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예시상식, 이제는 바꾸자
연말 연예시상식, 이제는 바꾸자
  • 성명수 수습기자
  • 승인 2005.12.04
  • 호수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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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중심된 ‘한국대중음악상’호평 얻어
방송사의 연말시상식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된 '한국대중음악상' 시장식 장면. <사진출처 : 네이버 제공>
매년 12월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방송사 연말 시상식에 대한 시청자들의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존의 KBS 한국방송, MBC 문화방송, SBS 서울방송 등 공중파 방송 3사뿐만 아니라 케이블 방송사까지 연말 시상대열에 합세하는 형국이다. 1년 동안 브라운관에서 최고의 활약을 한 연예인에게 공로를 치하하는 의미로 출발한 연말 시상식은 시상남발, 나눠먹기, 전파낭비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그 의미가 점차 퇴색되고 있다.

방송 3사는 상업적 이익과 직결되는 시청률 경쟁에 시상식을 이용하고 있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것만으로 일정 수준의 시청률을 보장해주는 흥행배우들을 붙잡기 위해 상을 남발하는 일은 이미 수년간 반복된 현상이다. 지난해 SBS는 무려 10명의 연기자들에게 신인상을 줬고 차별성 없는 드라마를 특별기획드라마스페셜연속극 등으로 나눠 웬만한 주연급 배우들에게 모두 시상했다. KBS도 연기 관련 9개 부문 중 총 7개 부분에 공동 수상을 남발했다. 시청률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중견 연기자들은 대부분 수상에서 제외돼 그들만의 잔치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가요 시상식의 경우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방송 3사에 똑같은 인기가수가 출연해 별반 다를 것 없는 무대를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엔 음악 전문 케이블 방송에서도 인기가수 시상식을 열고 있어 스타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다는 희소성마저 상실하고 있다. 또 가요 시상식이 TV 오락 프로그램 출연의 주류를 이루는 10·20대의 댄스·발라드 가수들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평가하지 못하고 중장년층 시청자들을 시상식에서 소외시키는 현상으로 이어진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자 가수 윤도현은 “시상식을 하나로 통합하고 수상자 선정을 민간단체에 맡기자”는 등 파격적인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매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지난 2003년, KBS와 SBS에서 가요대상을 수상한 이효리에 대해 음반판매량이 적고 음악 프로그램보다는 오락 프로그램에서의 활동이 많다는 이유로 수상 배경에 의문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자격시비가 제기되자 KBS의 한 PD는 “가요대상은 가요계에서의 활약뿐만 아니라 대중적 지지도, 오락 프로그램 활동도도 점수에 반영한다”고 밝힌바 있다.

이 같이 수상자 기준이 모호하고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매년 끊이지 않자 지난해 서태지, 김건모, 박효신, 휘성 등 일부 톱 가수들은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시상식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물론 연말시상식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이유로 박효신 등의 시상식 불참을 철회했지만 한국연예제작자협회(이하 연제협)는 방송사 가요시상식 폐지요구 성명을 발표하는데 이르렀다.

지난해 3월 시민단체인 문화연대는 가요 시상식의 대안으로 ‘한국대중음악상’을 신설했다. 지난 3월 열린 제2회 시상식에서는 방송 오락프로그램에서 만나기 힘든 클래지콰이(올해의 음악상), 이승철(올해의 남자가수), 전제덕(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등 음악인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아온 뮤지션들이 대거 수상함으로써 호평을 얻었다. 연제협은 중복되는 가요시상식을 모두 통합해 ‘한국의 그래미상’을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다.

올해 방송 3사는 이달 29일부터 31일까지 연이어 가요시상식을 예정해두고 있다. 또 7일에는 일간스포츠가 주최하는 골든디스크 시상식이 예정돼있고 지난달 27일에는 뮤직비디오 페스티벌이 열렸다.

각 방송사 홈페이지에 공지된 내용에서는 예년과의 차별성을 찾기 어렵다. 음악 팬들과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개선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다양한 볼거리와 각 방송사만의 특성을 살린 시상식이 돼야 한다. 또 매년 제기되고 있는 수상자의 공정성 시비가 일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과 투명한 심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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