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88만원세대여, 그대들에게 희망을 허하리
위기의 88만원세대여, 그대들에게 희망을 허하리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0.05.16
  • 호수 131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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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제 해결 위한 대학생 정치 참여 움직임 나타나

지금 정치권이 분주하다. ‘현 정권의 평가’라고 불리는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과 함께 바빠진 사람들이 또 있다. 높은 실업률, 급격한 등록금 인상률로 힘겹게 살아가며 앞선 세대로부터 ‘스펙 쌓기에만 급급한 너희에겐 희망이 없다’는 질책을 들어야 했던 20대들, 그들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다.

정치로부터 무관심 받았던 20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국회의원 선거 때 24세 이하 투표율 32.9%, 25세 이상 투표율은 24.9%로 전체 세대 중 20대가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20대 선거 참여율은 전체 선거 참여율 감소와 함께 지속적으로 감소해왔다. 「키보드 워리어 전투일지」의 저자인 한윤형 씨는 “지난 2004년 국회의원 선거 때 비교적 높은 투표율을 보였던 20대 초반이 선거권을 행사해도 자신의 삶이 개선되는 경험을 하지 못했다”며 “정치권에 대해 실망한 20대 초반 유권자가 4년 후 20대 후반이 돼서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양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20대는 더 이상 정치인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다른 후보보다 더 많은 표만 얻으면 이기는 ‘게임의 논리’에서 배제된 20대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정치인은 부재하고 이에 20대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사회동향연구소가 4년제 대학 재학생 9백5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백51명이 ‘오는 6월 2일 지방선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참여하지 않는 이유로는 ‘어떤 정당이나 후보를 찍어도 바뀔 게 없을 것 같다’라는 응답이 38.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 최근 선거 연령대별 투표율 변화


이에 한 씨는 “기성세대는 20대의 현실은 고려하지 않은 채 선거의 당위성만을 내세워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20대를 비판해왔다”며 “현재 20대를 ‘사회참여가 부족한 세대’라고 규정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권자 운동에 희망의 싹을 틔운 20대
지금까지 정치에서 밀려났던 대학생을 끌어오기 위한 움직임이 대학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30일엔 대학 YMCA, 한국대학생연합 등 대학생 단체가 모여 조직한 대학생 유권자 연대(이하 대학생 연대)가 대학생 정치참여 선언대회(이하 대학생 선언대회) ‘Vote for change’를 열었다. 이 행사는 지방선거 후보자들에게 △학자금 대출 이자 지원 조례 제정 △사회적 기업 및 일자리 지원 확대 △청년 취업 준비생을 위한 고용촉진 장려금 등을 요구하는 자리였다. 자리에 참석한 민주당 한명숙 후보, 민주노동당 이상규 후보,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 등 서울 시장 후보들에게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다짐을 받아내기도 했다.

대학생 선언대회 이후에도 대학생 연대는 학생들의 요구가 정치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연세대 총학생회와 연합해 서울시장 후보자 토론회 개최, 대학생 선거율 독려 위한 토론회 개최 등 대학생 정치 참여를 위한 점진적인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권민경<대학생유권자연대> 운영위원은 “법과 제도가 바꿔야 해결 가능한 등록금과 청년실업의 문제는 정치권이 얼마나 대학생의 요구를 해결하려고 하는지에 달려있다”며 “이번 유권자 연대 활동을 통해 대학생들이 직면한 문제가 모두 해결될 수는 없지만 이후에 정치권에서 주요 의제가 되고 정책화 될 수 있는 첫 걸음”이라고 밝혔다.  선언대회 개최와 같은 집단적인 행동과 함께 20대 유권자들의 직접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정치에 무관심하고 낯설게 생각하는 20대 유권자들에게 정치가 친숙하고 유쾌한 것이라는 경험을 주기 위해 개최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으로 한국 청년 연합 KYC에서 조직한 20`s party(이하 20대 파티)의 움직임이다.

