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를 역행하는 집시법 개정안
시대를 역행하는 집시법 개정안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0.03.21
  • 호수 13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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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식 성장 따라 법도 같이 발전해야

지난 2008년 거리엔 촛불을 든 시민들이 쏟아져 나왔다. 촛불 집회에는 엄마를 따라온 어린 아이부터 교복 입은 학생들까지 사람들이 든 촛불이 모여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어두운 밤을 밝히는 촛불을 들고 평화적인 시위를 했던 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집시법’을 어기고 있었다.

『모든 국민은 언론ㆍ출판의 자유와 집회ㆍ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ㆍ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ㆍ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헌법 제21조』

최근 국회에서 집회의 자유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촛불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 중 일부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이하 집시법)위반으로 경찰에 소환됐고 이를 불합리하게 여긴 여러 사회단체의 문제 제기에서 시작됐다. 촛불 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집시법 위반에 기소된 안진걸<광우병 국민대책회의ㆍ조직팀> 팀장은 ‘현행 집시법은 집회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위헌판결심판을 제청했다.

이에 작년 9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는 집시법 제10조에 대해 전원 재판부 중 5명은 위헌, 2명은 헌법 불합치, 2명은 합헌 결정을 해 헌법 불합치 판결을 내렸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집시법 제10조는 헌법상 보장된 집회·결사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2010년 6월30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덧붙였다. 헌재가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집시법 제10조는 다음과 같다.

『누구든지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후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집회의 성격상 부득이하여 주최자가 질서 유지인을 두고 미리 신고한 경우에는 관할경찰서장은 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후에도 옥외집회를 허용할 수 있다. -집시법 제10조』

다시 보자 집시법
헌재는 ‘일몰과 일출 사이 시간에 집회를 금지하는 것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조항’이며 ‘야간 옥외 집회를 행할 시 관할경찰서장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헌법에 전면적으로 배치되는 조항’이라고 밝혔다.

헌재의 집시법 제10조 헌법 불합치 판결 이후 지난 2월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조진형<한나라당> 국회위원이 집시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조 의원은 야간옥외집회 금지 조항 중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를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변경하고 ‘야간 옥외 집회를 하려면 관할경찰서장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조항을 없앴다.

조 의원은 집시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당시 “국가 질서 유지를 위해 야간 집회의 시간적 제한이 필요하다”며 “이번 개정안을 통해 사생활의 평온 및 국가 안전과 야간 집회 시 발생하는 폭력 사태를 예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집시법 개정안에 찬성하는 이용진<국민준법운동연합> 공동대표 또한 “광우병 파동 때도 나타났듯 야간 집회 시위는 과격한 폭력 시위로 번진다”며 “국민들이 더 이상 야간 집회로 불안해하지 않기 위해선 야간옥외 집회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개정’되야 할 집시법 개정안 
하지만 이번 개정안이 오히려 헌재의 헌법 불합치 판결에 반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황성기<법대ㆍ법학과> 교수는 “기존 집시법은 야간 옥외 집회를 원칙적으로는 금지하나 허가제를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이번 개정안은 이러한 위헌 소지는 없앴지만 집회 제한 시간을 규정함으로써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한다”고 말했다.

이번 집시법 개정안을 찬성하는 사람들은 집시법 개정에 대한 근거로 크게 두 가지를 내세웠다. 국가의 질서유지와 야간 집회 시 발생하는 폭력 사태의 예방이다. 하지만 이 같은 집시법 제10조를 개정하지 않더라도 국가의 질서유지는 집시법의 다른 조항에 의해 보장될 수 있다.

집시법 제8조에 따르면 관할 경찰서장은 옥외 집회 당시 관할 경찰서장의 판단에 따라 문제가 생기면 시위 주최자에게 시위를 금지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제8조 이외에도 원할한 교통을 위해서 집회를 제지할 수 있는 제12조, 확성기 등을 사용해 특정 소음 이상을 발생시킬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집회를 중지시킬수 있는 제14조 등 이미 집회가 국가의 질서유지를 방해할 경우 이를 막을 수 있는 법률 조항을 갖추고 있다.

박주민<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변호사는 “이미 국가 안전과 타인의 사생활의 평온을 지켜주는 법률이 있다”며 “이번 집시법 개정은 집회 발생 건수를 줄이고 통제하기 위한 법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집회 시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경우도 미미하다. 경찰청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의 불법폭력시위는 전체 집회의 0.5%에서 0.7%대로 상당히 적은 숫자다. 평택미군기지이전반대와 한미 FTA반대집회가 있어 대규모 시위가 많았던 2007년의 경우도 전체 집회의 0.5% 정도에서만 물리적 충돌이 발생했다. 박 변호사는 “치안유지나 폭력행위의 발생가능성에 대한 걱정은 증명되지 않은 지나친 우려에 불과하다”며 “근거 없는 추측에 따라 법을 개정하는 것은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황 교수 또한 “폭력시위가 계속되고 평화적인 집회 문화에 대한 인식이 사람들에게 자리 잡지 않았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의식수준의 향상에 따라 평화적인 시위가 주를 이룬다”며 “법률 또한 국민의식이 성장함에 따라 같이 성장해야 한다”고 전했다.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자료제공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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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4:09:56
이 글은 집회의 자유와 관련하여 국회에서 진행 중인 논의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집시법 제10조의 옥외 야간 집회 제한에 대한 헌법 불합치 판결과 이에 대한 개정안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가의 질서 유지와 야간 집회 시 폭력 사태 예방이 언급되고 있으며, 양측의 의견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법률적인 규제와 집회의 자유 사이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는 논의가 전개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