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주의가 만든 영웅이 아닌 진정한 영웅을 보길 바란다
상업주의가 만든 영웅이 아닌 진정한 영웅을 보길 바란다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3.22
  • 호수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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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 진출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박지성 선수
의 활약에 호평이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최근 영국 언론이 박지성의 인터뷰를 실으며 팀 기여도를 높이 산 데 이어 맨유 홈페이지 역시 ‘박지성이 이름을 떨치고 있다’는 제목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년 전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 및 4강에서 활약하고도 최종 결승전에 나오지 못해 ‘이름 없는 영웅’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그는 이제 자신의 이름을 세계에 각인시키는 ‘이름 있는 영웅’으로 완전히 자리매김한 듯하다. 

90년대 미국 메이저리그의 박찬호를 필두로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글로벌화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다. 이들에 대한 국내 뉴스 역시 유명 연예인에 필적할 만한 새로운 영웅 만들기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박지성 선수를 포함해 김연아, 이승엽, 박세리, 양용은 선수 등에 이르는 스포츠 스타들은 세계적인 지명도를 얻었고, 우리 언론들도 세계 언론에 투영된 이들의 뉴스를 재생산하는 관행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 언론들은 스포츠 뉴스 보도에 있어서 이름 없는 영웅을 그리는 경우를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물론 이름 있는 영웅이 갖는 뉴스 보도의 효과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국민들은 글로벌 스포츠 영웅과의 동일시를 통해 그들의 성공을 염원하는 공감대를 갖게 되었다. 국내 스포츠 스타들의 세계적인 성공은 우리 국민의 성공을 반영하기 때문에 우리들은 그 게임 내용보다 승리 여부에 더욱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참여와 친선도모라는 스포츠의 본 목적보다는 승리와 정복이라는 다소 호전적인 기사로 스포츠 뉴스를 채우고 있다. 한편 지난 18일 맨유의 기관지인 ‘Inside United’ 역시 ‘밀란 넘은 맨유, 이젠 세계 정복’이라는 기사를 통해 세계적인 축구 클럽의 새로운 투쟁 목표를 제시했다.

사실 언론의 영웅 만들기는 스포츠 스타를 금전적 가치로 재단하는 뉴스와도 밀접하게 연계된다. 스타들의 연봉이나 보너스, 또는 광고 출연료 등으로 스포츠 스타 순위를 결정하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관행된 뉴스 보도 행태이다. 이제는 언론과 스포츠가 상업주의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존재하기보다 서로를 건강하게 발전시킬 수 있는 관계설정을 검토하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할 것이다.

대체로 국내 언론들의 스포츠 뉴스는 독자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영웅주의식 보도가 많은 것
같다. 반면 영국의 ‘더 선(The Sun)’지는 축구를 포함, 'Live match centre'라는 코너로 여러 스포츠 게임에 대한 다양한 통계와 전문적인 분석 뉴스들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텔레그래프지 인터넷 뉴스 사이트는 축구 경기에 있어서 결과 및 현황 스케치를 포함해 팀별 선수별 패스의 양, 방향, 품질 등을 데이터베이스화한 서비스를 독자들에게 공개하고 있다.

스포츠는 참여와 나눔, 친선도모라는 이념을 기초로 발전해 왔다. 그러나 스포츠의 상업화가 가속화됨에 따라 우리는 하나의 경기가 준비되고 완결되는 긴 여정보다는 순간적인 경기 결과에 일희일비하며 주연으로 등장한 스포츠 스타들의 사소한 행동까지 주목하는 관찰자가 되어버린 것 같다. 이런 현실 속에서 어렵겠지만, 이름 없는 영웅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이면서 이를 새로운 시각에서 소개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용표<언정대ㆍ신문방송학과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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