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잃은 체육 특기생의 현실
갈 곳 잃은 체육 특기생의 현실
  • 안원경 기자
  • 승인 2010.03.13
  • 호수 13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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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만을 위한 체육특기자 제도
우리학교 학생 B는 ‘유도 꿈나무’였다. 중학교 때부터 유도를 시작한 B는 고등학교 때 하계 유도 전국대회 1위 등 각종 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뒀고 체육특기생으로 우리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국가대표 유도 선수를 희망했던 B는 과도한 훈련과 경기 도중 발생한 부상으로 유도를 그만둬야 했다.

7년 동안 운동에만 전념했기 때문에 중ㆍ고등학교 과정의 기본적인 수업은 들을 수 없었던 B는 기초 지식이 부족한 채 대학 전공 공부를 시작해야 했다.

B는 “부족한 기초 지식을 알려주는 사람도, 이를 보충할 수 있는 학교 수업도 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인 노력으로 극복해야 했다”며 “청소년 시절을 운동만 하며 보내야 했고 처음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것도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우리학교에 체육 특기생으로 입학했지만 중도에 학생선수를 그만둔 C 역시 “체육 특기생으로 선발되기 위해 대부분 고등학교에서 학습권을 보장해 주지 않은 채 경쟁적이고 소모적으로 운동하고 있다”며 “중ㆍ고등학교 시절 수업을 받지 못하고 대학에 들어왔기 때문에 기초가 필요한 영어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중ㆍ고등학교의 엄격한 훈련과정을 거치며 체육특기자로 선발됐지만 대학교 운동선수 생활을 계속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ㆍ탈락하는 선수들은 적지 않다.

 지난 2006년 안민석<민주당> 의원이 발표한 「학교 운동부 실태에 대한 종합 보고서」에 따르면 체육특기자로 전국 4년제 국공립 대학교 및 수도권 사립 대학교에 진학한 학생 총 2066명 가운데 중도 포기ㆍ탈락한 수는 510명, 즉 전체 체육특기자 중 약 25%가 중도 포기ㆍ탈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학교의 경우 최근 4년간 200명의 체육특기생이 입학했지만 32명이 운동을 포기했다. 이는 약 16%로 다른 대학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지만 우리학교는 중도 포기ㆍ탈락하는 학생 선수를 배려하는 시스템이 부재하다.

안민석 의원<민주당>은 “중ㆍ고등학교 선수 생활을 하며 엄격한 훈련과정을 거쳐 대학에 진학한 선수들 또한 운동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며 “체육특기생이 학교와 사회생활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체육특기자제도는 1960년대에 만들어진 제도로 엘리트 운동선수를 집중육성하기 위한 목적을 가졌다. 이에 현재에도 학생들이 전국체전 등의 성적에만 근거해 상급학교로 진학하고 있다. 이에 작년 한국스포츠 학회 회장을 역임했던 손천택<인천대ㆍ체육학과> 교수는 “체육특기생이 되기 위해 학생들은 운동 외에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시합 성적에 모든 것이 달린 현실에서 지도자들의 체벌도 쉽게 정당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손 교수는 “체육특기자 제도로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들 모두가 운동을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강압적인 훈련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권 침해와 학습권 침해를 모두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안 의원은 “올림픽과 같은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에서 메달을 딸 수 있는 것은 학생 선수들 중 극히 일부”라며 “대외홍보를 할 수 있는 일부 엘리트 양성을 위해 다수가 희생해야하는 체육특기자 제도는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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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예도 2023-08-01 14:12:06
이 글은 체육특기생들이 중도에 운동을 포기하거나 탈락하는 상황을 다루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엄격한 훈련과정을 거쳐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지만, 부족한 기초 지식과 학습권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체육특기생을 위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체육특기자 제도의 개혁이 필요하며, 대외홍보와 엘리트 양성을 위해 다수가 희생되는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