 

▲ 6월 2일 지방선거 투표행사 여부


20대 파티에선 20대 유권자를 대상으로 ‘2010 서울시장 공개채용 프로젝트’(이하 서울시장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20대 유권자가 심사위원이 돼서 서울시장 후보를 한데 모아두고 질의응답을 통해 후보들을 평가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장 프로젝트는 최대한 20대 유권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길거리 인터뷰를 통해 20대 유권자를 대상으로 서울시장 후보 면접 질문을 공모하고 이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인 논의를 이끌어 내 개인의 목소리가 공론화될 수 있도록 행사를 진행했다.

또 총 24회를 걸쳐 2백50여명이 참여한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통해 △반값 대학생 기숙사 신축 △투표시간 연장을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청년 기업 창업지원금 지급 등 11개의 정책제안서를 구성했다. 이는 각 정당 서울시 시장 후보에게 전해질 예정이다. 또 20대 파티는 대학생들의 지속적인 정치 참여를 위해 매주 ‘커피 파티’라는 정치 수다 모임을 주선하고 있다.

20대 파티 대표 김성환<중앙대ㆍ국제관계학 전공 04> 군은 “대학생 유권자 운동이 성공하기 위해선 사회참여를 활발히 하는 대학생과 그렇지 않은 대학생들의 격차가 커지고 있는 현실을 극복해 대학사회 내부의 지지를 먼저 얻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치참여를 즐겁고 친숙하게 만들고 서로 소통이 가능하도록 행사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또 김 군은 “지금까지 순응하고 기획 당해왔던 20대가 정치인을 평가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직접 정치에 문을 두드린 20대
유권자 운동과 함께 직접 지방선거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벌이는 20대도 등장했다. 관악구의원 후보로 출마한 진보신당 이기중<서울시 관악구 29> 후보는 대학 입학부터 자취생활을 했던 곳에서 출사표를 던졌다. 이 후보는 전체 주민 중 거주 신고 된 20대가 58%를 차지하는 관악구에서 이들을 표심을 얻기 위한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 이 후보의 공약 중 주목할 만한 사항은 △80석 규모 독립영화상영관 신설 △남는 원룸을 구청이 전세로 얻어 저가로 공급하는 원룸형 임대주택 도입 등이다. 이 후보는 “정치참여가 자신의 삶을 개선해주는 경험을 하지 못한 20대가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공약을 세웠다”며 “기성세대가 20대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20대 문제를 스스로 체감하고 이를 대변하려 한다”고 말했다. 또 이 후보는“스스로가 정치를 통해 20대 삶을 변화시켜 20대 정치인의 가능성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 투표하지 않는 이유


대학생으로 서울시 의원 후보로 출마한 민주노동당 추성호<한국외대ㆍ한국어교육과 02> 군 또한 대학생 문제를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추 군은 등록금 문제를 가장 큰 의제로 삼아 △학자금 이자지원 조례 제정 △저소득층 등록금 지원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외에도 △대학생 임대주택 확대 △대학생 교통비 할인 △대학 학생식당 친환경 급식 조례 등 대학생 복지에 관한 사안을 제시했다.

추 군은 “공탁금과 활동에 필요한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대학생이 현실정치에 참여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며 “대학생이 직접 정치에 참여해 당면한 과제를 모두 해결할 순 없지만 20대들에게 변화 가능성을 보여줘 20대를 정치의 중심으로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자료제공 : 중앙선거 관리위원회, 사회동향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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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4:07:58
이 글은 20대의 정치참여와 관련된 희망적인 움직임을 다루고 있어 좋았습니다. 정치에 무관심하던 20대들이 직접 힘을 내어 정치에 참여하고, 대학생들이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20대들의 투표율 상승과 대학생 연대, 20대 파티, 후보 출마 등의 활동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사회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20대들에게 응원을 보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