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르치는 교수’가 대접받는다
‘잘 가르치는 교수’가 대접받는다
  • 김상혁 기자
  • 승인 2010.03.21
  • 호수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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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부문 평가 강화가 대학가 ‘대세’ 학교, “학부교육 선도대학 위해 노력”

우리학교 교수 A는 요즘 '어떻게 하면 좋은 강의를 할 수 있을까'가 주된 고민거리다. 교육을 강조하는 정부 측의 제도와 함께 학교 측에서도 교수 업적 평가에 교육 성과 부문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연구와 교육은 대학의 주요 역할이지만 실적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연구성과와 달리 교육성과는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이는 교수들의 업적 평가가 연구논문 중심으로 이뤄지는 이유다.

그동안 SCI논문, 연구비 수주와 같은 연구성과가 교수의 승진과 재임용, 성과급을 지급하기 위한 기준이라면 교육성과는 베스트 티처 시상, 인센티브 지급 등 사기 진작 차원에서 주로 활용됐다.

이렇다보니 교수들 사이에서는 연구논문 중심의 평가분위기에 휩쓸려 상대적으로 학생교육을 소홀히 하는 점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학교 교수 B는 “승급에 필요한 업적 평가에서 연구 부문의 비율이 교육 부문보다 높은 것으로 안다”며 “좋은 강의와 좋은 연구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연구 쪽으로 기우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대학 측은 이러한 쏠림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교육 부문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에서 지난 17일 발표한 ‘학부교육 선진화 선도대학 지원 사업’이 대표적인 예다. 교과부 측은 “교수 업적평가와 교육 과정, 교육 지원 시스템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총 10개 대학에 4년간 30억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종량 총장 역시 지난달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교수는 연구 이전에 강의에 신경 써야 학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며 “교수 업적평가에서 강의 비율을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의 지원 담당’ 교수학습개발센터
교수학습개발센터는 교수 강의법의 품질 향상을 목적으로 지난 2003년 설립됐다. 현재 양캠퍼스 교수 대상으로 △OCW(학습자원 시스템) △강의클리닉 △교수법 워크샵 △강의 촬영 및 분석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ERICA캠퍼스 전대훈<교무입학처ㆍ교수학습개발센터> 부장은 “최근 교육성과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현재 지원하는 서비스 외에도 양캠퍼스 교수 대상으로 카페테리아 수업 진단제를 시범 운영할 것”이라고 전했다.
카페테리아 수업 진단제는 교수의 자가 평가를 통해 강의 능력을 향상시키는 제도로 학사과에서 주도하는 강의 평가와 달리 교수가 원하는 기간에 평가가 가능하며 점검 항목 수가 많다는 점이 특징이다.

하지만 각 프로그램의 △참여도 저조 △시간강사 동기유인 부족이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한 OCW는 현재까지 1명만이 참여한 상태다. OCW는 대학에서 개설되는 수업과 수업자료를 온라인에 탑재해 무료로 수업자료를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학습자원 시스템이다. 서울캠퍼스 이석남<교무처ㆍ교수학습개발센터> 선임연구원은 OCW의 교수 참여 저조에 대해 “전체 강의를 공개해야 한다는 것에 교수들이 부담을 가지는 것 같다”며 “교무처와 협의해 참여 교수에게는 인센티브 제공과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법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캠퍼스의 경우 교수법 워크샵에 참여한 교수 수는 지난 2008년 277명에서 작년 117명으로 절반 이상 감소했다. 이에 대해 서울캠퍼스 조현경<교무처ㆍ교수학습개발센터> 책임연구원은 “교수법 워크샵의 경우 원래 인원 변동이 심하다”며 “최근 교육성과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교수들 사이에 워크샵 참여 분위기가 형성돼 올해 참여도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교수학습개발센터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시간강사 대상으로는 실질적인 동기 요인이 없는 것도 문제다. 조교수 직급 이상의 교수들은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교원 업적 평가 시 일정 가산점이 부여되지만 시간강사는 받지 못한다.

서울캠퍼스에서 22일 교수법 워크샵 강의를 맡은 우리학교 오세정 강사는 “시간강사에게도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며 “재임용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제도가 도입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캠퍼스는 전체 강의의 30.5%, ERICA캠퍼스는 34.1%를 시간강사가 담당하고 있다.

학부교육 선도대학을 위한 제도
교과부에서 학부교육 선도대학 사업을 진행하면서 우리학교에서도 이를 준비하기 위한 테스크포스(이하 TF)팀을 신설했다. 교수학습개발센터장 유영만<사범대ㆍ교육공학과> 교수는 “해당 사업을 준비하기 위해 교육 부문을 강화하는 제도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TF팀은 △교수 승급 시 교육 부문 평가 강화 △융합교육과정 신설 △강의 석좌교수제 도입 등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교수 승급에 기초 자료로 활용되는 업적 평가가 달라진다.

연구 60%, 교육 30%, 봉사 10% 정도로 이뤄졌던 교수업적 평가 비율은 연구 50%, 교육 40%, 봉사 10% 정도로 변경된다. 유 교수는 “교수업적에서 교육 평가 비중을 늘리는 것은 교육 부문 강화를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조교수에서 부교수, 부교수에서 정교수로 승급할 시 교수학습개발센터에서 제공하는 강의 클리닉을 1회 이상 들어야 하는 기존 조건도 강화된다. 전 부장은 “교수학습개발센터 내에서 조교수는 강의클리닉 4회, 부교수는 2회 이상 들어야 승급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전했다.

융합교육과정은 ‘1 강의 다교수 제도’를 통해 이뤄진다. 한 강의에 3명 이상의 교수가 참여해 하나의 사안에 대해 각각의 관점을 제시한다. 유 교수는 “이 제도를 통해 학생들이 동일 주제에 대해 다양한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며 “융합교육과정이 원활하게 시행되기 위해서는 시간표의 탄력적 조정이나 배정 인원 조정 등 학사 제도의 연계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의 석좌교수제는 연구 성과를 기준으로 선정됐으나 강의 노하우를 가진 원로 교수를 ‘강의 석좌교수’로 초빙해 교수법을 전수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이 외에도 TF팀과 교수학습개발센터는 △교수 강의평가 완전 공개 △강의평가 일정 수준 미달 시 강의클리닉 의무 이수 등을 논의 중이다.
 
김상혁 기자
일러스트 주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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