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잃어버린 고리
당신이 잃어버린 고리
  • 김규범 편집국장
  • 승인 2010.03.06
  • 호수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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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싱링크. 잃어버린 고리란 뜻으로 오래전 분명 존재했을 꺼라 추측되나 아직 흔적이 발견되지 않은 생명체를 이르는 말입니다. 본래 생물학 용어지만 요즘 우리사회를 뜨겁게 달구는 사안들을 보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고리가 너무나 많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그 고리가 사안의 인과관계를 따질 때 가장 중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안타깝기도 합니다.
과연 우리의 미싱링크는 무엇일까요. 사안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주로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흔히 거론하는 사실이라는 단어는 그리 가벼운 뜻이 아닙니다. 누가 봐도 명백한 정보를 통해 밝혀낸 어떤 인과관계만이 사실이라는 가치를 부여 받습니다.

즉 사실이란 객관성을 지녀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이 객관성을 충족시키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사실이라는 이름으로 퍼지고 있는 수많은 주장과 근거들 중에는 왜곡되거나 누락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 것들도 상당합니다.

각자의 입장, 가치관 혹은 이익관계에 따라 정보가 변형돼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지요. 물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게 인지상정이라고 합니다만 그렇게 어물쩍 넘기기에는 사실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습니다.

사실이란 이름으로 포장된 잘못된 정보가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 우리는 값비싼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사실이라는 이름에 속아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으며 나라 전체가 거짓말쟁이를 영웅으로 미화하기도 했습니다. 때론 한 개인의 인생을 막다른 길에 몰고 갈 수 있다는 점도 최근 몇 년 사이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벌써 그 경험들을 잊었는지 또다시 사실이라는 중요한 고리를 놓치고 있습니다.

현재 정치계의 큰 이슈인 세종시 논란은 그 점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국정 주도권의 상징이 돼버린 세종시는 본래 정책입니다. 정책은 사실을 바탕으로 집행 돼야 하는 게 맞고요.
그렇다면 당연히 세종시는 논란의 중심이 아니라 사실검토의 대상이여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논란엔 사실검토는 없고 권력다툼만 있을 뿐입니다. 세종시는 사라지고 당파싸움만 남았습니다.

검증되지 않은 주장들이 난무하고 언성만 높아지고 있습니다. 애초 세종시는 지난 정권부터 오랜 기간 검토됐던 정책입니다. 세종시는 우리나라의 성장 가능성을 결정할지도 모를 만큼 중요한 발전계획이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그 어느 때보다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심사숙고해야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계파 간 논리를 통해 풀어나가려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그런 논란에 따라 또다시 분열로 나눠지려하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모습은 여의도에서만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스포츠계나 문화계에서도 이런 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앞에서도 언급했듯 객관성이 담보된 사실을 찾는다는 건 어렵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에서만 말을 하게 되는 게 이유이지요. 그러다보면 어느새 논란은 언쟁으로 발전하고 문제의 핵심은 저 멀리 사라져버립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큰 손해이며 또 다른 시련을 부를 수 있는 중대한 잘못입니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사람들은 부디 잊지 마십시오. 지금 싸워야 할 상대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상대가 아닌 핵심을 잃고 헤매는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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