모든 젊은이들의 모습과 행동은 웃어른들 눈에 곱게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이토록 사람들의 비난을 받을만한 모습들이 근래에 들어와서 사회적 이슈로 일파만파 커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인터넷이다. 바로 인터넷으로 인해 그동안 알게 모르게 근방만을 떠돌던 비난 받을 모습들이 세상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개똥녀 사건에서 지하철 임산부 폭행까지 인터넷이 없었다면 이들 역시 근처만을 맴돌다 사라졌을 사건이었을지도 모른다.

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구의 커뮤니티 학자들은 현대의 분화되고 이질화된 사회를 비판하면서 인터넷으로 인해 다시금 세상 사람들이 함께하는 유토피아적인 공동체가 도래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현실의 인터넷은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기 보다는 우리들 자화상의 숨겨진 치부를 드러내는 일에 더 몰두하고 있는듯하다. 아니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것은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우리들이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인 것이다.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워 좀 더 바람직한 인간생활의 모습을 닮자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우려와 노파심을 부추기고 있으며 서로의 처참한 모습들을 즐기고 있는 셈이다.

비방과 비난, 그래서 즐거움보다는 상처가 난무했던 카네기멜론대학의 토론 게시판은 처음으로 이모티콘을 사용하면서 밝아졌다. 악플로 상처주기 보다는 선플로 다독거려주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젊은이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고발해 서로를 비난하기 보다는 우리 주변의 묵묵히 실천되는 아름다운 모습을 우선해 서로의 기운을 북돋아 주는 우리들이 스크린 앞에 앉아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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