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새내기들에게 드리는 몇 조각의 조언
대학 새내기들에게 드리는 몇 조각의 조언
  • 한양대학보
  • 승인 2010.03.13
  • 호수 13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꿈꾸는 듯한 3월이 돌아왔다. 춘설과 화창한 봄볕이 질세라 캠퍼스를 두드린다. 켜다 만 기지개의 몽롱한 달콤함처럼, 새로운 만남과 새로운 계획들이 저마다의 가슴 속에서 출렁이고 있으리라…. 나는 조금은 설레고 또 불안한 봄의 ‘아직 완성되지 않음’을 사랑하고, 대학에 막 들어온 당신의 마음속에 흐르고 있을 봄기운을 사랑한다. 내 마음이 오래 전 그러했듯….
그래서 나는 대학생활을 시작하는 당신에게 몇 마디 말을 남기고 싶어졌다. 내가 무슨 대단한 사람이나 된다고 당신에게 ‘잔소리’를 할 수 있겠는가. 이 글은 다만 나의 대학시절에 대한 늦은 깨우침의 고백 정도가 될 것이다.

먼저 많이 웃으라. 유머를 사랑하라. 다른 이들의 감정에 깊은 주의를 기울이고 그 감정들과 공명하라. 행복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 남에게 행복을 나눠 줄 수 없다는 진실을 당신의 몸으로 실천하라. 당신이 “명랑함의 힘은 비극적 견딤의 크기에 달려 있다”는 철학자 클레망 로쎄의 전언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그래서, 당신은 웃음을 잃은 사람의 가슴속에서 고요히 빛나고 있을 미소를 찾아내야 하고, 누군가의 과장되고 헤픈 웃음 안에 감춰져있는 서글픔을 알아챌 수 있어야 한다.

일을 해서 돈을 벌라. 당신의 부모로부터 정신적·경제적으로 독립해나가는 연습을 시작하라. 돈 버는 일의 힘겨움을 통해 당신에게 달라붙어 있던 온갖 ‘당신이 아닌 것들’을 떨쳐낼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내라. 소설가 장정일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절대로 아르바이트를 하지 말라. 돈 버는 대신 죽도록 놀고 죽도록 공부해라”고 말했다. 나는 말하건대 ‘돈을 벌면서 죽도록 놀고 죽도록 공부하라.’ 당신이 어느 누구도 아닌 스스로에게 의존하는 법을 배워나가기를 나는 바란다.

난 당신이 동아리든, 학보사든, 학술모임이든 집단생활에 정력을 쏟아보기를 바란다. 당신이 어느 집단에서든 ‘열심히 하는 사람’으로 대접받았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당신이 어떤 일에 자신을 온전하게 쏟아 붓길 겁내면서, 그 일을 이끄는 사람들을 질투하는 비겁한 사람은 되지 않길 바란다. 만일 당신이 남들에게 과소평가 받고 있다고 느껴진다면 조용히 실력을 쌓으며 공부하라. 삶에는 결국 에누리가 없고, 우리는 언제나 남이 아닌 자기 자신에게 먼저 지기 마련이다.

마지막으로 당신이 책을 좀 더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한번쯤은 죽을 만큼 도서관에 틀어박혀 보는 경험을 해봤으면 한다. 독서를 통해서 세상에 ‘어른이면서도 어른이 되지 못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깨닫고, 그것을 힘껏 비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런 후에는 당신이 세상의 무엇에 대해서도 함부로 비웃거나 비난하지 않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며칠 전 고대생 한 명이 “대기업 하청기지”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되어버린 대학현실에 절망했다는 대자보를 쓰고 자퇴했다. 난 당신이 그 글에 마음속으로 꽃 한 송이를 꽂을 수 있는 대학생이 되길 바란다.            
 박성열<사회대ㆍ사회학과 0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