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송구영신과 심기일전
대학의 송구영신과 심기일전
  • 취재부
  • 승인 2005.12.04
  • 호수 12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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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김정기 <언정대·신방과> 교수
이제 곧 학기말고사를 치르면 대학은 겨울방학과 송구영신의 시간을 맞는다. 대학의 송구영신은 그래서 다른 곳에 비해 빨리 찾아온다.

지난 것을 떠나보내고 새로운 것을 맞는다는 의미의 송구영신. 변함없는 지구의 공전과 자전에 새해의 명칭을 붙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다. 상징의 절정인 송구영신에 대학공동체가 버려야 할 것과 맞이해야 할 것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본질과 역할에 충실한 대학 사회를 형성하고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 눈이 부시게 급변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면서 동시에 사회의 발전을 리드하는 아이디어와 에너지의 공급처라는 대학의 본질을 실천하려면 해야 할 일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순위로 말한다면 대학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선택한 가치수용체로서 대학공동체를 지탱하는 구성원인 교수와 학생이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에 답하는 일일 것이다. 교수와 학생의 질이 곧 대학의 질이기 때문이다. 교수는 교수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반성해 볼 일이다.

서울대 정운찬 총장이 비판한 잦은 휴강과 최소한으로 학교에 출근하는 교수의 행적이 다른 교수만의 이야기인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강의의 내용을 학생의 눈높이에 맞추어 보려는 노력을 얼마나 기울였는지도 물어볼 일이다. 연구실로부터 우리의 학생들이 얼마나 멀어져 있는지도 가늠해 볼 일이다. 현실에 대한 실망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방황하는 젊은 학생들을 얼마나 껴안아 보았는지, 이상으로 불타는 젊은 열정을 얼마나 격려해 보았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학생들은 이번 방학에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성찰해 보아야 한다. 하루 공부시간이 초등학생 공부시간(7시간 33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는 통계청의 발표에 부끄러워해야 한다. 강의 관련 독서량이 평균 8권 이상인 외국대학생에 비해 3권 미만이라는 숫자에 분발심을 가져야 한다. 세상이 형형색색의 영상세계에 포위되어 감각적인 쾌락에 점령당해 가더라도 대학생은 공부와 책을 통해 고유하게 존재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혼자 있더라도, 세상과 떨어져도 두렵지 않게 하는 변함없는 마음을 독서를 통해 만들어 가야 한다. 

대학 구성원간의 공동체적 유대감 형성 또한 미룰 수 없는 급선무이다. 교수와 학생 간의 다양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같은 배를 탄 운명공동체로서 동질감을 증진해야 한다. 아무리 이벤트와 같은 물리적 결속을 과시해도 심리적 이질감을 없애지 않는 한 항해하는 배는 안착할 수 없다. 시공간과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교수와 학생의 의사소통을 위해 궐기할 때이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감을 위협하고 있는 빈부차이처럼 교수와 학생의 의사소통 부재는 대학공동체를 해체하고 있다. 대학공동체감의 형성과 고양을 위해 지혜를 기르고 실행의 각오를 다져야 한다. 더 늦지 않도록, 이번 겨울방학 구성원 모두 심기일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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